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탐구생활] “8억 모으면 퇴사” 김대리는 과연?

OTT 탐구생활 – 파이어족 편 ‘위기의 X’ 박진주-‘유니콘’ 원진아 김대리와 애슐리의 파이어 도전,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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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웨이브

소울리스 김대리는 식당에서 남는 음식을 개인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하고, 다 피운 담배를 재활용해서 다시 말아 피운다. 형편이 어려운 건 아니다. 투철한 절약 정신은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이자 투자다. 목표는 20대에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Fire).’ 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에 은퇴하는 사람을 뜻한다.

지난달 공개된 OTT 드라마 웨이브 오리지널 <위기의 X>와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유니콘>은 스타트업의 일상을 담아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가운데 20대를 대표하는 직원으로 ‘파이어족’을 꿈꾸는 김대리(박진주 분)과 애슐리(원진아 분)를 각각 내세워 Z세대가 추구하는 미래와 원하는 직장의 모습을 그려냈다.

사진=웨이브 ‘위기의 X’ 캡처

◆ “8억 모으면 퇴사!” 짠순이 김대리

자동차 디테일링 스타트업 ‘루시도’에서 일하는 김대리는 부사장(권상우 분)과 맞담배를 피우고, 회사 임원들이 매일 개싸움을 해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배짱을 지녔다. 여기에 곤란한 일도 유연하게 해결하는 임기응변까지 갖추며 10년 후 임원에 오를 것이 분명한 인재임을 증명했다.

그러나 김대리의 목표는 ‘파이어’다. 8억원만 모으면 은퇴하겠다는 의지까지 분명하다. 이를 위해 식사나 회식 자리에서 남는 음식을 조용히 개인 용기에 담았고, 다 피운 담배도 말아서 다시 피우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죽어라 아껴 쓰고 모은 돈은 투자했다. 코인으로 큰 재미를 본 그는 드디어 8억을 모아 퇴사를 결심, 부사장에게 이를 귀띔했다.

부사장은 “넌 10년 후 반드시 임원이 될 거”라며 퇴사를 만류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파이어족을 목표로 삼은 김대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세상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8억 갖고 어떻게 은퇴를 하냐. 아무리 아껴 써도 20년이면 돈이 바닥날 거”라는 일침에 그는 “고배당 ETF 사서 배당금으로 생활할 거다. 이자가 연 5%면 세금 떼고 3,800만원이다. 풍족하지 않아도 부족하지는 않다. 물가가 올라도 괜찮다. 주가도 거기에 맞춰진다. 아플 때를 대비해 보험도 들어놨다”고 빈틈없는 계획을 밝혔다.

말문이 막힌 부사장은 “평생 놀면 좋을 것 같지? 인간은 성취감이 없으면 우울해진다. 노력하면 10년 뒤 김대리 위치는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신과 다른 길을 가려는 후배를 부러워 했든, 진심으로 걱정했든 감정에 호소해 붙잡으려 한 것.

김대리는 “오랫동안 생각하고 준비한 거다. 노는 걸로 폄훼하면 곤란하다. 대리든 과장이든 10년 후 내가 서 있을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10년이라는 시간 자체가 중요하다. 인생의 모든 시간을 오로지 나만을 위해 쓸 수 있다면 얼마나 가치 있냐”며 확고한 철학을 드러냈다.

드라마 속 김대리는 결국 퇴사하지 못했다. 전세가 2배 오르며 2년 이상 더 일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월급 빼고 뭐든 상상을 초월해서 오른다”는 부사장의 현실적 대사와 함께 낭만 한 스푼 섞인 엔딩으로 막을 내렸지만, 파이어가 되기 위한 김대리의 고군분투는 현재 진행형이다.

사진=쿠팡플레이

◆ “30억 모으면 바로 은퇴!” 한방을 기다리는 애슐리

혁신적 K-스타트업 ‘맥콤’의 미래혁신창의력팀 직원 애슐리는 평균 이하의 스펙으로 대박을 꿈꾸는 물질만능주의자다. 대학 시절 투자 동아리에서 모의투자 대회 수익률 190%를 기록한 일명 ‘돈벌레.’ 돈 앞에서만 미소를 짓던 애슐리는 소위 말하는 스타트업의 한방을 기원하며, 맥콤 직원 중 유일하게 스톡옵션을 받았다.

‘파이어족’이 목표인 애슐리는 30억원을 모아서 바로 은퇴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평범하게 월급을 모으면 15번의 월드컵을 지나야 한다고. 30억원이 생기면 “10억은 지방에 집을 사고, 15억은 꼬미빌딩 사서 월세 받고, 남은 5억으로는 미국에 장기 투자해 배당금을 받겠다”는 버킷리스트까지 만들어뒀다.

그렇게 돈을 좇는 애슐리는 “가까운 거리는 택시를 타고, 배달 최소 금액이 모자라면 콜라를 시켜 채우겠다”는 소소한 바램을 드러내며 “31억만 더 모으면 된다”는 말로 환상에서 벗어났다. 자유분방한 맥콤 대표 스티브(신하균 분)와 사사건건 부딪치던 애슐리는 마지막회에서 스톡옵션으로 받은 지분 0.1%을 내세워 경영권 방어에 성공, 회사를 구했다.

김대리와 다르게 애슐리는 회사에서 사랑도 찾고 영웅도 됐다. 시도 때도 없이 대표의 의견에 따라 피보팅(pivoting·기존 사업 아이템이나 모델을 바탕으로 사업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전환하는 것) 하는 스타트업에서 애슐리가 바라는 한방이 터져줄지, 불안정한 생활 속 파이어족을 꿈꾸는 김대리와 애슐리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사진=쿠팡플레이

김대리는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위기의 X>에서 만날 수 있다. 총 6부작으로 지난 9월 2일 첫 공개된 후 인기를 끌었다. ‘코믹 장인’ 권상우가 은퇴를 걸고 자부했던 코믹극인 만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주행이 가능하다. 김정훈 연출, 곽경윤 극본에 배우 권상우 임세미 성동일 신현수 박진주 이이경 등이 출연한다.

애슐리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유니콘>에서 볼 수 있다. 유병재의 신들린 필력과 신하균의 명품 코믹 연기가 만나 수작을 완성했다. 총 12부작으로 지난 8월 26일 공개된 후 입소문을 탔다. 애슐리 외에도 다채로운 인물과 리얼한 스타트업 일상 등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김혜영 연출작으로 배우 신하균 원진아 이유진 이중옥 배유람 등이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