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카카오 서버 화재 사태로 본 한국IT기업의 한계와 도전
카카오, 15일 낮 화재로 16일 오전까지 국민 SNS 카카오톡 먹통, 사용자들 대혼란 “서버 분산 기본 조치도 안 했나”, 카카오 먹통에 시민들 ‘분통’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의 ‘금융’서비스, 계속 쓸 수 있을까? 다른 IT회사들 신뢰도는?
경기도 판교 소재 SK(주) C&C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15일 오후 국민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의 기능이 전면 마비됐다.
SK(주) C&C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쯤 경기도 판교 소재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의 여파로 카카오와 네이버 등 국내 양대 인터넷 서비스 회사의 상당수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SK C&C는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으나 안전을 위해 전원 차단하고 진화 중이기 때문에 입주사 서비스에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카카오톡을 비롯한 다음 카카오 다수 서비스와 네이버 일부 서비스 그리고 일부 SK 관계사 대고객 서비스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신고는 3시 33분에 들어왔다”며 “불이 난 곳이 배터리다 보니 계속 화재 진압 중이고, 완전히 끄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화재 진압은 늦은 밤 11시 46분에나 완료됐고, 다음 뉴스 서비스는 11시 30분부터, 카카오톡 메시지 수발신은 이튿날 오전 1시 30분쯤부터나 재개됐다. PC카톡 로그인은 다시 10시간이 더 지난 오전 10시 25분에야 재개될 수 있었다.
“데이터센터 하나 나갔다고 전체가 다운되나” 불만 가중
일각에서는 전 국민이 이용하는 서비스인데 화재 한 번에 중단됐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IT시스템은 서버를 분산시켜 관리해서다. 실제 이 시간, 네이버 서비스 상당 부분은 복구돼 정상 가동되고 있음에도 카카오는 상당수 서비스가 아직 먹통이다. SK C&C는 이날 “일부 서비스들이 백업 미비 등으로 장애가 지속되는 부분은 해당 서비스 제공사에서 설명드릴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용자들의 불만도 쇄도하고 있다. 한 이용자는 “데이터센터 하나가 나갔다고 서비스 전체가 다운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전 국민 대상 서비스가 너무 허술하게 운용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이용자도 “카카오에 대한 이용자 의존도가 높은데 이처럼 서비스가 전면 불통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서 “대기업인데 마치 스타트업 같은 태도라면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카카오 관계자는 “서버 이중화는 다 되어있는데, 서비스 자체가 복잡하게 구성된 데다 하나의 IDC(인터넷데이터센터) 전체가 영향을 받는 이슈다 보니까 다른 서버로 전환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서비스가 복구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했다.
플랫폼 IT기업의 민낯, 민낯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시스템
TV조선, MBN 등의 주요 종편 언론사들은 ‘카카오 사태’에 전문가 대담 중 ‘저희 사내에서도 오전 기획 회의에 주로 쓰는 SNS다 보니’라는 표현을 쓰면서, 회사 운영 깊숙한 곳에 카카오의 주력 서비스인 카카오톡에 의존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사실상 독점 체제의 SNS 서비스인 탓에 단순한 메시지 전달뿐만 아니라 회사의 기획 회의에까지 활용되고 있을 만큼 한국 사회 전체가 카카오톡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스마트폰 이전 시대에는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로 구분되었던 업무가 카카오톡을 비롯한 SNS로 통합되면서, 중앙집중시스템이 붕괴했을 때 어떤 파급효과가 나타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특히 서버 분산이라는 지극히 기본적인 IT서비스 기본도 안 지킨 플랫폼 IT기업이 자회사 포함 4개 회사가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고, 4개 회사의 기업가치 합계가 100조원이 넘을 만큼 거대회사라는 것은 한국 IT업계의 민낯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평이다. 카카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서버 이중화가 되어 있다고 해도 워낙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보니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반면, 경쟁사인 네이버는 현재 춘천에 자체 서버실을 운영하고 있고, 대부분의 서비스를 이동해 놓은 상태로 알려졌다. 춘천 서버는 진도 9 이상의 지진뿐만 아니라 홍수, 태풍, 화재 등의 천재지변에도 무중단 운영이 가능하고, 전력 공급이 단절될 경우에도 2.5초 만에 72시간 자체 전력 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갖추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IDC센터 하나의 문제인가, 한국 IT기업들의 본질적인 문제인가?
