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8일도 채 안 걸린 FTX 파산, 관련 대출업체·거래소 줄도산 위기

2번째 큰 규모 암호화폐 거래소 FTX, 파산 8일도 채 안 걸려 자오창펑 트윗 “FTX 발행 FTT토큰 5억 달러 매각” FTX 파산 시작점 FTX 사태 연쇄 충격 본격화, 인출 중단·해고 준비에 코인업계 줄도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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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규모 기준 전 세계 2대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지난 11일 공식 파산을 발표했다. 기업가치 320억 달러, 하루 거래량 100억~150억 달러, 등록된 이용자만 120만 명인 거대 서비스였으나, FTX가 파산신청을 하는 데는 8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파산 막후 배경, 1위 업체 바이낸스가 발 빼면서 파산 확정

FTX 파산은 지난 7일(한국시간) 세계 최대의 코인거래소 바이낸스의 창업자 자오창펑이 자신의 트위터에 FTX가 발행한 FTT토큰 5억 달러어치를 전량 매각하겠다고 올린 트윗에서 시작됐다. 이후 FTT의 가치가 20%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 되자 자오창펑은 FTX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9일에는 자오창펑의 바이낸스가 FTX 인수 의사를 밝히고 실사에 들어갔으나, 10일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인수 철회 소식이 알려지자 FTX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사실상 확인되었다는 보도가 잇따랐고, 소문은 사실로 밝혀졌다.

11일 FTX는 미국의 챕터 11 파산신청 절차를 밟았다. 공식적인 파산 신청이다. 파산 신청 당시, 회사의 부채는 한화 66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FTX의 보유 자산에 대한 정보가 확인되지 않아, FTX에 자금이 묶인 투자자들은 최소한 파산 절차를 법원에서 완료하는 시점, 최악의 상황에는 채권자들과의 선·후순위 청산 순서 배정 작업이 끝나고 나서야 회수 가능한 자본액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간 ‘암호화폐’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 ‘거래소’와 ‘파산’이 연관 검색어로 등장한다/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FTX와 엮인 대출업체·거래소들 속속 자금인출 중단, 파산신청 준비도

FTX 파산의 여파는 암호화폐 업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금전거래 관계가 엮인 암호화폐 대출업체와 거래소 등이 연이어 자금인출 중단을 선언하고, 일부는 파산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FTX의 홍보대사로 나섰던 유명 인사들은 집단소송에 휩싸인 상태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암호화폐 대출업체 ‘큰손’으로 불리는 제네시스 트레이딩과 또 다른 대출업체 블록파이가 신규 대출과 자금인출을 일시 중단했다. 특히 블록파이는 유동성 위기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FTX가 인수를 발표했던 대출업체 보이저 디지털은 다른 인수자를 찾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이날 공식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우선순위는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산을 보존하는 것”이라며 신규 대출과 환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제네시스 트레이딩의 모회사인 디지털커런시그룹(DCG)은 “FTX 사태로 업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시장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앞서 FTX 계좌에 1억7,500만 달러(약 2,300억원)의 자금이 묶여있다고 밝히자 이를 우려한 고객들의 인출요청이 몰리면서 현재의 유동성을 넘어서자 내린 긴급 결정이다.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제네시스 트레이딩의 총 활성 대출금은 28억 달러(3조7,416억원) 이상에 달했다. 하버드대 출신의 억만장자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가 설립한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도 고객 자금 상환을 중단했다. 제미니는 ‘제미니 언’이란 이자 지급 프로그램을 통해 제네시스 트레이딩과 협력 중이다. 이 때문에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환매를 중단하자 제미니도 자금 인출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간 ‘암호화폐’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 ‘거래소’와 ‘파산’이 연관 검색어로 등장한다/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파산 준비’ 블록파이, 대규모 해고도 계획 중

다른 대출업체 블록파이는 유동성 위기에 따른 자금인출 중단에 이어 파산신청도 준비하고 있다. 또 파산에 대비해 대규모 해고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블록파이가 FTX에 상당한 노출이 있음을 인정한 뒤 잠재적인 파산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또 파산 준비 기간 일부 직원을 해고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블록파이가 FTX 자회사이자 이번 사태를 촉발한 알라메다 리서치에 투자하는 등 FTX와 깊게 연루됐다고 지적했다. 알라메다 리서치는 FTX가 자체 발행한 코인 FTT토큰을 담보로 차입을 늘려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높였고, 이는 FTX의 대규모 자금인출로 이어졌다. WSJ에 따르면 블록파이는 지난 6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 급락에 따른 손실을 메꾸고자 FTX로부터 기업을 위한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인 리볼빙 대출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블록파이는 FTX로부터 지난 7월 4억 달러 규모의 리볼빙 대출을 받았는데, 이 거래에는 FTX가 최대 2억4,000만 달러에 블록파이를 인수할 수 있다는 옵션도 포함됐다.

블룸버그는 “FTX의 급속한 붕괴 여파가 가상화폐 시장 전체에 퍼지고 있다. 탈중앙화를 목적으로 디지털 자산을 빌려주며 풍선처럼 부풀었던 암호화폐 세계가 FTX 붕괴를 계기로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FTX 홍보대사로 나섰던 유명 인사들에 집단소송

FTX 파산 충격은 미국 연예계와 스포츠계에도 확산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미 플로리다 마이애미 남부 지방법원에 톰 브래디(미식축구선수), 스테판 커리(NBA 선수), 샤킬 오닐(전 NBA 선수), 지젤 번천(모델), 래리 데이비드(영화배우), 나오미 오사카(테니스 선수), 오타니 쇼헤이(MLB 선수) 등을 대상으로 한 집단 소송이 접수됐다. 모두 앞서 샘 뱅크먼-프리드 전 FTX 최고경영자(CEO)를 지지하고 FTX 홍보에 나섰던 인물들이다. 집단소송을 제기한 로펌 ‘보이스 쉴러 플렉스너’와 ‘모스코위츠’는 FTX가 유동성이 좋아 보이도록 신규 투자자금을 빼돌려 기존 투자자들의 이자를 지급하는 데 사용하는 사기 행각을 벌여 미국 소비자들이 총 110억 달러 이상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FTX 마케팅에 참여한 유명 인사들을 고소했다.

한편 미국 하원은 FTX 사태 관련 청문회를 내달 개최, 뱅크먼-프리드 CEO를 증인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WSJ에 따르면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맥신 워터스 위원장과 패트릭 맥헨리 공화당 간사는 12월 중 청문회를 열고 FTX 경영진을 불러 파산신청 경위와 피해 구제 계획을 물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