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인천 컨소시엄서 돌연 발 뺀 인화정공, 출자 지갑도 닫았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금 1,500억원 부족, 컨소시엄 "펀딩으로 자금 모집할 것"
인화정공 추가 출자 없이 현대글로비스에 최대 출자자 지위 넘겼다
유동성 확보도 마쳤는데, 갑작스럽게 소극적 태도로 전환한 인화정공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하는 소시어스-한국투자파트너스 PE(프라이빗에쿼티) 본부 컨소시엄이 이르면 내달 말부터 최대 1,800억원의 자금 모집을 시작한다. 기존 주주 인화정공이 추가 자금을 투입하지 않은 데 따른 구멍을 펀딩으로 메우겠단 취지다.
소시어스-한투파 컨소시엄 10월 말 펀딩 나설 듯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소시어스-한투파 컨소시엄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적격매수자 승인 획득 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에어인천은 지난달 7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기본합의서(MA)를 대한항공과 체결한 바 있다. 인수 대금은 총 4,700억원이다.
에어인천은 소시어스의 기존 펀드 ‘소시어스 제5호 PEF’가 최소 4,000억원 규모로 증자하면 그중 3,000억원을 특수목적법인(SPC) ‘소시어스 에비에이션’에 내린 뒤 인수금융 3,000억원을 더해 4,700억원으로 화물사업부 인수 대금을 치를 예정이다. 남는 1,300억원은 향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분할 법인이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투입할 계획이다.
다만 이 계획을 현실화하기엔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5호 PEF를 4,000억원까지 키워야 하는데, 현재로선 인화정공의 기존 출자액(1,000억원)과 현대글로비스가 출자할 금액(1,500억원)까지 총 2,500억원만 확보된 상태다. 총 1,500억원이 부족한 셈이다.
이에 컨소시엄은 EC의 적격매수자 승인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는 10월 말께부터 펀딩을 활용해 자금을 끌어들일 방침이다. 남은 1,500억원에 관리보수 및 실사 비용 200억~300억원을 더해 최대 1,800억원을 모은다는 게 컨소시엄의 구상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아직 투자 설명서를 만들기 전이지만 100억원 단위로 출자하려는 수요가 벌써 많은 상황”이라며 “펀딩 자체는 무리 없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에어인천 뒷배 역할 맡아 온 인화정공
에어인천은 이전까지만 해도자금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화정공이 든든한 뒷배 역할을 도맡아 왔기 때문이다. 에어인천의 최대 주주는 소시어스에비에이션이라는 SPC인데, 이 위에 5호 PEF가 자리하고 있다. 또 5호 PEF는 인화정공이 지분 99.57%(올해 1분기 기준)를 쥐고 있다. 사실상 인화정공이 에어인천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단 것이다.
이 때문에 인화정공의 자금이 에어인천으로 흘러가는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이번에도 지난 6월 1,000억원을 5호 PEF 펀드에 출자한 뒤 추가로 1,000억원을 투입해 지분 우선매수권을 가진 후순위 출자자가 되겠다고 밝히며 에어인천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그런데 지난달 현대글로비스가 컨소시엄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면서 기류가 다소 바뀌었다. 현대글로비스가 1,500억원을 출자하고 인화정공 대신 우선매수권과 최대 출자자 및 후순위 출자자 지위를 가져간 것이다. 대신 인화정공은 선순위로 자리를 옮겼고, 추가 출자를 이루지 않으면서 최대 출자자 지위를 그대로 현대글로비스 측에 넘겼다. 사실상 발을 뺀 셈이다.
인화정공 태도 전환에 업계 “의아”
인화정공이 소극적인 태도로 전환하자 시장에선 의아하단 반응이 나온다. 최근까지도 인화정공이 에어인천에 대량의 자금을 투입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게 나왔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등 관련 정황이 드러난 바도 있다. 실제 인화정공은 지난 2월 보유하고 있던 한화엔진 지분 33.17% 중 21.59%를 매각해 약 1,374억원을 현금화했다. 투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한 현금을 미리 확보해 뒀단 의미다.
사업 진행에 부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에어인천의 사업 계획은 막바지 단계로, 에어인천은 이달 말 스위스포트와의 지상조업 계약이 끝나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에 에어인천의 지상조업 서비스를 맡길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터미널도 에어인천으로 이관된다. 이에 따라 현재 단거리 위주로 운항 중인 노선을 미주·유럽 등 장거리로 확대하고 내년 7월 1일부터 아시아나항공이 기존 취항하던 주요 노선에 화물기를 띄울 방침이다. 사실상 사업 준비까지 끝마친 상태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물론 EC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가 변수로 남아 있긴 하나, 불확정성이 큰 수준은 아니다. 이를 오랜 준비 기간을 거친 사업에서 갑작스럽게 발을 뺀 이유로 보기엔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