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OTT 총결산-하반기②] OTT 중심 콘텐츠시장 확장

2022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계의 키워드는 ‘성장’이다. <오징어 게임>(2021)에서 시작된 K-콘텐츠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국내 시장은 활기를 띠었다. OTT 오리지널 작품을 포함해 전체 콘텐츠 제작 수가 늘었고, 그만큼 투자 금액도 높아졌다. 그러나 엔데믹 시대의 도래와 함께 비대면 문화를 선도하던 OTT는 성장 침체기에 들어섰고, 본격적인 생존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세계 시장 진출의 타이밍을 놓친 토종 OTT 플랫폼은 국내 지분 싸움과 더불어 해외 진출 방안을 모색하며 엄청난 투자를 감행했다. 생존을 위한 전략 모색은 해외 OTT도 마찬가지다. 업계 1위인 넷플릭스는 코로나19 이후 구독자 감소세를 보였고, 호기롭게 한국에 진출한 디즈니+와 애플TV+는 그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위기를 맞이한 이들은 요금 인상 및 광고 요금제 도입 등 변화를 시도했다. 콘텐츠산업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면서 올해 정부 부처와 업계, 학회에서는 OTT 관련 포럼, 세미나, 학술 대회 등을 개최하며 국내 시장 안정을 위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제 정점에 도달한 OTT 산업 1년간의 이슈를 살펴보고, 올 한해를 빛낸 작품 BEST3와 배우를 선정해 활약상을 되짚어본다.

 

하반기(7~12월) OTT 콘텐츠 이슈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열풍
올해 하반기를 휩쓴 콘텐츠는 단연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다. 낯선 채널에서 방송되어 0.9%로 시작한 시청률은 최종 17.5%를 기록하며 역대급 상승세를 보였다. 배우 박은빈을 중심으로 강기영, 주현영 등 조연급 연기자들도 주목받으며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고, 공감대 높은 이야기로 해외 팬들까지 확보했다.

TV 드라마인 <우영우>가 OTT 총결산에 이름을 올린 까닭은 해외 OTT 넷플릭스에서 올린 성과와 K-콘텐츠의 문화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렸기 때문이다. 업계 1위 넷플릭스는 지난 4월 운영 11년 만에 처음으로 가입자 수가 감소했다. 그런 가운데 <우영우>의 덕을 톡톡히 봤다. 조사 결과 올 한 해 동안 넷플릭스 전 세계 회원의 60%가 1편 이상의 한국 작품을 시청했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지금 우리 학교는>이 시청시간 기준 넷플릭스 역대 비영어 시리즈 부문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0월 발표한 넷플릭스 3분기 실적을 들여다보면 <우영우>는 전 세계 28개국에서 주간 비영어권 시리즈 1위를 차지하고 4억 200만 이상의 시청시간을 기록했다. 또 4분기 가입자가 450만명 증가하며 호실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우영우(박은빈 분)가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하며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하는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성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선정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고, 매회 다른 현실적 이야기와 자폐증은 다각도로 볼 수 있는 에피소드로 감동과 공감을 선사했다.

민감한 소재인 만큼 몇 가지 논란을 피할 수 없었지만, 장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며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문제점,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마음가짐, 그들을 대하는 태도 등 여러 유익한 점들도 발견되며 ‘문화 다양성’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계기가 됐다.

◆ <수리남> <작은 아씨들> 문화 감수성 부족 ‘논란’
올해 그렇다 할 대형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 넷플릭스 하반기 인기작은 9월 공개한 <수리남>(감독 윤종빈)이다. 공개 이틀 만에 글로벌 8위 안착에 이어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꼭 봐야 할 넷플릭스 K-드라마 6위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에서는 마약 투여 논란 하정우의 복귀작이자 황정민, 박해수, 유연석 등 인기 스타들의 출연으로 입소문을 탔다.

