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고AI’ 폐업 결정,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 아직 멀었나
자율주행기술의 선두 주자 ‘아르고AI’, 4조원 지원에도 6년 만에 폐업 결정 포드&폭스바겐, “규모에 맞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은 요원하다” 아르고AI, 2022년 자율주행 레벨 4 기술 약속했으나 결국 못 지켜
지난달 말 글로벌 자율주행 업계에서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 피츠버그에 본사를 둔 자율주행업체 ‘아르고AI’가 폐업을 결정한 것이다. 이로써 미국 포드와 독일 폭스바겐으로부터 총 36억 달러(약 4조9,856억원)의 투자를 받은 아르고AI는 2016년 창업 이후 6년 만에 문을 닫는다.
자율주행 선두 주자로 손꼽히는 아르고AI의 폐업은 오늘날의 기술력에 적잖은 시사점을 남긴다. 자율주행 기술이 투자 대비 빠른 속도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아르고AI의 폐업이 최근 위축된 벤처투자 심리와 맞물려 자율주행 업계를 뒤흔드는 ‘퍼펙트스톰’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아르고AI의 폐업을 이같이 확대 해석하긴 아직 이르다. 한 벤처캐피털 임원은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상용화가 요원한 완전자율화 대신 유인 반자율주행이라는 더 현실적인 목표로 선회한 것”이라며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 자동차의 기술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포드와 폭스바겐에 4조 지원받은 아르고AI
앞서 언급했듯 아르고AI는 포드와 폭스바겐으로부터 약 4조원의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그 지원을 바탕으로 마이애미, 오스틴, 워싱턴 DC에서 무인차량을 테스트하는 데 집중했다. 이 테스트는 아르고AI가 그리는 미래 기술, 즉 로봇택시와 자율주행 트럭 개발의 출발점이었다. 유명 자동차 회사의 지원을 두둑히 받은 점과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르고AI는 독보적인 자율주행차 회사들 중 하나로 평가되어 왔다.
하지만 포드의 최고채무책임자(CFO) 존 롤러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실적 보고서에서 아르고AI의 기술력에 대해 “규모에 맞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은 요원하다”고 평했다. 나아가 “수익성이 높은 데다 완전 자율적이기까지 한 규모의 차량 배치 기술은 아직 멀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즉 아르고AI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자율차로 기반 로봇택시의 기술 개발이 생각보다 더뎌 수년 내 수익을 낼 수 없는 모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아르고AI는 포드와 폭스바겐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당시 2021년에 자율주행차를 개발해내겠다고 약속했으나 결국 지키지 못한 바 있다. 해당 발표 이후 포드와 폭스바겐이 아르고AI에 대한 지원을 철회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이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더 먼 미래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는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다.
오늘날 인공지능의 실제 기술력은?
‘특이점’이라는 말이 있다. 미래학과 기술사학의 개념 중 하나로,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류 역사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변곡점을 의미한다. 보통 특이점은 인공지능을 통한 초지능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인공지능이 인류 지성의 총합을 초월하는 기술적 특이점이 반드시 도달할 것이며, 그로 인해 과학 기술의 질적 혁명이 2045년 이내에 다가올 것이라고 믿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AGI(범용인공지능,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기술력은 미비한 수준이다. 현재 AI라고 불리는 기술은 기존 데이터와 입력되는 데이터와의 비교를 통해 ‘같다’ 혹은 ‘다르다’를 구분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데이터를 활용해 추론하고 복잡하게 사고한 뒤 새로운 정보를 도출해내는 고급 작업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 이유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계산법이 10년 전과 동일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10년간 데이터 계산법은 뉴럴 네트워크(Neural Network, 인간의 뇌 기능을 모방한 네트워크)의 계산 속도를 감당하기 위해 하드웨어적인 연산 속도를 개선하고, 수학적인 계산을 변경하는 것으로 발전돼왔다. 그러나 이런 계산 방식은 이미 1940년대부터 존재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야 해당 계산 방식의 일정한 틀이 갖춰졌고 컴퓨터 계산 속도가 빨라지는 2000년대 후반부터 조금 더 넓은 분야에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는 곧 AI의 등장이 인류의 갑작스러운 진일보가 아님을 의미한다. 과거부터 존재했던 기술력이 몇십 년에 걸쳐 발전된 것일 뿐이다. 일각에서는 AI의 등장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전폭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실제 기술력은 미약한 상황이다.
자율주행 기술 레벨 4시대, 차근차근 도달해야
자율주행 기술 레벨은 기술의 고도화에 따라 등급을 나눠 레벨 0에서부터 레벨 5까지 총 6단계로 구분한다. 레벨 0은 비자동화 단계로, 자율 수행 시스템이 없어 운전자가 모든 면에서 차량을 완전히 제어해야 한다. 레벨 1은 운전자 보조 단계로, 특정 기능은 자동화가 되어 있으나 운전자가 차의 속도와 방향을 항상 통제할 필요가 있다.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보 장치, 긴급 제동장치 등이 달린 차를 레벨 1로 분류한다.
레벨 2는 고속도로처럼 정해진 조건에서 차선과 간격 유지가 가능한 부분 자동화를 이룬 단계를 일컫는다. 레벨 1과 달리 방향 제어 장치와 함께 가속 및 감속 시스템이 추가된다.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자동차 스스로 조향 장치를 움직이고 앞 차와의 간격을 고려해 스스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운전자가 항상 주변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레벨 3부터는 주행 시 모니터링과 통제권이 운전자에서 시스템 주도로 넘어간다. 일정한 조건 안에서 자율주행이 가한 조건부 자동화 단계다. 이 등급에서는 자동차가 스스로 장애물을 감지해 회피하기도 하고 정체가 되면 경로를 변경하기도 한다. 따라서 운전자가 적극적으로 주행에 개입할 필요는 없으나, 자율주행 한계 조건에 도달하면 정해진 시간 내에 대응을 해야 한다.
레벨 4는 대부분의 도로 안에서 자율 주행이 가능한 고도 자동화의 단계다. 주행의 제어와 책임을 모두 자동차의 시스템이 전담한다. 따라서 복잡한 도심 혹은 골목 등에서도 자율 주행이 가능하다. 다만 악천후와 같은 일부 특이 조건에서는 운전자의 개입이 요청될 수 있다. 완전자동화 단계는 레벨 5로 여겨진다. 주행 시 운전자가 불필요하며, 탑승자만으로 목적지까지 주행이 가능해진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자동차의 시스템이 모든 조건에서 주행을 담당한다. 레벨 5에 이르면 운전자를 위한 방향 제어 장치나 가속, 감속을 위한 장치들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다.
아르고AI는 출범 당시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2022년에 완성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현재 아르고AI의 기술력은 레벨 3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레벨 3 이전의 기술력은 아르고AI가 지원을 받기 전부터 이미 타 분야에서 개발이 완료된 바 있다. 이는 곧 아르고AI가 포드와 폭스바겐에서 총 4조원이나 투자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술력을 크게 향상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아르고AI의 폐업이 자율주행 시대의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술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반자율주행’이라는 새로운 단계를 설정해 기술력의 간극을 보다 차근차근 좁혀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