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IPO 공모금 ’10분의1’로 축소, 시장 다지기 해로 삼아야
바이오 IPO 큰 폭으로 감소, 올해 3,300억원, 2016년 수준으로 돌아가 경기 침체에 더해 기술특례 상장 어려워진 것도 한 몫 전문가, 무리한 고속 성장을 압박하는 분위기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바이오·제약·헬스케어 기업 상장(IPO)이 올해 양과 질에서 모두 크게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하반기에나 투자 환경이 해소될 전망이다. 올해 유가증권·코스닥에 상장(신규, 이전 포함)한 바이오·제약·헬스케어 기업 공모 금액은 3,300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분야 공모금 약 4조2,000억원에서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어, 2016년 2,900억원(코스닥 상장 기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IPO업체 숫자 역시 지난해 절반으로 줄었다. 올해 초부터 이달 19일까지 상장에 성공한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업체는 총 12개로 2020년 27개, 2021년 21개에 크게 못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 2021년 진단 회사와 대기업 바이오 계열사 상장 등 호재가 많았던 것을 고려해도 올해는 산업 자체가 많이 위축되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와 더불어 ‘기술특례 상장’ 까다로워진 것도 한 몫해
경기 침체로 주식·투자시장이 얼어붙은 것 외에도 기술특례 상장 요건이 까다로워진 것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거래소는 올해부터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새 기술평가 모델’을 준비해 새해부터 적용한다. 새 기준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바이오 기업의 상장 허들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 업체는 9개로 2020년 17개, 2021년 15개에 비해 수치가 수직 낙하했다. 하반기 기술특례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한 바이오 업체 관계자는 “상반기 예심을 신청한 업체도 결과를 받지 못했다”면서 “일정을 미뤄 새해 하반기에나 상장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기술특례 상장 가이드라인이 새로 시행되는 등 대내외 환경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내년 하반기에 들어서면 IPO를 노리는 업체가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면서 “그동안 과열된 경향도 있어 드라마틱한 반등을 기대하는 것보다, 실력 있는 바이오 업체들이 적정 가치를 평가 받을 수 있는 생태계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대 모으던 바이오노트마저 흥행 참패, 내년 연말까지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
바이오노트의 경우, 지난 2020년부터 폭증한 매출액의 대부분이 코로나-19 진단키트에서 나온 만큼, 엔데믹이 시작된 올해부터 실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속속 흘러나왔다. 내년에는 엔데믹이 가속화되는 만큼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 상당수가 코로나 특수를 맞았던 만큼, 상장한 기업들의 실적 하락에 실망 매물도 나올 것으로 예상돼 내년 초 바이오 기업들의 IPO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코로나 이후, 2016년 수준으로 되돌아간 시장
벤처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몇 년간 밸류에이션(Valuation, 기업가치를 벤처 업계에서 부르는 호칭)이 지나치게 높았던 것이 축소 조정되고 있는 것이라며, 올해 내내 바이오 기업들도 예외없이 시장 조정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그간 무리한 밸류에이션으로 투자자들을 불편하게 했던 부분이 조정되는 만큼, 내년 이후에는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초기 시리즈 투자 기업들에 대해서는 저가 매수라는 관점으로 많은 벤처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벤처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이후 국내에서 이뤄진 벤처투자 중 시리즈C 이후 투자는 10월의 온라인 명품 판매 서비스 발란, 1인 피자 브랜드 고피자, 12월의 ‘콴다’에 지나지 않는다. 경기침체에도 월 100건 이상 이뤄지고 있는 벤처투자 중 1개월 1개 꼴로 시리즈C 이후 투자가 이뤄졌던 것이다.
벤처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를 시장 다지기 해로 삼고, 내년 이후 성장을 위해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 투자 업계를 바라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해석도 내놓고 있다. 2016년에서 2020년까지 이어진 옐로 모바일 사태 이후, 국내 벤처업계에는 매출액이 나오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보수주의가 팽배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무리한 고속 성장을 요구하기보다, 안정적인 매출처를 만들어 천천히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형태로 벤처시장이 또 한번 진화하는 도약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