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비파괴검사 딥아이, 시드투자 유치 성공 “해외 원전 진출할 것”
한국수력원자력 사내벤처로 출발해 첫 투자 유치 ‘비파괴검사’ 분야서 ‘저비용 고효율’ 혁신 업계 현실은 중소업체 난립하고 인력 넘쳐나
원전과 산업용 플랜트 시설에 비파괴검사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딥아이가 시드투자를 유치했다고 1일 발표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사내벤처인 이 회사는 AI를 활용한 시설 점검과 안전 검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투자에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비롯해 인포뱅크,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참여했으며 투자금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딥아이는 한수원에서 축적한 대량의 데이터를 활용해 AI가 손쉽게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플랜트를 운영하는 회사나 발전사가 시설을 검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고 정확도가 높은 검사를 통해 산업 안전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회사는 전했다.
회사는 이번 투자를 발판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프로그램인 팁스(TIPS)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권세라 블루포인트 책임심사역은 “딥아이는 방대한 양의 실제 신호 평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비파괴검사 솔루션을 개발했다”며 “풍부한 판매 네트워크도 보유하고 있어 미래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AI 활용해 시간과 비용 단축… 해외에 의존하던 솔루션 국산화
‘비파괴검사(ECT)’는 제품을 파괴하지 않고 시설 성능이나 상태를 파악하고 결함을 검사하는 방법이다. 병원에서 엑스레이나 CT, MRI를 찍는 것처럼 산업 시설물을 영상으로 찍고 이를 분석해 안전과 상태를 판별한다. 방사선이나 초음파를 활용해 검사 시설을 파괴하지 않고 내부 구조나 결함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 현장의 품질 검사에 주로 쓰인다. 건축물이나 상하수도, 가스와 석유의 파이프라인, 저장탱크, 발전소, 항공기, 철도, 선박 등 검사의 쓰임새도 다양하다.
김기수 딥아이 대표는 “해외 수입에 대부분 의존했던 비파괴검사 솔루션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의 해외 원전 수출 정책과 연계해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딥아이는 사람의 역할이 크던 기존 비파괴검사 방식과는 다르게 AI를 활용해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평가자가 직접 많은 신호 데이터를 하나하나 분석하며 비파괴검사를 수행했다”며 “딥아이의 서비스는 많은 신호를 한 번에 파악해 검사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고 인건비도 줄일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람 대신 AI가 검사 업무를 하기 때문에 그동안 업계에서 논란이 됐던 작업자 방사능 피폭 문제는 크게 개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영세한 사업장에서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작업자들의 방사능 피폭 사건이 끊이질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사람이 일할 때는 차단벽을 설치하거나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고 휴대용 방사선 측정기와 피폭 양을 측정하는 선량계를 착용해야 한다”며 “AI를 활용하면 검사에 필요한 인력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안전사고 우려도 적어질 것”이라고 반색했다.
치열한 출혈 경쟁 속에서 존재감 나타낼 수 있을까
한편 비파괴검사 솔루션 분야의 업체 간 출혈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비파괴 검사원 자격증은 쉽게 딸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 검사원들이 넘친다”며 “검사도 불량 유무만을 판별하는 일이어서 업체들은 빠른 현장 출장과 낮은 검사비를 내세우며 제살 깎기식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파괴검사 시장의 80%는 소규모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영세한 업체들이 저렴한 인건비를 내세우고 있는 시장에서 AI를 활용한 인건비 절감 효과가 어느 정도 먹힐지 의문”이라며 “가격과 검사 품질 모두를 만족시켜야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