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지원 대책 수립한 서울시, 실효성 있을까?

서울시, 반지하 가구에 주거 안전망 구축할 것 공공임대주택 매칭하고 초기 정착금도 지원 힌남노가 할퀴고 간 흔적, 세밀한 지원책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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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기생충’ 中 발췌

서울시가 ‘반지하 거주 가구 지원대책’의 일환으로 중증 장애인, 독거노인, 아동 양육 가구 등 침수 시 대피가 어려운 이들에 대한 주택 상태 및 면담 조사를 진행한다. 이주를 희망하는 가구에 대해 공공임대주택을 매칭하고 보증금과 이사비 등 초기 정착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중증 장애인이 거주하는 반지하에는 차수판 등 침수 방지 시설도 설치한다.

시는 지난달 침수 위험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중증 장애인 370가구에 대한 주택 상태 조사와 거주자 특성 면담 조사를 완료하고 이달부터 가구별 지원에 들어간다고 5일 밝혔다. 시는 앞으로 주거약자를 지속 발굴·조사·지원해 촘촘한 주거안전망을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8월 행정2부시장을 단장으로 구성한 특별전담반(TF)을 통해 ‘3분의 2 이상 땅에 묻혀 침수 등 재난에 취약한 반지하 주택’에 사는 중증 장애인 370가구를 우선적으로 선별해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370가구 중 침수방지시설이 필요한 곳은 204가구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주 출입구가 낮은 곳에는 물이 밀려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차수판, 침수 시 창문처럼 열고 탈출할 수 있는 개폐식 방범창 설치가 필요한 곳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개폐식 방범창, 침부 방지턱 등 설치 지원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 8일 용산과 성동에 위치한 반지하 주택 2개소에 개폐식 방범창을 시범 설치한 바 있다. 향후 이번 조사에서 설치를 희망한 67개 가구에 우선 설치한 뒤 나머지 가구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 밖에 고인 물이 주택 출입구나 경사로를 통해 집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침수 방지턱, 물막이 언덕을 설치하고 안여닫이 현관문, 비상탈출 사다리, 침수경보기 등 설치도 지원한다.

지난 9월 13일~28일에는 중증 장애인이 거주 중인 반지하 370가구에 대한 특성조사가 진행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주거 상향을 희망하는 기초생활 수급가구는 69가구로, 이 중 4가구는 주거상향 신청을 완료하고 현재 공공임대주택 매칭 중에 있다. 시는 보증금, 이사비를 비롯해 초기 정착을 위한 생필품 등도 지원한다. 또한 입주 후에도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 생활 안내, 지역복지 연계 등 다각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공공임대주택이 아닌 민간의 임대주택 지상층으로 이주를 원하는 침수 우려 반지하 또는 반지하 거주 중증 장애인 가구를 대상으로 월 20만원 ‘반지하 특정바우처’도 지급한다. 11월 중으로 희망 가구를 신청받아 12월부터 지급할 예정이다.

유창수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금번 발표한 지원 대책은 일회성 조사와 지원이 아니라 실제 침수위험과 열악한 여건에 놓인 주거취약가구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안전과 주거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서울시의 강한 의지”라며 “반지하 주택뿐만 아니라 옥탑, 고시원, 쪽방 등 주거안전 취약가구 전반을 지원하기 위한 촘촘한 주거안전망을 차근차근 갖춰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사진=영화 ‘기생충’ 中 발췌

침수 피해 반지하 가구, 4만 7,000여 곳

지난달 중부지방 폭우와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강타하며 반지하 문제는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폭우, 홍수, 범람 등으로 인한 침수 위험 지역에 있는 반지하 가구는 전국적으로 4만 7,000여 곳에 달한다. 반지하 침수 및 그에 따른 인명 피해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는 명백한 민생 현안이라는 의미다. 물론 국가 차원에서 주거 빈곤 개선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외 계층의 주거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제자리 걸음에 있다. 시가 순차적이고 지속적인 지원 대책을 약속한 만큼, 이번엔 좀 더 세밀한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번 지원대책에 실질적인 효용성이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 든다. 당장 침수 위험 지역의 반지하 가구만 전국 4만 7,000여 곳이며, 전체 반지하 가구 수는 32만여 곳에 달한다. 그러나 이번 지원 대책 대상에 포함된 가구는 기껏해야 천 명도 채 넘지 못한다. 현실과의 괴리감이 적지 않은 이유다.

시가 대책 마련의 지속성을 역설했으나 끝에 사실상 유야무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반지하 관련 대책은 지금까지도 수없이 많았다. 영화 ‘기생충’으로 반지하에 대한 관심이 커졌던 지난 2019년, 당시 국토교통부는 8,631가구를 최저주거기준 미달·침수 우려 반지하 가구로 분류하고 핵심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관악구 세 모녀가 참사를 당한 집 또한 핵심 관리 대상으로 분류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반지하의 열악한 주거 문제를 해결하라는 목소리는 20년 전부터 나왔지만 변화는 너무나 더디다. 2000년과 2022년, 과거와 현재 지하층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 과연 변화가 있긴 했는가. 전국 32만여 가구가 침수 피해, 나아가 인명 피해 걱정 없이 살아갈 날이 올 수 있을까?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는 여전히 깊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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