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공, 중소기업 기술경쟁력 향상 위해 ‘독일 현지 사절단’ 파견

중소벤처기업 기술력 향상 위해 독일 슈타인바이스 재단과 손잡아 기술이전 중개 전문인 재단, 연간 2,000건 이상 컨설팅 진행 기술도입 프로그램, 한국 인재 양성 시스템에 발목 잡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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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진행된 기술도입 프로그램 설명회 사진=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26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은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친환경 녹색기술 및 에너지효율 향상 기술도입 지원을 위해 24일부터 29일까지 독일 현지에 사절단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기술도입 프로그램은 국내기업의 글로벌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진공과 독일 기술이전 전문기관인 슈타인바이스 재단이 협력해 올해 처음 시행하는 사업이다.

슈타인바이스 재단, 기술이전·재교육 등 포괄적 서비스 제공

슈타인바이스재단(이하 재단)은 중소기업에 필요한 기술이전과 상용화에 관한 컨설팅, 재교육·훈련 등 포괄적인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전 세계 15개국에 918개의 슈타인바이스 기업(Enterprise)을 설립해 자회사의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업 모델은 기술 서비스 가맹점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기술이전 전문가들이 프로젝트 회사를 만들면 재단 사무국의 심사를 거쳐 ‘슈타인바이스 기업’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재단은 대학 또는 연구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전문 지식·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대가를 받고 전달해주는 일종의 ‘중개자’ 역할을 수행한다.

고객이 재단에 문제 해결을 의뢰하면 재단 사무국은 적합한 슈타인바이스 기업을 의뢰인에게 소개한다. 슈타인바이스 기업이 고객과 정식 계약을 체결한 뒤 본격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되며, 고객으로부터 사업화 수익이 발생할 경우 수입의 약 7~8%가 재단에 수수료로 납부된다. 실제 재단이 연간 수행하는 기업 컨설팅 서비스 수는 2,000여 건 이상이며, 전체 고객의 70%는 중소기업이 차지한다. 2020년 기준 매출액은 약 2,480만 유로(약 330억원)다.

‘듀얼시스템’으로 효율적 인재 양성

중진공은 올 상반기 친환경·에너지효율 분야 유럽 선진기술 도입을 희망하는 국내 중소벤처기업 4개 사를 선발, 독일 기술 공급 기업 10개 사와 매칭했다. 현재 온라인 사전 상담 및 웨비나 교육도 마무리된 상태다. 선정 기업은 현지에서 직접 매칭 기업과 만나 기술 도입 관련 심층 상담,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1:1 매칭 상담 외에도 △현지 기업·연구소 등 기술 교류 유관기관 방문 및 네트워크 구축 △솔라이트(Solites)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메르세데스-벤츠 미래형 공장(Factory 56) 견학 등 일정을 통해 독일 선진기술과 현지 시장 동향 파악에 박차를 가한다.

프로그램 과정에서 끊임없는 교육과 학습을 강조하는 슈타인바이스 재단의 기조가 드러난다. 1983년도 설립된 슈타인바이스 재단의 기조는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듀얼시스템’이다. 재단은 단순히 학문적 지식이 깊을 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을 ‘인재’라고 평가하며, 평생에 걸친 교육을 강조한다. 인재 양성을 위해 재단은 현재 슈타인바이스 기업과 함께 슈타인바이스 대학을 운영 중이다. 6,000여 명의 전문인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기업의 문제 해결과 아카데미 수료, 인재 채용 세 가지를 동시에 해결할 방안인 셈이다.

슈타인바이스 대학 전경/사진=슈타인바이스 재단

인재 역량 부족한 한국, 프로그램 따라갈 수 있을까

국내에서도 기술도입 프로그램과 유사한 사업이 한 차례 시행된 바 있지만 사업 성과는 좋지 못했다. 수요발굴지원단은 박근혜 정부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산업기술진흥원(KIAT)이 공동으로 추진한 사업으로 과거부터 축적되어 온 정부 R&D 성과를 활용하여, 국내 중소 및 중견기업들에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당시 수요발굴지원단은 ‘한국형 슈타인바이스재단’을 자처해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 등에서 보유하고 있는 공공 연구성과를 이전하고, 사업화 자금 등을 연계하여 수요자 맞춤형 기술 사업화 서비스를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결과는 유의미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한민국의 인재 부족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슈타인바이스재단이 강조하는 학문적 지식과 기업을 보는 눈을 모두 가진 인재가 부족해 효율적인 기술 성장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기술도입 프로그램 역시 한국의 인재 역량으로 인해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중소기업 경쟁력을 유의미하게 향상하기 위해서는 선진 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한국 시장에 알맞게 녹여낼 인재가 필요하다. 단순 학위, 스펙 등으로 인재를 선별하는 기조에서 벗어나 기업과 시장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재단의 ‘인재’를 양성하는 직업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