[논문이야기] 혈액 보유량은 어떻게 유지될까? ③ 코로나 시기 혈액 보유량-사용량-공급량 관계

코로나 충격에도 불구하고 헌혈자 수 감소는 미미한 수준에 그쳐
이는 대한적십자사에서 충격을 미리 예측하고 어떤 증가 요인을 작동시킨 것
본 분석에서 그 요인이 '혈액 부족 상태'라는 것을 데이터로 밝혀내

[논문이야기] 혈액 보유량은 어떻게 유지될까? ② 혈액 공급량 모델링에서 이어집니다.

이전 편에서는 혈액 공급량인 헌혈자 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대해 알아봤다. 헌혈자 수는 일간 데이터로 주간 계절성과 연간 계절성을 가졌고, 헌혈자의 70%가 헌혈의 집을 방문하므로 날씨 또한 헌혈자 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번 편에서는 코로나라는 큰 충격이 왔을 때 혈액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보자.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혈액 보유량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돼

코로나 시기에 각종 방역 조치와 전염 우려로 인해 인구이동이 크게 감소했다. 따라서 코로나는 혈액 공급량과 사용량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면 사람들은 밀폐된 공간인 헌혈의 집에 방문하는 걸 꺼려했고, 이로 인해 코로나는 혈액 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혈액 수요 관점에서 보면, 전염병이 대유행하여 병원에 환자가 급증하고 수요가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코로나 기간에 혈액 공급은 줄어들고 수요는 늘어나 혈액 보유량이 매우 감소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위의 가설이 맞는지 데이터를 통해 코로나 시기의 혈액 보유량-사용량-공급량 간의 관계를 확인해보자.

헌혈 부적격 사유 비율
코로나를 기점으로 헌혈 부적격 비율이 늘어난 모습

게다가 위 그래프를 보면 코로나 시점이었던 2020년부터 헌혈 부적격자 수가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코로나 기간 동안 새로운 건강 기준이 도입되었는데, 그 기준은 코로나 완치 또는 백신 접종 이후 일정 기간 동안 헌혈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코로나 시기에 혈액 보유량이 매우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데이터를 보고 우리의 가설이 맞는지 확인해보자.

혈액 보유량 유지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혈액 보유량이 일정 수준 유지된 모습

신기하게도 코로나 기간 동안 혈액 보유량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었다. 위 그래프를 보면 혈액 보유량이 2일 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도대체 대한적십자사는 코로나라는 큰 외부 충격에도 불구하고 혈액 보유량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시킬 수 있었을까? 혈액 보유량이 유지되었다는 말은 혈액 공급량과 수요량이 함께 감소했거나 함께 증가했다는 말이다. 과연 어떤 시나리오가 맞을까?

혈액 사용량 회귀분석 결과
혈액 사용량 회귀분석 결과표

앞서 고려한 외생적 요인들을 통제하여 회귀분석을 해본 결과, 코로나 유행 시기에 혈액 사용량은 4.25%감소했다. 감소된 수치에는 혈액 보유량을 유지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혈액 사용량을 감소시킨 부분과 자연적으로 코로나 기간 동안 부족해진 의료 인력과 병동으로 인해 감소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혈액 공급량 회귀분석 결과
혈액 공급량 회귀분석 결과표

마찬가지로 혈액 공급량에 대해 회귀분석 해본 결과, 혈액 공급량은 5.3% 감소했다. 따라서 코로나 기간 동안 혈액 보유량이 유지되었던 이유는 사용량과 공급량이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가 불러일으킨 사회적 영향에 비해 5.3%라는 수치는 굉장히 미미하다.

지역별로 나눠 헌혈자 수 회귀분석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특정 지역은 헌혈자 수가 증가한 모습

헌혈자 수를 지역별로 나눠서 회귀분석한 결과, 특정 지역은 오히려 헌혈자 수가 증가했다. 코로나는 특정 지역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상식과 어긋나는 결과다. 따라서 코로나 기간 동안 어떤 요인이 혈액 공급량을 증가시켰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헌혈자 수 감소량이 5.3%로 미미한 수준을 보인 것은 이 증가 요인에 의해 상쇄된 것으로 예상된다.

혈액 보유량 부족 기간 예시
혈액 보유량 부족 기간 예시

필자는 오미크론 유행 시기에 혈액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헌혈을 장려한다는 재난 문자를 받았던 적이 있다. 이 때의 경험을 떠올려 혈액 보유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헌혈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바로 이것이 증가 요인임을 주장하고자 한다. 위의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혈액 부족 상태’라는 대체 변수(Proxy Variable)를 만들었다. 혈액 보유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진 날과 이후 일정 기간을 ‘부족 상태’로 정의했는데, 이는 부족 상태 진입에 따른 조치의 지속적인 효과도 반영한 것이다.

부족 상태에 따른 헌혈자 수 영향
혈액 부족 상태가 헌혈자 수에 미치는 영향
지역에 따른 부족 기간에 대한 효과
대부분 지역에서 혈액 부족 시 헌혈자 수가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혈액 부족 상태에 대한 효과를 분석해본 결과, 대부분의 지역에서 혈액 부족 상태가 헌혈자 수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다. 이는 앞서 공급량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 가설을 입증한 셈이다.

혈액 보유량 부족 기간 동안 혈액 사용량 감소
혈액 부족 기간에 혈액 사용량이 감소한 모습

위 결과표를 보면 혈액 부족 기간에 혈액 사용량이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혈액 보유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발동하는 ‘혈액공급 위기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였음을 보여준다.

헌혈자 수 요일 휴일 계절 기상 부족 상태 설명변수로 한 회귀분석 잔차
예측 가능한 충격에서는 증가 요인이 작동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충격에서는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번 분석에서는 코로나 기간에 혈액 사용량과 공급량 추이를 살펴보면서 ‘혈액 부족 상태’ 변수를 찾아냈다. 따라서 요일, 휴일, 계절, 기상, 부족 상태를 설명 변수로 하고, 헌혈자 수에 대해 지역별 회귀분석을 수행했다. 모형의 잔차를 살펴보면 예측하지 못한 이벤트인 코로나 대유행 초기 대구/경북과 오미크론 대유행에서는 헌혈자 수가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그 외의 예측 가능한 기간에서는 헌혈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지 않은 걸로 보아, 증가 요인이 제대로 작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분석을 통해 코로나 초기와 같이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지면 혈액 보유량이 감소하지만, 예측 가능한 사건이 터지는 시기라면 이를 미리 예상해 혈액 보유량을 유지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혈액 보유량이 유지되는 이유는 ‘혈액 부족 상태’에서 매뉴얼에 따른 사용량 감소와 국민들이 혈액 부족을 인지하고 헌혈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공급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는 혈액 부족 상태에서 헌혈자 수를 증가시키기 위한 정책인 ‘헌혈 홍보/장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예정이다. 헌혈 홍보와 장려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그 효과를 측정하며 글을 마무리하겠다.

[논문이야기] 혈액 보유량은 어떻게 유지될까? ④ 프로모션 효과 측정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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