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병원’ 키우는 메디빌더, 90억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
병원과 합자회사 설립해 장기적 파트너십 맺는 ‘SMC’ 모델 채택 진료 외 경영 전반 지원, ‘초격차 병원’ 목표로 동반 성장 도모한다 MSO 한계 뛰어넘었다는 평가, 미래 도약 꿈꾸는 병원들의 경쟁력 되어줄까?
메디컬 에그리게이터 메디빌더가 9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기존 투자사인 베이스인베스트먼트와 신규투자사인 LB인베스트먼트가 보통주 방식으로 참여했다.
메디빌더는 합자회사 설립을 통해 병원과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체결한다. 대형 병원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핵심 역량을 공유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스톡옵션 등 보상 구조를 통해 핵심 인재를 영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병원의 비진료 영역 전반을 지원해준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신윤호 베이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메디빌더는 병원 성장 메커니즘에 대한 강력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수의 성공 사례를 입증한 조직”이라고 평가했다. 인준영 메디빌더 대표는 “이번 투자를 통해 데이터 마케팅을 잘하는 조직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병원의 성장을 위해 교육, 인사, 개발, 해외 마케팅 등의 역량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합자 회사 설립으로 병원과 동반 성장
메디빌더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SMC(Special purposed medical company) 모델을 채택했다. SMC는 병원과 합자회사 설립을 통해 서로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장기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이다. 합자회사란 무한책임을 부담하는 무한책임사원과 유한책임을 부담하는 유한책임사원(출자자)으로 구성된 회사를 일컫는다. 기업의 경영은 무한책임사원이 담당하고 유한책임을 부담하는 출자자는 출자에 따른 이익을 분배받게 되는 구조다.
메디빌더는 이러한 합자회사를 다수 보유하고 관리하는 ‘메디컬 에그리게이터’다. 여기서 에그리게이터는 잠재력은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유망 중소 브랜드나 소상공인 업체를 발굴하고 인수해 최적화 마케팅과 공격적 투자로 육성하는 사업체를 의미한다.
SMC 모델을 채택한 메이빌더는 합자회사를 통해 병원의 인력관리·홍보·회계 등 비진료 영역 전반을 지원하고 병원의 브랜드를 활용한 다양한 신사업으로 사업 확장 및 가치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계획이다. 또 ‘초격차 병원’으로 도약하기 위해 병원과 SMC가 연관 사업으로 분야를 확장하며, 경쟁력 확보에 도움을 주는 상호보완적 구조의 동반 성장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는 의료법 규제로 인해 의료시장의 자본 유입이 비교적 제한적이지만, 메디빌더는 의료 질서와 법률을 위반하지 않고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확립했다. 이 같은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난 7월 4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바 있으며, 이번 투자 유치로 총 9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에 메디빌더는 차후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국내 의료 시장의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다.
기존 MSO 모델의 한계점 극복
국내 의료 시장에서 병원이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경영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다수의 병원이 전문인력 부족, 낮은 보험 수가 등으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MSO(병원경영지원회사)다.
MSO는 의료인이 병원을 개설·운영함에 있어서 인사·노무·홍보 등 본연의 의료행위 외에 병원 경영에 필요한 업무를 지원하는 회사다. 위법행위를 피하기 위해 의료기관 개설자의 개설·운영권을 침해하지 않고 이를 보완 및 지원하는 선으로 서비스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적으로 MSO는 의료법인이나 비영리법인과 달리, 영리 목적으로 의료 행위 외 구매·인력관리·홍보·회계 등의 경영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의료인이 병원을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병원들이 규모의 경제를 이룰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 같은 점에서 MSO는 시장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MSO는 병원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지 못해 액셀러레이팅보다 영업 역량 증진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으며, 독자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메디빌더는 SMC 모델이 장기적인 파트너십 확보를 통해 병원과 상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사업 안정성 및 준법성 측면에서 기존 MSO 모델의 한계를 극복해냈다는 것이다.
SMC로 의료계 ‘초격차’ 이끌어낼 수 있을까
‘초격차’는 넘을 수 없는 큰 격차라는 의미로,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유지하면서 기술과 시장 지배력을 이어가는 경영 전략이다. 기술력이 곧 경쟁력이 되는 IT 업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이지만, 최근에는 의료계에서도 미래 시장을 선도할 초격차 병원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미래 선도 기술을 발굴하고 AI, 로봇 등 첨단기술의 융합을 통해 최고의 ‘S·M·A·R·T Hospital(스마트 하스피탈)’을 목표로 삼고 있다. 환자와 의료진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서울성모병원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및 스마트 진료 확산 ▲중증 환자들의 신뢰 ▲감염병 청정병원 ▲지역사회와의 상생 등을 통해 미래를 이끄는 초격차 병원으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저명한 병원들은 의료 서비스 자체의 발전은 물론, 첨단 기술 및 경영 고도화를 통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려 움직이고 있다. 메디빌더가 경쟁을 뚫고 미래의 도약을 꿈꾸는 소규모 병원들에 ‘초격차’ 경쟁력을 안겨주는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