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쉬마크’ 인수한 네이버, 버티컬 C2C 플랫폼 꿈꾼다

개인 간 거래 플랫폼, 버티컬 C2C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 C2C 핵심지인 북미를 거점으로 글로벌 포트폴리오 구축 웹툰과 왓패드만으로는 한계, 돌파 위해 새로운 기술 추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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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북미 최대 패션 개인간거래(C2C) 플랫폼 포쉬마크(Poshmark)를 인수했다. 포쉬마크의 순기업 가치는 주당 17.9달러, 순기업가치 12억 달러로 평가되었으며 회사가 보유한 현금 5.8억 달러에 대한 대가로 최종 16억 달러(한화 약 2조3,000억원)가 책정됐다.

美 대표적 C2C 플랫폼 포쉬마크

포쉬마크는 커뮤니티 서비스가 결합한 미국의 대표적인 C2C 플랫폼으로, 2011년 설립된 이후 8,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포쉬마크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 단위의 소셜·커뮤니티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C2C 커머스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당근마켓과 무신사가 결합한 형태라 생각하면 쉽다.

포쉬마크의 사용자(구매자)는 커뮤니티처럼 지역별 피드 및 팔로잉 구성이 가능하다. 이들은 자신이 팔로우한 인플루언서의 피드를 확인하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아이템이나 게시글을 발견할 수 있으며, 앱 내에서 제공되는 포쉬파티(Posh Party)라는 라이브 비디오 포맷의 가상 쇼핑 이벤트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커뮤니티 기능이 추가된 형태인 만큼 앱 내에서 유명해진 판매자들은 ‘Posher’라 불리며 인플루언서로서 자리매김하기도 한다. 이 같은 순환적인 기능이 20·30세대에게 특히 잘 통한 덕분에 포크마쉬는 2021년 말 기준 760만 명의 구매자와 560만 명의 판매자, 3,700만 명의 활성 사용자를 거느릴 수 있게 됐다.

버티컬 C2C 포쉬마크, 20·30 등에 업고 유니콘 등극

패션, 미용 등 한정된 카테고리에 집중된 ‘버티컬 C2C 플랫폼’이라는 점도 포쉬마크의 큰 특징이다. 최근 유럽과 북미에선 패션이나 한정판, 명품 등 한정된 카테고리 내에서 동일한 관심사를 지닌 개인들 간의 거래 플랫폼인 버티컬 C2C 시장이 꾸준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포쉬마크도 그 흐름의 일환인 셈이다.

이는 한정적인 카테고리 내에서 개인 간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경우 그 커뮤니케이션의 정도가 고도화되고 다각화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디씨인사이드 등 커뮤니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커뮤니티의 폐해를 차치하자면 특정 카테고리 내부에서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고 커뮤니티 전체가 활성화되는 좋은 예시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포쉬마크는 20·30세대의 환호성 아래 2021년 기준 연간 거래액(GMV) 18억 달러, 매출 3.3억 달러를 기록했다. 2분기 기준으로는 GMV 4.8억 달러, 매출 9,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포쉬마크가 순기업가치 16억 달러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발돋움한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진=포쉬마크 사이트

버티컬 플랫폼 꿈꾸는 네이버, 20·30 결집이 과제

네이버는 포쉬마크를 인수함으로써 버티컬 플랫폼으로의 진화가 거세지고 있는 글로벌 C2C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네이버는 이전에도 국내에서 크림을, 일본에서 빈티지시티를 성장시키고 유럽에서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 투자하는 등 버티컬 플랫폼으로의 성장을 꾀해왔다.

이번 포쉬마크 인수는 네이버의 이 같은 버티컬 C2C 플랫폼 투자의 연결점이 될 전망이다. 포쉬마크 인수를 통해 C2C 시장의 핵심지인 북미 지역을 거점으로 한국-일본-유럽을 잇는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현재 네이버의 목표다.

양사는 북미 지역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웹툰과 왓패드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포쉬마크를 통한 커머스 사업 간의 서비스적 연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또한 네이버가 보유한 검색 및 AI 추천 및 비전(vision) 기술, 라이브 커머스, 커뮤니티 플랫폼, 광고 플랫폼 등을 활용해 포쉬마크의 사용자에게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행보를 펼쳐나갈 예정이다.

네이버와 포쉬마크에 남은 최대 과제는 ’20·30세대를 어떻게 결집시킬 것이냐’다. 양사는 우선 웹툰과 왓패드를 중점에 두겠다 밝혔으나, 이것 만으론 비전이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네이버 웹툰의 경우 이미 전성기를 넘어선 지 오래고 왓패드는 여성 사용자 비율이 80% 이상이라 한계가 뚜렷하다. 이에 네이버와 포쉬마크가 앞으로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와 커뮤니티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20·30세대가 이에 응해줄 것인지에 대에 관심이 모인다.

“실리콘밸리에서 한 단계 높은 성장 기록할 것”

이번 인수와 관련해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대규모 사용자를 보유한 북미 1위 패션 C2C 플랫폼인 포쉬마크와 함께하게 됨으로써 네이버는 북미 MZ세대를 더욱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며 “글로벌 IT 산업 본진인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기업으로서 새로운 혁신과 도전을 거듭하며 한 단계 높은 성장을 기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의 핵심 사용자들에게 ▲ C2C 쇼핑 ▲ 웹툰 ▲ K-pop 콘텐츠를 넘나드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면서 글로벌 C2C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겠다”고 전했다.

마니쉬 샨드라 포쉬마크 CEO는 “네이버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터넷 기업 중 하나”라며 “네이버는 Poshmark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파트너로, 셀러와 사용자의 커뮤니티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술과 서비스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인수가 마무리되면 포쉬마크는 독립된 사업을 운영하는 네이버의 계열사로 편입된다. 이후 포쉬마크는 북미 및 호주와 인도 등에서 동일한 경영진들이 기존의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며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