정부가 관리에 나서야 한다, 카카오그룹은 부실 운영을 이유로 철퇴를 맞아야 한다 등의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IT업계 관계자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다음과 합병한 이후 카카오그룹은 운영 서버를 결합하는데 장시간 문제를 겪었고, 지금도 단일 로그인(Single Sign-On, SSO)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하는 데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IDC센터의 화재 문제, 배터리 관리 문제 등의 하드웨어적인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IT기업의 소프트웨어 기술력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IT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 대부분의 기업은 적당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른 서비스화와 매출액 창출에만 관심을 두고, 도전적인 기술 개발은 등한시하는 풍토가 강하다고 알려졌다. 판교 인근의 모 게임사는 데이터 과학 기반의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히고는, 게임 유저들의 행동 데이터를 하나하나 담는 데이터 서버 확장 비용만 고민했을 뿐 정작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가, 모든 데이터가 다 필요한가 등의 더 본질적인 논의는 소홀히 해왔다는 제보도 있었다. 한국 IT업계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사고력이 필요한 도전적인 사업은 포기하고 하드웨어 추가, 설비 외양 개선 등의 ‘보여주기’ 사업 라인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카카오 사태’의 본질도 IDC센터의 서버실 관리 부실, 혹은 배터리 기술력의 문제를 다룰 것이 아니라 다중서버 관리 역량이 부실했던 카카오그룹의 본질적인 소프트웨어 기술력 부재를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쿠버네티스(Kubernetes)를 이용한 컨테이너화된 서비스 자동 관리, 도커(Docker)를 이용한 분산처리 등이 2014년 출시 이후 이미 상용 기술화 되어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이런 고급 IT서비스를 운용하는 회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카카오그룹은 가장 민감하게 관리해야 하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임에도 서버 분산과 같은 기본기를 놓친 것이다.
카카오 금융 서비스로까지 퍼진 불신
카카오뱅크와 경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 업체의 관계자는 카카오에서 떨어져나오는 유저들을 확보할 기회가 왔다며 좋아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신생 IT스타트업들의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한국 사회 전체에 퍼져나가는 것 같아 두려움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실제로 빅데이터 여론 분석에서도 카카오그룹 서비스 먹통 사태는 금융시장의 불안과 연결된 키워드와 함께 등장하고 있고, 더 나아가 소비자 신뢰지수도 급격히 하락한 모습이다. 누리꾼 중에는 ‘카카오만 이런 게 아니라 토스나 다른 스타트업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듯’이라는 댓글을 다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단순히 카카오그룹만의 문제가 아닌, 다른 IT스타트업 전반으로 불신이 퍼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카카오그룹 입장에서도 야심 차게 내놓은 금융서비스 라인업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앞으로 계속 쓰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내놓은 유저들의 이탈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톡을 이용한 로그인 연동 서비스를 제공했던 빗썸 유저들이 모인 게시판에는 ‘수수료도 많이 벌면서, 차라리 이메일 로그인 만들어라’는 댓글이 연이어 달리기도 했다. 불신이 커지면서 다른 IT기업들 전반에 각종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이 보다 분명해지는 이유다.
향후 안정성에 대한 논의가 한동안 IT업계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IT기업들이 서버 분산, SSO 로그인 관리 등의 기초 중의 기초를 탄탄하게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편 17일 오전 장이 열리자마자 카카오그룹 주가는 5~7% 동반 하락세다. 직전 거래일인 14일에 손자회사인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상장 연기 소식으로 4~10% 상승했던 부분을 모두 반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