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옥의 삼위일체 : OTT·웹소설·웹툰 불법 공유 – ④ 뜬눈으로 코 베이는 통신3사

망 사용료 부담으로 몰락했던 토종 동영상 사이트 사용료 부담으로 화질 제한 건 트위치, 넷플릭스의 미래 될까? 정작 넷플릭스보다 많은 트래픽 차지하는 불법 사이트들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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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동영상 공유 문제는 크리에이터와 소비자뿐만 아니라 망 사용료를 받을 수 없는 통신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트위치·넷플릭스 등 망 사용료 논란이 불거지는 와중에도 넷플릭스보다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있는 불법 공유 사이트에 대한 논의는 소홀히 되고 있어 의아스럽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불법 공유 사이트를 통해 국내 사용자들은 추가 비용 없이 동영상 콘텐츠를 무단으로 시청할 수 있다. 국내에서 동영상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던 업체들은 당연히 망 사용료를 지불해 왔는데 이 때문에 2008년 유튜브가 한국에 진출하기 전까지 UV(순방문자 수) 국내 1위를 지키던 판도라 TV를 비롯한 앰엔캐스트, 앰군 등 토종 동영상 플랫폼들이 파산했다는 의견이 있다. 재정적으로 위협이 될 정도로 망 사용료가 막중했다는 얘기다.

SK브로드밴드 VS 넷플릭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의 소송은, 망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그 결과가 두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망 사업자·콘텐츠 사업자·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통신사들은 해외 콘텐츠 제공자(CP)가 국내 이용자에게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드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해외 CP가 국내 ISP에 망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 CP는 망 사용료 의무화가 소비자와 창작자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추세가 해외로 확산될 경우 국내 CP가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해외 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당면한 문제는 접속료와 망 사용료의 차이다. 개인이 인터넷에 접속하고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사람과 통신하기 위해서는 국내 ISP에 일정 금액을 지불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있는 누군가에게 이메일을 보내려면 해당 ISP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국내 ISP는 사용자에게 ‘글로벌 연결’을 제공하기 위해 국제 ISP에 연결해야 하며 이는 직접 피어링 또는 트랜짓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트랜짓은 서로 다른 계층에 있는 ISP가 트래픽을 주고받는 것을 일컫는 용어다. 이 경우 하위 계층의 국내 ISP는 상위 계층의 미국 ISP에 비용을 지불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트래픽을 주고받아야 하며, 이는 논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한국의 통신 3사가 한국에서는 독점을 통해 공고한 위상을 구축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2계위 네트워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의 모든 지역과 연결되기 위하여 한국의 통신사들은 1계위 네트워크에 비용을 지불하고 중계접속을 해야 한다. 망 사용료가 구체화된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한국이라는 의미다.

전송 비용을 줄이기 위한 한 가지 해결책은 캐시 서버를 사용하는 것이다. 캐시 서버는 국내 또는 국내와 가까운 곳에 생성된 메인 서버의 복사본으로, 국내 이용자가 자주 요청하는 콘텐츠를 저장하여 ISP의 전송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법원은 직접 접속에 대한 대가 지불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캐시 서버의 설치도 망 이용으로 인정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39위, 불법 공유 사이트는 7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의 망 사용료를 둘러싼 법적 분쟁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불법 공유 사이트다.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상위 50개 사이트를 살펴보면 넷플릭스는 39위에 불과하다. 반면 불법 공유 사이트는 각각 11위, 34위, 37위에 랭크되어 있다. 방문자 수를 합산하면 이들 불법 공유 사이트는 7위에 육박한다 무려 쿠팡(10위), 인스타그램(17위)보다 높은 순위다. 그렇다면 왜 통신사들은 이러한 불법 사이트를 방치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불법 공유 사이트의 특정 IP를 차단하는 데 최대 2주에서 4주까지 걸리기 때문이다. 정부가 처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절차를 간소화했지만, 여전히 2주라는 시간은 콘텐츠 불법 유통에 있어 치명적으로 긴 기간이다. 또한 사이트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차단당하더라도 즉시 SNS 서비스 등을 활용해 새 주소를 공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법복제 콘텐츠가 저장된 서버는 대부분 해외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한국의 사법 체계로 다루기 어려운 면도 있다. 결국 정부, SNS, 콘텐츠 플랫폼의 전방위적 협력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요원한 일이다.

저작권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 링크 사이트는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사이트 운영자는 방문자 수에 따라 광고를 유치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대부분 사설 경마, 온라인 카지노, 나이트클럽 등 도박 사이트와 성매매 업소다. 과연 이들이 망 사용료를 지불할까? 제대로 인터넷에 가입하기는 했을까? 불법 공유 사이트는 콘텐츠 제작자와 소비자만의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망 사용료를 받지 못하는 통신사에게 있어서도 거머리같은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