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중소기업 회계 부담 합리화 방안 추진한다

대기업 중심 제도로 중소기업 부담 과하게 가중돼 소규모 상장사 부담 줄이고, 대형 비상장사 범위 조정 회계 전문 인력 일자리 확장과 회계법인 매출에는 악영향을 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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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위원회

중소기업들의 숙원이었던 각종 회계 부담에 대해 금융당국이 회계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놨다. 지난 5일 금융위원회는 외부감사비용 축소 등 중소기업의 회계 업무 부담을 덜고 경영진의 회계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소기업 회계 부담 합리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에는 ‘별도 규제’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회계 및 외부감사제도는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 (이하 ‘외감대상’) 중 상위 1.5%에 해당하는 대형 상장사에 적합하게 설계되어 기업 부담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되었다. 대형 상장사 위주로 설계된 회계 규제를 소기업에 그대로 적용하면 효과보다 오히려 비용이 커지게 된다. 연말 감사보고서에 대한 외부 감사를 받는 비용은 고정가격으로 정해져 있는 부분이 있고 감사보고서 제작에 투입되는 인력 채용에 대한 부담도 매출액에 관계없이 고정가격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담이 가중된 중소기업이 각종 제도를 형식적으로만 준수하는 사례가 많았으며 규제 집행도 쉽지 않았다. 한 회계사는 “회계사 초년 시절에 소기업 감사에 배정되면 일거리는 많은데 회사에 자료가 없어 괴로움을 겪는 일이 많다”며 “울면서 회계사 안 하겠다고 하는 인력도 생길 정도”라고 현장의 애환을 전달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금융위가 발표한 중소기업 회계 부담 합리화 방안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의미 있는 조치로 풀이된다.

소규모 상장사 외부감사 면제

우선 소규모 상장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 부담이 줄어든다내부회계관리제도는 재무제표를 회계처리 기준에 따라 신뢰성 있게 작성·공시하기 위해 회사에서 설계·운영하는 내부 통제 제도다. 당초 내년부터 모든 상장사 대상으로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가 확대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금융위는 자산 1,000억원 미만 소규모 상장사의 경우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를 면제하도록 외부감사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내부 역량을 믿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및 외부감사인 검토 의무가 부여되는 비상장사의 범위도 축소된다. 대형 비상장사는 상장회사와 같은 수준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의무주기적 지정제 적용, 3년 연속 동일 감사인 선임 등 높은 회계관련 규제를 받는데 그 범위를 축소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현행 자산 1,000억원 이상 기타 비상장사가 모두 ‘대형 비상장사’로 판단되어 외부감사 의무를 부여받고 있지만 개정 이후에는 5,000억원 이상 기타 비상장사로 그 범위가 조정된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대형 비상장사는 3,841개에서 807개로 크게 감소하게 된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표준감사시간제도 시행으로 평균 회계감사 시간이 10% 이상 늘고 이에 따라 감사 보수도 증액되는 상황에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확대는 중소기업의 감사 부담을 가중할 우려가 있었다며 자산 1,000억원 미만 소규모 상장사에 대한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면제는 중소기업 감사 부담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상장 중소기업 감사 기준 완화

또한 비상장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완화된 수준의 별도 감사기준을 내년 1분기까지 제정해 2023 회계연도 감사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적용 대상은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자산 200억원 미만 또는 매출액 100억원 미만인 비상장 기업이다. 단 이해관계자가 많고 거래구조가 복잡한 상장 예정 기업, 연결재무제표 작성 기업, 금융회사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공시 서식을 만들어 회계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형식뿐이라는 비판을 받는 내부회계관리제도 공시를 개선해 자금 부정 통제 등 상세한 내용을 포함한 내부 회계 운영실태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2년 연속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 의견을 받는다고 해도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에서는 제외한다. 과도한 페널티 부여로 코스닥 상장사 경영진의 내부회계관리제도 관련한 자발적인 시정 노력 회피를 막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내년 2분기까지 개정 완료할 것

한편 금융위는 외부감사 과정에서 기업과 감사인 간 의견 교환 활성화를 위해 외부감사인의 허용·금지행위에 관한 실무 사례집을 배포하며 비조치 의견서 제도 활용에 대해서도 안내한다. 이와 더불어 중소기업의 회계 업무 어려움을 돕기 위해 한국거래소 내에 중소기업 회계지원센터를 설치한다. 중소기업은 회계지원센터에서 회계기준 질의회신 작성재무제표 작성 컨설팅감사 계약 애로사항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보상 수준을 높여 회계정보 관련 부정행위 신고 활성화를 유도한다. 포상금 산정 방식을 변경해 신고자의 건별 포상금이 현재보다 3배 이상 수준이 되도록 조정하는 식이다. 포상금 산정 시 차감 요소를 최소화해 현재 건당 평균 3,000만∼4,000만 원에 불과한 실제 보상 수준을 보였다.

금융위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개선 사항은 연내 마무리하고 법률과 외감 규정 등 입법이 필요한 조치들은 내년 2분기까지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하여 송병관 금융위 기업회계팀장은 “이번 방안으로 중소기업 회계 투명성을 유지하면서 과도한 회계 비용 부담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회계법인 반응은?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대체로 시행령 개정에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내년 매출액 100억원 돌파를 앞둔 한 스타트업 재무이사는 “내년부터 재무담당 인력을 여럿 채용해야 할 상황이나 인력 채용이 쉽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내년 2분기 시행령 개정이 예정된 만큼 다급한 인력 채용에 대한 부담감은 덜었다는 반응이다. 이어 “기존대로 세무·회계 법인에 의지하는 시간이 최소 2-3년 정도 더 길어진 만큼 아낀 역량을 기업 성장에 더 쏟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답했다.

국내 소기업 외부감사가 주 수익원인 중·소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중소기업에게 부담은 덜 하겠으나 재무제표의 적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여지가 늘었다”며 “다만 현금 거래가 급격하게 줄어 회계 감사 이외에도 다양한 채널로 크로스 체크(Cross-check, 교차검증)가 가능한 만큼 외감법 적용 대상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해야 할 필요는 있었다”고 답변했다. 한편 재무 전문 인력들의 일자리나 회계법인들의 매출액에 타격이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