그러나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으로부터 강력한 지탄을 받았다. 자국을 마약의 온상지로 표현한 것에 대해 법적 조치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으로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수리남에서 칼리 카르텔과 손잡고 마약 밀매조직을 만들어 마약왕이 된 한국인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윤종민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가상 국가를 적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서 “특정 국가나 단체의 명예가 표현의 자유와 상충할 수 있어 창작자로서 고민이 많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수리남>이 인기를 끌면서 해당 논란 또한 이슈가 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기로 논란이 묻혔다.

이후 tvN 인기 드라마 <작은 아씨들>(극본 정서경)도 국가 간의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극 중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군인이자 사조직 ‘정란회’를 세운 원기선(이도엽 분) 장군이 전쟁 영웅으로 묘사되며 “한국 군인이 베트콩 병사 20명을 죽일 수 있다. 어떤 군인은 10명까지 죽였다”라고 말한 부분이 문제가 된 것. 베트남 측은 “드라마 속 설정과 대사가 한국군을 전쟁 공로자로 묘사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베트남 넷플릭스에서 작품을 삭제했다.

K-콘텐츠의 글로벌 부흥은 양날의 검이다. 폭발적인 인기를 통해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고 콘텐츠시장을 확대하며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반면 표현법에 더 섬세한 주의가 요구된다. 콘텐츠를 통해 국경의 경계까지 사라진 보더리스(Borderless) 시대인 만큼 문화 감수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자칫하면 문화 간 갈등을 넘어 국가 간 문제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작품에서 특정 국가, 민족, 종교 등을 다룬다면 철저한 공부와 준비로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 최민식-한석규-송혜교 등 베테랑 배우 OTT행
국민의 70%가 OTT를 시청할 만큼 시장이 커지면서 TV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베테랑 배우들이 OTT 작품을 선택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최민식은 24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디즈니+ <카지노>를 선택했다. 지난 12월 21일 첫 공개된 이 작품은 카지노의 왕이 된 한 남자 차무식(최민식 분)이 일련의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은 후 생존과 목숨을 걸고 게임에 복귀하는 강렬한 이야기다. 최민식은 인물의 30대부터 노년기까지 연기하며 다채로운 모습을 선사한다.

1997년 <사랑과 이별> 출연 이후 25년 만에 선택한 드라마가 디즈니+라는 사실에 업계는 물론 대중들로 놀라워했다. 그는 “드라마의 긴 호흡이 그리웠다. 2시간 분량의 영화와 다르게 여유 있게 하고 싶은 이야기와 표현을 다 해볼 수 있는 시리즈물을 해보고 싶었다”면서 16부작 방대한 스토리에서 차무식이라는 인물을 그려내며 “아주 화끈한 경험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석규는 12월 1일 공개된 왓챠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에 출연했다. 한 끼 식사가 소중해진 아내를 위해 서투르지만 정성 가득 음식 만들기에 도전하는 남편과 그의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로, 강창래 작가의 실화가 담긴 동명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한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이후 2년 만의 드라마 복귀이자, 첫 OTT 시리즈로 해당 작품을 선택한 한석규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면서 “오롯이 부부의 사랑, 부모와 자식, 음식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는 순수한 의도를 전했다.

등장과 동시에 시청률을 보장하는 스타 배우 송혜교는 12월 30일 공개하는 넷플릭스 <더 넷플릭스>에 출연한다. 작품은 유년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온 생을 걸어 복수에 나서는 주인공 ‘문동은’ 역을 맡은 송혜교는 <태양의 후예> 이후 김은숙 작가와 재회하며 첫 복수극에 도전, 과감한 연기 변신을 꾀했다.

대본을 읽는 순간 빠져들었다는 송혜교는 “항상 이런 역할에 끌렸는데 ‘드디어 만났구나’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한동안 멍했다”면서 기존 다수의 멜로드라마에서 보여준 것과 다른 낯선 모습을 기대케 했다.

베테랑 배우들의 OTT行은 그만큼 투자가 늘고, 매력적인 작품(대본) 또한 많아졌다는 증거다. 텐트폴이라 불릴만한 대작들의 제작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이들의 명성에 힘입어 비교적 영향력이 낮은 왓챠와 디즈니+가 플랫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