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고서로 알아보는 2022 결산 및 2023 세계 VC 동향 – ⑧ Korea

3고 복합 위기 속 벤처투자, 전년 대비 11.9% 감소에도 미국, 이스라엘 대비 ‘양호’ 초기기업(업력 3년 이하) 대상 벤처투자 2조원 돌파 ‘최초’ 벤처투자시장 민간자금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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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고금리 위기 속 업계 현황

2022년 벤처투자는 전년 대비 11.9%(9,162억원) 감소한 6조 7,640억원으로 파악됐다. 비록 투자액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하며 한국 벤처캐피털 생태계의 회복력과 적응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복합 위기로 2022년 벤처투자가 미국은 30.9%, 이스라엘은 40.7% 감소한 것과 비교해볼 때, 같은 기간 국내 벤처투자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투자처 발굴과 투자자 유치에 힘쓴 국내 벤처캐피털의 노력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벤처캐피털 업계가 불확실한 거시경제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 수 있었음을 시사한다.

벤처투자 동향을 분기별로 살펴보면 1~2분기 투자는 활발했으나, 3분기부터 투자가 위축되는 추세였다. 1분기 투자는 2조 2,214억원으로 2021년 동분기 대비 68.5%(9,027억원) 증가했다. 2분기 역시 1.4%(262억원) 늘어난 1조 9,315억원으로 2분기 최대실적을 경신했다. 3분기 벤처투자는 1조 2,843억원으로 2021년 동분기 대비 38.6% (8,070억원) 줄었고, 4분기에도 43.9%(1조 381억원) 감소했다. 이러한 양상은 시장 경색 이전에 검토하던 투자 건들이 상반기까지 집행된 반면 3분기 들어서는 고물가, 고금리가 벤처투자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벤처펀드 결성 규모는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2022년 벤처펀드 신규결성은 전년 대비 13.0% 증가(+1조 2,308억원)한 10조 7,286억원으로 최초로 10조원을 돌파했다. 벤처펀드 결성현황을 분기별로 살펴보면 2022년 1~3분기는 각각 동분기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기약정된 자금 유입, 벤처캐피털들의 적극적 출자자 모집 등으로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 복합 위기에도 1~3분기 벤처펀드 결성이 활발했다. 다만 2021년 동분기 대비 2022년 벤처펀드 결성액 증가율은 1분기에는 68.1%였으나 3분기 3.3%로 둔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4분기 벤처펀드 결성액은 전년 동분기 대비 13.0% 감소한 3조 5,307억원으로, 3고 경제위기가 벤처펀드 결성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4분기의 실제 투자 감소는 벤처 펀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19년도부터 결성액과 발맞춰 성장해 온 실제 투자액이 22년도 들어 처음으로 꺾였다. 정부와 이해관계자들이 특히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성장과 성공에 필요한 자금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민간자금 중심으로 재편되는 중

2022년 결성된 벤처펀드의 출자자를 살펴보면 역시 민간 부문 출자자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민간 부문은 2021년 대비 19.8% 늘어난(+1조 3,245억원) 8조 110억원으로 전체 출자의 74.7%를 차지한 반면, 정책금융 출자는 2021년 대비 3.3% 감소(-937억원)한 2조 7,176억원으로 전체 출자의 25.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펀드에 가장 많이 출자한 민간 부문은 ‘금융기관’으로, 출자액은 2021년 대비 39.9% 증가(+6,921억원)한 2조 4,255억원이었다. 반면 개인 출자액은 1조 2,931억원으로 2021년 대비 10.6% 감소(-1,532억원)했다. 이는 고금리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개인의 펀드 출자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책금융 출자자 중 가장 큰 축을 담당하는 모태펀드는 1조 3,971억원을 출자하면서 출자액으로는 역대 2번째였으나 2021년보다는 12.6% 감소(-2,015억원)했다.

한편 2022년 1,000억원 이상 대형펀드 결성도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펀드 결성액은 4조 6,835억원으로 2021년 대비 45.9% 증가하면서 전체 벤처펀드 결성액 증가율(13.0%)보다 3배 이상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 중 순수민간펀드는 2021년 대비 117.0% 늘어난(+7,504억원) 1조 3,917억원으로, 정책자금 출자 없이 대형펀드를 결성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또한 100억원 미만 소형펀드 결성(6,478억원, 6.0%)도 예년보다 높았다. 이는 2020년 8월에 있었던 벤처투자법 덕분에 창업기획자의 벤처펀드 결성이 허용되면서 벤처투자자 저변이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업종, 업력, 지역별 분석

2022년 벤처투자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ICT 서비스, 유통·서비스, 바이오·의료 3개 업종에 전체 투자의 70.5%가 집중됐다. ICT 서비스 업종에는 가장 많은 2조 3,518억원(34.8%)이 투자되었으나 최근 시장 경색으로 2021년보다는 3.2%(765억원)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바이오·의료 투자는 1조 1,058억원으로 ICT 서비스(2조 3,518억원), 유통·서비스(1조 3,126억원)에 이어 여전히 매력적인 분야였으나 상장 바이오 기업의 주가하락, 기술특례상장 심사 강화 등으로 2021년 대비 34.1%(5,712억원) 줄었다.

