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국채 금리 年4%, 수익률 곡선도 우하향 되나?
장·단기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하며 연 4% 돌파 금리 역전 현상은 경기 침체 우려로 장기금리가 눌린 탓 이자율, 향후 1년간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
한국은행이 연이어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데다 향후 미국 금리 이상으로 금리가 높아질 우려가 있는 가운데, 장·단기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하며 연 4%를 넘었다.
국채 금리가 저축은행 예금 수익률보다 높아진 데다, 세금을 제외한 실질 수익률도 연 4%에 가까워진 상태다. 일반 예·적금 상품의 경우 저쿠폰(낮은 금리) 장기국채와 같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예금 금리가 7~8% 이상 돼야 한다. 고액 자산가는 이자의 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금융소득종합과세 최고세율 대상자가 많은 만큼, 더 적극적으로 국채 매입에 관심을 두게 되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개인투자자의 채권 순매수액은 14조4,393억원에 달한다. 그 이전인 2019~2021년 3년 동안의 순매수액 12조1,198억원보다 많은 수치다.
수익률 곡선(Yield curve) 우하향으로 변하고 있어
수익률 곡선은 단기 이자율이 낮고, 장기 이자율이 높은 것이 일반적인 형태다. 여기에 보다 긴 기간 동안 돈이 묶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기간 프리미엄’이 더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건 채권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경기 침체 우려 여파로 장기금리가 눌려서다.
경기 전망이 안 좋아지면서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은행에서 장기로 돈을 빌리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은행도 굳이 높은 금리를 주며 만기가 긴 예금을 유치할 필요가 없어져 이자율을 올리는 데 소극적이다. 아울러 위에서 언급한 장기채 적극 구매 수요로 채권 가격이 상승하며 전체 수익률을 낮추기도 했다.
한편 단기 금리 자체가 많이 오른 것도 있다.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은 1년물 금리가 연 4.5%로 같은 만기의 은행채 수익률보다도 높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새 은행채 1년물 수익률은 4.12~4.47% 수준이다. 통상 은행채 수익률은 같은 만기의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다. 은행채는 지점을 통해 조달하는 게 아니라 인건비, 임차료 등 비용이 적게 들어가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 AAA급 채권이긴 하지만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 프리미엄도 있다. 또 정기예금은 소비자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해지할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서 조달 안정성이 떨어지는 등 조건이 안 좋은데도 유동성이 급하니 웃돈을 줘서라도 자금을 가져오려는 것이다.
아래의 수익률 곡선은 6개월 전까지 일반적인 우상향 그래프였다가 최근 들어 급격하게 우하향 형태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기 과열의 지표인가, 경기 침체에 대한 신호탄인가?
금융 교과서에서는 수익률 곡선이 단기적으로 우하향 형태를 띌 경우 경기 과열로 인한 이자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영업 활동을 축소시켜서 장기적으로는 균형 이자율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한 채권 트레이더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수익률 곡선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장기 이자율이 더 낮은 상황, 즉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률 곡선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이자율이 향후 1년간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더 가파른 수익률 곡선이 나오면 더더욱 장기 침체에 대한 불안이 시장에 증폭되는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3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3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들이 20년 만기 장기국채를 9월 한 달 동안에만 투자자 1인당 평균 9억원씩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순매수액은 1,000억원이 넘는다. 3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들의 지난달 장기국채 매수량은 올해 1~8월 평균의 10.8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시장 유동성이 감소하는만큼 투자가 위축되고 경기 침체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위의 빅데이터 기반 키워드 네트워크에서도 이러한 관점이 잘 드러난다. 녹색 키워드 그룹은 국내 금융시장의 냉각, 붉은색 키워드 그룹은 환율로 흡수되는 해외 시장의 충격파를 보여준다. 이 중 녹색 키워드 그룹은 이자율 급등으로 채권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해 매입 관련 언급량이 크게 늘었던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금리 인상이 더 예정된 만큼 채권 수요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채권 트레이딩 관계자는 “국채 금리에 정점이 오고 있다고 보고 발 빠르게 선제 투자에 나선 것이 최근 고액 자산가들의 움직임”이라 해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