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한국에는 긍정적인 소식?
미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은행권 불신으로 확산될 우려 커져 예금 100% 보호 선언에도 은행 연쇄 붕괘 우려 확산 미 연준 금리 인상 중단 및 러-우 전쟁 조기 종결 가능성도 높아져 원자재 비롯 수입품 가격 정상화로 국내에는 이득 될 것이라는 예측도
10일 금요일, 미국 내 자산규모 16위에 달했던 실리콘밸리은행이 뱅크런(Bank run·대규모 예금 인출)과 자본금 확보 실패에 따라 미 예금보호공사(FDIC)에 의해 강제 파산 결정이 내려졌다.
주말 내내 글로벌 금융시장은 월요일 개장과 함께 폭락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미국 재무부가 적절한 인수 대상자를 찾고 있으나 여의치 않다는 내부 정보가 흘러나오면서 소문은 더 악성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 재무부, 우선 예금자 보호 100% 선언
자넷 옐렌 미국 재무부 장관은 주말이었던 12일 우선 예금자 보호를 위해 예금은 100% 보호하겠다는 발표를 내놨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13일 월요일 오전까지 그런 발표가 안 나왔으면 미국 전역에 뱅크런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재무부 장관 입장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예금자 보호를 위해 동결된 실리콘밸리은행 자산의 매각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화 2,090억 달러(한화 약 275조원)에 달하는 자산 중 80%에 달하는 예금을 기존의 보유 자산으로 충분히 지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750억 달러 규모의 예금을 지급하기 위해 실리콘밸리 은행의 자산 중 50%에 달하는 미국 장기채를 매각해야 하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미 연준’)가 2022년 초부터 빠르게 기준 금리를 인상한 탓에 장기채에 대한 수요가 급감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꾸준히 미국 장기채를 매입하던 중국, 영국, EU에 이어 일본도 지난 2022년 말부터 미 장기채 매각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채 매각이 어려울 경우 미 연준이 채권을 회수할 수밖에 없는 만큼, 예금자 100% 보호 선언이 세금으로 예금자를 보호하겠다는 정책이 됐다는 것이 미국 금융가의 해석이다. 옐렌 미 재무부 장관이 예금은 100% 보호하나 구제금융은 없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서도 주주들을 보호할 계획은 없다는 뜻인 만큼, 시장 자율적으로 은행 매각 등을 통해 충격을 시장에서 흡수하기를 요구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하루 420억 달러의 뱅크런, 어느 은행도 버티기 힘들어
미국 포츈지는 실리콘밸리은행이 지난 8일 파산 위험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하루 종일 무려 420억 달러의 뱅크런을 맞았던 것에 주목했다. 인터뷰에 응한 미 은행권 관계자는 “어느 은행도 하루에 420억 달러의 예금 회수를 버티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4분기부터 바젤III 기준 Tier 1 자본금이 사실상 바닥난 가운데, 미 연준의 요청으로 대규모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했음에도 지난 8일에 몰린 뱅크런에 결국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은행권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 안정적이었다면 대형이기는 해도 은행 1개의 파산으로 끝날 수 있으나, 최근 들어 금리 상승에 따라 대부분의 은행들이 미 장기채에서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는 만큼, 향후 연쇄적인 은행권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특히 실리콘밸리은행과 더불어 미국 서부에서 스타트업 회사들에 금융 노출이 많은 금융기관들의 경우 실리콘밸리은행의 예금 지급이 지연될 시 연쇄부도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에 미칠 영향은?
국내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미 연준이 3월 말에 예정했던 빅스텝(0.5%p 금리 인상)을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한국은행도 4월에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폭락해 경기 침체를 겪고 있던 국내 기업들에게는 한숨을 돌리는 소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 미국에서 손실이 있는 금융기관이 나타날 경우 한국에서도 전염 효과(Contagion effect)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국내 기업들의 미국 내 자산을 파악하는 데 바쁜 모습이다.
국제정치 관계자들은 미국 국채에 대한 대외 수요가 크게 감소하면서 미국이 더 이상 금리 인상을 무리하게 시도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이어 물가 상승의 가장 근본 원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충격이었던 만큼,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보다 전쟁 조기 종결을 통한 물가 잡기에 대한 요구가 한층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러-우 전쟁 조기 종결은 원자재 가격을 비롯한 주요 수입품 가격을 정상화시킬 가능성이 높아 한국에서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지난 1월에서 42억 달러 규모의 역대급 무역수지 적자를 작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만큼, 러-우 전쟁 종결과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을 가늠할 수 있는 미 은행권 문제가 한국에는 반가운 소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