한편 영상, 공연, 음악 산업의 성장은 4,604억원으로 2021년 대비 10.6%(443억) 증가했다. K-팝, K-드라마 등의 세계적 유행으로 인한 엔터·영상콘텐츠주의 선방과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영화 관람 회복 등 긍정적 전망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 신규투자금액을 성장세를 CAGR을 통해 살펴보면 ICT 서비스 분야가 33%로 두드러진다. 규모와 성장세 어느 쪽으로 보아도 한국 벤처업계를 견인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다음으로는 유통·서비스 분야에 대한 성장세가 크다. 이는 쿠팡·마켓컬리 등 굵직한 이커머스 기업의 성장세 덕분으로 해석된다.

한편 게임 분야는 3%로 전체 분야 중 꼴찌를 차지했다. 코로나 거리두기 조치로 매우 큰 수혜를 입은 분야이기도 하고 펄어비스, 위메이드. 크래프톤 등 거대 기업들도 많지만 2018년 이후 실제로 투자되는 금액은 저조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력별로는 창업 초기기업(업력 3년 이하)에 대한 투자가 유일하게 증가했다. 초기기업 투자는 전년 대비 7.8%(1,452억원) 늘어난 2조 50억원으로, 최초로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중기(업력 3~7년)와 후기(업력 7년 초과) 기업 투자는 각각 2조 7,305억원(-21.6%, -7,509억원), 2조 285억원(-13.3%, -3,105억원)으로 감소했다.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가 뚜렷하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자와 협상할 여지가 더 많아 투자 결정에 대한 통제력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기업은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데다 빠르게 규모를 확장하고 가치를 끌어올릴 기회가 있으므로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잠재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리스크도 많지만, 어려운 거시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초기 투자에 대한 이러한 매력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수도권 집중 현상이 창업계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서울·경기권의 경우 스타트업이 전체 스타트업의 60%에 육박한다. 가장 창업이 적은 지역은 제주, 세종, 울산 등으로 1%를 차지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국가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집중은 스타트업의 다양성 부족, 자원과 자금에 대한 지방 스타트업 접근성의 불평등을 초래한다. 또 시장의 과포화로 이어져 경쟁을 심화시키고 스타트업의 생존과 성장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에 정부는 보다 강력하고 포용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균형 있는 분포를 촉진할 의무가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노력

중소벤처기업부는 작년 11월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대책을 발표하는 등 시장 경색에 대비한 투자 촉진 방안을 추진해왔다. 우선 대책에 포함된 벤처투자 조기 집행 인센티브를 현장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지난 4일 공고한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한다.

투자목표비율을 달성한 모태자펀드 운용사에 관리보수 등을 추가 지급하고 차년도 모태펀드 출자사업 선정 시 가점도 부여한다. 투자목표비율(등록 후 1년 40%, 2년 70%, 3년 90%) 달성 시 초과 달성분의 1%를 추가 관리보수로 지급하거나, 성과보수 지급 기준수익률을 0.5%p 하향할 수 있다. 아울러 모태펀드 우선손실충당 비율도 10%에서 15%로 상향해 벤처캐피털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지속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간다. 또한 대규모 민간 자본 유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민간 모펀드를 조속히 도입하고 대책에 포함된 세제 인센티브도 법령 개정을 통해 제도화할 계획이다.

2023년 대한민국 벤처 업계를 위한 제언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로 인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 해 동안 10조원이 넘는 벤처 펀드가 조성되는 등 한국 벤처 생태계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전체 신규 투자액은 소폭 감소했지만 새로 투자받는 기업의 수는 어려운 여건임에도 증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의 역동성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신호다.

하지만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징후는 분명하다. 최근 막대한 벤처펀드가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그간 한국의 벤처투자 업계가 정책금융에 의존하다 보니 정부에 대한 의존도 심화와 강력한 민간 VC 부문의 부재로 이어졌다.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투자자가 부족하고 벤처캐피털의 기술 평가 역량 자체가 부족한 판국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 활성화를 위한 중기부의 역할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장기적인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민간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중기부는 모태펀드 출자, 벤처투자 인센티브 강화, 민간 벤처캐피털 설립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자생력 있는 민간 벤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편 기업 벤처캐피털(CVC)에 대한 규제는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는 옆 나라 일본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일본에서는 CVC 펀드의 수와 투자 금액이 크게 증가했다. 벤처캐피털 업계에 대한 민간 기관의 투자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CVC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모기업의 행보에 따라 좌우되는 고무도장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VC의 신속한 설립과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현재와 같이 시장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업계에 숨통을 틔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얼어붙은 투자 심리를 녹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 ‘닷컴’ 붐과 함께 주목할 만한 기술 기업들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카카오와 같은 스타트업이 등장하는 등 오랜 혁신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도 같은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디지털 시대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벤처 시장 활성화 대책이 절실하다.

외환 시장에는 “재야의 고수도 관군을 이길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이는 외환 시장뿐만 아니라 국민연금과 같은 정부 기관이 주요 역할을 하는 주식 및 채권 시장에도 적용된다. 하물며 시장이 더 작은 벤처 캐피털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가 정책금융 성격의 벤처투자 시장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분기당 1조원 정도만 투자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시장 동향에 집중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민간 부문의 장기적인 발전과 자생력에 초점을 맞춘 합리적인 정책 자금의 집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