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정보 엔트로피가 말하는 ‘바흐’ 음악의 매력

美 펜실베이니아대, "바흐 337개 곡 네트워크 엔트로피 분석"
바흐 음악의 특정 클러스터 구조, 편향된 뇌에도 정확한 정보 전달
향후 연구 방향, 리듬·음량·음색 등을 고려한 네트워크 분석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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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바로크 시대의 독일 작곡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종종 수학과 비교될 정도로 치밀하게 구조화된 음악을 만들었다. 수식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사람은 드물지만, 바흐의 작품은 대다수의 사람을 감동하게 한다. 따라서 음악에는 소리 그 이상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즉 악보는 ‘음정’을 통해 청취자에게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인데, 최근 과학자들은 정보 이론의 도구를 사용해 바흐 음악의 메시지 전달 구조를 더 자세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먼저 과학자들은 악보를 ‘노드’라고 하는 점과 ‘에지’라고 하는 선으로 연결된 단순한 네트워크로 표현함으로써 바흐 작곡이 전달하려는 정보를 정량화했다. 그 다음 네트워크로 표현된 곡마다 엔트로피를 계산해 작곡 간의 스타일도 비교 분석했다. 지난 2일 피지컬 리뷰 리서치에 발표된 이번 연구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바흐의 수많은 음악 스타일, 즉 ‘코랄’과 ‘토카타’와 같은 음악 스타일이 전달하는 정보의 양에 뚜렷한 차이가 발견됐으며, 바흐 음악의 네트워크 안에는 인간 청중이 메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특정 구조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흐 음악의 정보 구조, 노드와 에지로 표현한 ‘음표 네트워크’

이 연구의 수석 저자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수만 쿨카니(Suman Kulkarni) 물리학 박사과정생은 “이 아이디어가 정말 멋지다는 것을 알았다”며, “우리는 음악에 대한 가정 없이 물리학의 도구를 사용했고, 이 간단한 표현 방식으로 전달된 정보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는지 조사했다”고 강조했다.

연구원들은 1948년 수학자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이 도입한 개념인 ‘정보 엔트로피’를 사용하여 단순한 시퀀스부터 얽힌 네트워크까지 모든 정보 내용을 정량화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정보 엔트로피는 수학적으로나 개념적으로 열역학적 엔트로피와 관련이 있다. 이는 메시지가 얼마나 놀라운지를 측정하는 척도로 생각할 수 있는데, 여기서 ‘메시지’는 일련의 숫자부터 음악 한 곡에 이르기까지 정보를 전달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직관적이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정보’가 종종 확실성과 동일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 엔트로피의 핵심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배우는 것은 학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캐릭터 호도르처럼 ‘호도르’라는 말만 반복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예측 가능하지만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다. 피카츄와의 대화라면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피카츄는 이름에 포함된 음절만 말할 수 있지만 음절을 재배열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성 측면에서 조금 더 낫다. 마찬가지로 음표가 하나만 있는 음악은 뇌가 ‘학습’하거나 정신적 모델로 재현하기 쉽지만, 전달 매개의 다양성이 낮아 어떤 종류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동전 던지기를 지켜보는 것으로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뛰어난 정보 전달력으로 인간의 ‘학습 편향’ 차단해

물론 아무리 많은 정보를 담아도 그것을 받는 사람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음악적 메시지의 경우, 연구자들은 음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우리가 어떻게 학습하는지 아직 연구 중이다. 거기에는 “몇 가지 다른 이론이 있다”고 런던 퀸메리대학교의 인지 과학자 마커스 피어스는 운을 뗐다. 이어서 그는 “현재로서는 확률론적 학습에 기반한 이론이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확률론적 학습에 기반한 사고의 틀 안에서 음악을 ‘학습’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기대와 놀라움의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가 듣는 실제 소리에 대한 정확한 ‘정신적 표현’, 즉 연구자들이 ‘모델’이라고 부르는 것을 구축하는 일이다. 우리의 ‘정신적 모델’은 이전에 들었던 소리를 바탕으로 다음에 나올 소리의 가능성을 예측한다. 그런 다음 “예측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알아내 그에 따라 모델을 업데이트한다”라고 피어스는 설명했다.

하지만 인간의 정신적 모델에는 큰 결함이 하나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음악(네트워크)을 완벽하게 학습하지 못하는데, 인간에게는 특정한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편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동 저자이자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물리학자인 다니 바셋(Dani Bassett)은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세세한 부분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바흐 작곡의 네트워크 구조는 인간 청취자의 학습을 돕는 효율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바흐의 음악은 특정 음표 조합의 클러스터(집단)를 포함하고 있어, 우리의 편향된 뇌가 많은 정보를 잃지 않으면서도 음악의 정보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것을 도와준다. 다시 말해 바흐의 곡들은 특정 부분들을 ‘묶어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잃지 않고도 음악에 담긴 의미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인간의 학습 편향을 모델링하여 음악 네트워크의 총정보량과 인간 청취자가 얻을 수 있는 정보량을 비교한 결과 바흐의 음악은 실제 네트워크 구조에서 작은 편차를 유지하는 동시, 많은 양의 정보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네트워크 엔트로피 비교 분석, 음악적 메시지와의 긴밀한 연관성

쿨카니와 그녀의 동료들은 물리학자이지 음악가가 아니다. 이들은 정보 이론의 도구를 사용해 인간이 멜로디에서 의미를 읽어내는 방식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 정보 구조를 음악에서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쿨카니는 바흐의 337개 곡을 상호 연결된 노드들의 그물망으로 분해하고, 그 결과로 얻어진 네트워크의 정보 엔트로피를 계산했다. 그 다음 쿨카니는 엔트로피 수치를 가지고 바흐의 음악적 특성이 인간의 학습 방식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찬송가의 일종인 코랄에서는 다른 형태의 바흐 작곡에 비해 엔트로피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같은 크기의 네트워크를 무작위로 생성했을 때보다는 정보량이 더 많았다. 하지만 낮은 엔트로피는 코랄의 구조가 덜 복잡하고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청취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코랄은 명상적인 특색이 짙으며 교회에서 단체로 부르기 위해 고안된 곡이다. 따라서 코랄의 낮은 엔트로피는 회중의 노래와 명상을 용이하게 한다는 효과를 지니며 이는 작곡의 목적과도 일치한다.

반면 토카타와 프렐류드는 정보 엔트로피가 높다. 이는 음표 전환 네트워크에서 가능한 경로의 수가 많았다는 뜻이며 복잡성 또는 놀라움의 요소를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토카타와 프렐류드는 오르간, 쳄발로, 피아노 등 건반악기를 위해 주로 작곡됐는데, 연주자의 솜씨를 돋보이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 따라서 높은 엔트로피는 복잡하고 정교한 음악적 내러티브를 통해 청취자의 귀를 사로잡으려는 곡의 의도와 궤를 같이한다.

이러한 유형의 네트워크 분석은 바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작곡가에게 적용될 수 있다. 피어스는 이 접근법을 작곡가들을 비교하거나 음악 트렌드를 찾는 데 사용하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쿨카니는 서양 음악 전통을 넘어 악보의 정보 속성 자체를 분석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음악은 단순한 음표의 나열이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 고려하지 못한 리듬, 음량, 악기의 음색 등은 모두 음악적 메시지를 구별하는 데 중요한 요소들이다. 쿨카니도 이에 동의했으며 언급된 요소를 네트워크에 포함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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