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026년까지 가상현실 산업 68조원 규모로 키운다”
중국, 2026년까지 VR 시장 68조 규모로 육성한다 메타버스 시장, 메타의 연이은 손실 등으로 녹록치 않아 하드웨어에 치중된 투자로 소프트웨어 기술 발전은 ‘지지부진’
중국이 2026년까지 가상현실(VR) 산업을 68조원 규모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3일 제일재경은 최근 중국 공업정보화부 등 5개 부처가 ‘가상현실과 산업응용 융합발전행동계획(이하 ‘행동계획’)’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구체적 목표로는 △중국 AR/VR 장비 판매량 2,500만 대 돌파 △혁신능력과 영향력을 지닌 기업 100개 사 육성 △10개의 가상현실 산업단지 구축 △10개의 가상현실 공공서비스 플랫폼 구축을 제시했다.
홍옌페이 하이AR 시장생태발전부 디렉터는 “‘행동계획’이 가상현실 융합 방향을 제시했으며 차세대IT 기술의 주요 방향은 실물 산업과의 융합”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동계획’은 공업정보화부, 교육부, 문화여행부, 광전총국, 체육총국이 공동으로 발표했으며, 조건에 부합하는 산업에서 규모화된 시범 사업을 추친하도록 권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제조업, 여행, 미디어, 교육, 헬스케어, 스마트 시티 등 가상현실의 중점 응용 분야가 새로운 성장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옌페이 디렉터는 ‘행동계획’에서 2026년까지 AR/VR 장비 시장 규모를 2,500만 대로 확대하겠다는 목표에 대해 “시장 규모가 5년 안에 20배로 성장한다는 의미이며 가상현실 산업의 공급능력이 향상되면서 우수한 기업들이 앞다퉈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AR/VR 시장의 전체 투자 규모는 146억7,000만 달러다. 2026년 747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며 5년간 예상 연평균 성장률은 38.5%에 육박한다. 이중 중국 시장이 향후 5년간 연평균 43.8% 성장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메타버스’ 시장 형성, 아직 녹록치 않다
이 같이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현재 메타버스 시장 상황은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 14일 미국 경제지 Business Insider는 “메타가 150억 달러(21조5,250억원)를 메타버스 구축을 위해 사용했지만, 아무도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라고 보도했다. 메타가 지난해 초부터 리얼리티 랩스 부문의 투자금 사용처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리얼리티 랩스는 마크 저커버그 CEO의 메타버스 구축 비전을 담당하고 있는 사업 부문이다. 대표적으로 VR기기인 메타 퀘스트 관련 하드웨어와 관련한 플랫폼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메타는 리얼리티 랩스 부문에서 2021년 100억 달러(14조3,5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50억 달러(7조1,75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리얼리티 랩스의 손실이 지난해보다 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록한 순손실 중 약 40%에 달하는 42억 달러는 인건비와 R&D(연구개발), 그리고 판매 비용이라는 메타의 언급이 있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리얼리티 랩스의 손실 중 최소 60%가 과도한 R&D 비용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사람이 메타버스 투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메타버스는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며 투자를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발언했으나 시장의 의심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12일 메타는 커넥트 2022에서 신형 VR기기 메타퀘스트 프로를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는 물론, 기존 VR기기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지며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손실 쌓여도 시장은 여전히 ‘낙관적 전망’
쏟아지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앤드류 보스워스 메타 CTO는 퀘스트 프로를 통해 보다 현실성 높은 메타버스 세상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바타를 통해 접하는 가상현실 세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발생하는 감정과 정보의 소통에 높은 현실성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보스워스 CTO는 기술적인 개선 못지않게 메타버스의 비즈니스적 가능성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메타버스 상에서 일대일 혹은 일대다 전체회의를 진행하는 등 비즈니스 미팅이 진행 가능하며 가상 데스크톱 환경을 이용하면 메타버스 상에서 업무도 처리할 수 있다. 아직 노트북과 데스크톱 PC를 대체할 만큼은 아니지만, 가상현실상에서 업무를 시작하고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을 그는 강조했다.
보스워스 CTO는 “노트북이나 휴대폰이 익숙한 사람들에게 아직 메타버스가 생소한 환경이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기술과 콘텐츠의 발달로 기존 레거시 단말기와의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더 우월한 경험을 제공하는 메타버스 환경을 접한 후에는 다시 예전 환경으로 돌아가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현실)의 성장 가능성을 믿는 이들은 선제적인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메타버스 내 토지를 매입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메타버스 애널리스트 그룹 ‘댑레이더(Dapp Radar)’의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만 19억3,000만 달러(약 2조7,558억원) 상당의 암호화폐가 가상토지 구매에 사용됐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소유한 ‘메타’가 수십억 달러를 투자 중인 가상 세계도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지만, 가상 세계가 더 발전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차후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 쏟아지는데 소프트웨어 개발은 ‘지지부진’
국내에서도 메타버스를 위한 투자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VC·PE 투자자들은 메타버스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을 모색하며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2022년 1월 기준 메타버스에 투자하고 있는 글로벌 VC·PE 투자사는 748개였다. 상위 10대 투자사(투자 기업 수 기준)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VC들이었다. 삼성넥스트, LG테크놀로지벤처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도 메타버스 분야에서 유망 스타트업을 탐색하고 있다.
문제는 투자 내용이 기계 공급(하드웨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중국의 ‘행동계획’ 역시 메타버스 장비 판매량 증가를 주요 목표로 내세우는 등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투자와 관심이 하드웨어 부문으로 쏠리며 정작 메타버스 세계 내에서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소프트웨어 개발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투자자들의 기대치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2018)과 같은 세상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연스럽게 가상 세계에 접속하고 무엇이든 가능하며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메타버스 속 세상을 즐기는 것이다. 하지만 어두운 시장 형성 전망, 소프트웨어 부문의 더딘 발전 등으로 인해 시장의 역동적인 변화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