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대 돌파” 뜨는 中 전기차, 아직 넘어야 할 벽도 존재
내연기관 포기, 전기차에 집중하는 중국 점점 커지는 중국 전기차 시장 중국 견제하는 미국, 가운데 낀 한국은 어떻게 해야
중국 전기차 시장이 올해 1,000만 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지난 12일 장용웨이 중국 전기차 100인회 부이사장이 올해 중국 전기차 시장이 약 40% 성장한 1,000만 대, 신차 중 전기차 판매 비중은 4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지난해 중국 전기차 판매 대수가 689만 대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신차 중 전기차 판매 비중은 25.6%를 기록하면서 중국 정부가 제정한 2025년 전기차 판매 비중 20% 목표를 3년 앞서 달성했다.
공민 UBS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추세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올해 승용차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가 15~20% 감소하는 반면 전기차 판매는 35%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양대 전기차 업체인 BYD와 테슬라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6일 테슬라는 모델 3 가격을 26만5,900위안에서 22만9,900위안(약 4,257만원)으로 13.5% 인하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기도 했다.
공민 애널리스트는 BYD는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많아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다른 중국 전기차업체들은 상당한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분석했다. 테슬라는 가격 인하 후에도 매출총이익률(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마진율)이 20%에 달할 정도로 높지만, 대부분의 중국 전기차업체는 수익을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서 만점 받은 中 전기차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유럽의 신차 안전 평가 프로그램에서 만점인 별 5개를 받았다. 유럽은 신차 안전성 성능 평가 프로그램 ‘유로 엔캡’(Euro NCAP)을 운영하고 있다. 평가 항목이 까다로워 유럽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결정할 때 주요 지표로 활용한다. 최근 장성자동차(Great Wall Motor)가 출시한 전기차가 별 5개 만점을 받았다. BYD의 전기 SUV ‘아토(ATTO)3’도 별 5개를 받았다. 이 같은 결과는 중국이 처음 유럽 시장에 진출했을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2005년 장링 자동차(Jiangling Motors)가 출시한 스포츠실용차는 별 0개를 받았고, 2007년 브릴리언스오토그룹의 세단은 별 1개를 받았었다. 중국이 전기차를 앞세워 세계 시장에 자신 있게 출사표를 내밀 수 있는 건 중국 정부의 자동차 산업정책 덕분이다. 중국 정부는 100여 년간 내연기관 기술을 축적해온 기존 완성차 브랜드와는 승부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내연기관차를 과감히 포기했다. 그리고 언젠가 내연기관차가 사라질 것을 예상하고, 전기차 생산·보급에 사활을 걸었다. 실제로 기존 업체들도 전기차 분야에서는 다시 출발선에 서야 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부품 수가 절반가량 줄고, 엔진 대신 모터가 장착되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정책에 관여한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신용카드 결제망을 건너뛰고 모바일 결제로 넘어간 것처럼, 내연기관에선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전기차로 방향을 잡았고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라며 “혹여 전기차에서도 승산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수소차나 다른 방식의 친환경 차 산업으로 넘어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말했다.
테슬라 제치고 고속 성장 중
작년 11월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7.9% 줄어든 233만 대를 기록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가 제자리걸음에 그쳤지만 전기차 판매는 급증했다. 올해 11월 전기차 판매 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72.3% 급증한 78만6,000대에 달했다. 누적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은 25%다. 중국 정부는 2020년 11월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 발전계획(2021~2035년)’을 발표하며 2025년까지 전기차 침투율을 2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2030년 30%, 2035년 50%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2030년 목표치를 내년에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 급증과 더불어 중국 시장에서 눈에 띄는 건 자국 브랜드의 점유율 상승이다. 11월 중국 로컬 브랜드 승용차 판매는 지난해 동월 대비 9.8% 증가한 112만9,000대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54.4%다. 작년 1~11월 로컬 브랜드의 누적 판매량은 작년 대비 24.2% 늘어난 1,048만대로 시장의 49.2%를 차지했다. 테슬라는 중국 BYD에 밀리며 중국 전기차 시장 2위를 기록 중이고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 토요타 등 글로벌 업체와의 합자 브랜드 점유율도 감소 추세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비중은 어느새 60%를 넘겼다. 가장 돋보이는 업체는 중국 1위 전기차업체 BYD다. 판매량만 보면 BYD는 이미 테슬라를 추월했다. 테슬라가 전 세계 시장 인도 대수를 발표한 작년 1~9월을 보면 BYD 판매량은 118만대로 테슬라 인도 대수(90만8,600대)보다 많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BYD가 중국 판매만으로 테슬라를 제친 것이다.
中 전기차 성장 장애물은? 미-중 갈등에 한국도 신경 곤두세워야
전기차의 보급 확대는 정해진 수순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내연기관차를 친환경적인 전기차로 대체하는 일은 전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차를 대중화시키는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장애물은 여전하다.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다. 그런데 이 배터리 용량의 한계로 인한 주행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미국의 유력 소비자 전문매체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연례 자동차 신뢰도 조사’ 보고서를 보면 순수전기차가 대형 픽업트럭과 아울러 역대급 수요를 누리고 있으나 신뢰도 측면에서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순수전기차에는 각종 첨단기술이 적용돼 있으나 오히려 첨단기술의 집합체여서 불안하다는 것이다. 중국이 4대(원자재의 채굴·가공, 소재 제조, 셀·모듈·팩 제조) 소재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는 만큼,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배터리의 안정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중국 전기차 시장의 장애물 중 하나가 미국이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인플레 감축법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에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관련 기업들 역시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인플레 감축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전기차 보조금 확대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3,690억 달러를 투자해 탄소배출을 2030년까지 40% 줄인다. 둘째, 제약회사와 협상을 통해 메디케어(정부가 보조하는 노인·장애인 건강보험) 처방 약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2,880억 달러의 예산을 절감한다. 셋째, 대기업 법인세 최저세율(15%) 도입, 세금 회피를 하는 부유층·대기업에 대한 국세청의 징세 강화 등을 통해 약 4,510억 달러의 증세를 한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규모 투자를 함에도 증세와 예산 절감을 통해 10년간 재정적자를 약 3,000억 달러 축소함으로써 인플레 압력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초강수는 중국이 주도하는 전기차·배터리의 글로벌 생태계에 변화를 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처럼 중간에 끼어있는 국가는 피해가 크다. 특히 한국은 무역으로 먹고살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중국은 한국의 반도체 기술을, 미국은 한국의 반도체 제조역량과 배터리 기술 및 제조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영리하게 이 상황을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