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배달료 인상하라” 韓 월드컵 경기일 쿠팡이츠 라이더 파업 예고

안정적 임금 체계 구축과 처우 개선 요구하며 월드컵 시간대 ‘집중 시위’ 예고 배달료 삭감으로부터 시작된 불만, 노사 입장은 ‘정반대’ 지난 10월 파업 흐지부지, 생태계 공감 못 산 시위 영향력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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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쿠팡

한국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가 예정된 오는 24일 ‘쿠팡이츠 공동교섭단'(공동교섭단)이 파업을 예고했다. 쿠팡이츠가 기본 배달료를 일방적으로 삭감한 데 이어, 단체 교섭에도 불성실하게 임했다고 규탄하며, 약 3,000명의 노조원뿐 아니라 비노조원들까지 참여하는 쿠팡이츠 집중 파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집중 파업 기간은 24일 오전 6시부터 25일 오전 2시까지다.

월드컵 프로모션, 보험과 거리 할증 시스템 등 불만 쏟아져

교섭단은 “쿠팡이츠는 배달 노동자 파업에 맞서 월드컵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파업 동력을 낮추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쿠팡이츠는 당초 오후 5시부터 7시 59분까지였던 ‘할증 피크타임’을 축구 경기 시간에 맞춰 오후 5시~다음 날 오전 1시 59분으로 늘린 바 있다. 교섭단은 이에 반발하며 쿠팡이 프로모션 비중을 줄이고, 기본 배달료를 높여 안정적으로 배달이 가능한 임금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팡이츠 플렉스’ 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교섭단은 쿠팡이츠 플렉스를 “위장도급 형태의 중간관리 시스템”이라고 지적하며 “쿠팡이츠 배달을 대신해주는 동네 배달대행사를 만들어 라이더를 관리하게 하고, 쿠팡이츠 앱을 사용해 업무 지시를 한다. 꼼수 부리지 말고 공동교섭단의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험과 거리 할증 시스템도 문제로 떠올랐다. 교섭단은 “쿠팡이츠는 교섭단과 합의해 시간제보험을 도입했다고는 하나 라이더 선택에 맡겼다. 영업용 유상운송보험을 확인하지 않고 운영하는 회사는 쿠팡이츠가 유일하며,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노동자들을 위한 보험은 없다”고 지적했다. 쿠팡이츠가 장거리 배달에 이득을 주기 위해 도입했다는 거리 할증에 대해서는 “교섭단 확인 결과 10㎞를 가든, 8㎞를 가든 상관없이 거리별 할증은 1,750원 상한에 묶여 있었다”고 비판했다.

공동교섭단은 쿠팡이츠 측에 △기본 배달료 인상(기존 2,500원→4,000원), △거리 할증, △영업용 보험료 지원, △명절 상여금 제공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이 쿠팡이츠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쿠팡이츠 배달 기사들의 구성이 다양하고 노조 가입자 비중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다.

“교섭 불성실하다”vs”이미 합의 완료됐다” 상반된 입장

쿠팡이츠 공동교섭단은 지난해 7월 서비스일반노조와 라이더유니온이 쿠팡이츠와 단체교섭을 하기 위해 꾸린 단체다. 두 노조는 지난해 2월 쿠팡이츠에 단체 교섭을 요구한 바 있으나, 5월 쿠팡이 쿠팡이츠서비스를 별도 자회사로 출범하며 교섭 절차를 새로 시작했다. 쿠팡이츠의 기본배달료를 3,100원에서 2,500원으로 삭감한 것을 철회하라는 요청은 당시 교섭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교섭단은 지난해 9월 기본협약서를 쓰고 쿠팡이츠와 단체협약을 체결했지만, 1년 후 쿠팡이츠 사측이 주요 쟁점에 대한 어떠한 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9월 20일 이뤄진 24차 교섭에서 교섭단은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같은 달 2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9월30일 조정 중지 결론을 내렸다.

이후 쿠팡이츠 공동교섭단은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라이더유니온은 95.2%, 배달플랫폼노조는 95.4%라는 압도적 찬성률로 쟁의 행위 찬반 투표가 가결됐다”고 밝히며 파업을 선언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쿠팡이츠서비스 관계자는 “쿠팡이츠서비스는 공동교섭단과 함께 시간제 보험 도입 등 다수의 조항에 합의했음에도 공동교섭단은 쿠팡이츠서비스가 불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고 있다고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며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미적지근했던 지난 파업, 상생안 찾아야 할 때

지난 10월 라이더유니온과 민주노총은 ▲기본배달료 인상 ▲단체교섭 재개 등을 요구하며 집회 후 쿠팡 본사가 있는 서울 잠실로 행진한 바 있다. 하지만 조합원 3,000명 중 시위에 참여한 것은 40명에 그쳤으며, 그중 10명은 민주노총 간부들이었다. 참석 인원이 저조하다 보니 파업의 영향은 미미했으며, 시위 진행 당시 조합원 찬반 투표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업계에서 이번 파업의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것은 이와 같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배달업 특성상 조합원 3,000명 모두가 일치단결해 파업에 참여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더해 자영업자·라이더·소비자로 구성되는 배달 생태계에서 배달료 인상에 찬성하는 것은 라이더뿐이다. 배달비가 인상되면 결국 그 부담은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미 고물가로 인해 배달비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은 배달 앱 사용을 줄여가는 추세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사용자 수 통계에 따르면 배달 앱 3사(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지난 1월 3,595만 명에서 9월 2,978만 명으로 8개월 사이에 600만 명 넘게 감소했다. 업계에선 일상 회복과 더불어 배달비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여기서 배달비가 더 오르면 남는 게 없다. 이제 직접 배달해야 할 처지”라며 교섭단의 배달비 인상 주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생태계 전반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교섭단의 이번 시위가 과연 큰 의미가 있을까. 무조건적인 배달료 인상을 주장하기보다, 생태계 전반의 발전과 생존을 위한 상생 방안을 찾아 업계 부조리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