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삼성전자 여직원 사건으로 본 회사 생활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삼성전자 여직원의 승진 노하우 글 화제 임원단의 회식 모임 꾸준히 참석하며 유리한 프로젝트 배정 받아 ‘꼰대’라는 비난 속 Z세대 직장 문화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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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간 ‘삼성전자’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직장인 대상의 한 커뮤니티에 삼성전자 여직원이 조기 승진 노하우를 올린 글이 화제다. 해당 여직원은 회식, 골프 등의 업무 외 사회생활에 적극 참여해 성과가 나는 핵심 프로젝트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었고 결국 동기들보다 2년 빨리 승진했다는 정보를 공유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에서 지난달 28일 부장·차장·과장급 승진 인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승진 인사 직후인 지난 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삼성전자 직원임을 인증한 A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실린다.

여직원의 사회생활, ‘남자처럼’ 하면 꼰대인가?

A씨는 다른 여직원들과 달리 임원들이 좋아하는 회식에 꼬박꼬박 참석했고 심지어 골프까지 배워서 라운드를 같이 뛴다고 밝혔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팀 여직원들이 진급에서 모두 떨어지는 가운데, 본인만 2년 먼저 진급했다는 것이다.

이어 일부 여직원들이 주장하는 사내의 ‘유리천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회식은 사회생활의 기본”이라며 “윗사람에게 잘 보여서 승진하거나 더 좋은 업무 따내는 건 당연한 건데 자기들이 안 해놓고, 유리천장이라니”라고 지적했다. 이런 사고방식이 ‘꼰대’인가라는 질문에, 각종 ‘악플’이 달렸고 이튿날이 되기 전 해당 게시글은 삭제됐다.

‘블라인드’ 사용자인 한 직장인은 “노동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면서 노예처럼 굴면 당장 본인에게 이득이 되겠지만, 저런 사람들 때문에 권리를 부당하게 포기해야만 뭔가를 얻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그렇게 다른 근로자에게도 피해가 간다”며 A씨의 사고방식에 불만을 표현했다. 또 다른 직장인은 “업무 외적인 걸로 평가당하는 게 뭐가 자랑이냐”며 “사내 정치로 특진한 것이라면 꼰대가 맞다”는 주장을 내놨다.

삼성전자, 승진 평가는 업무 성과 반영한 인사 고과에 맞춰 결정

삼성전자는 해당 직원이 특별히 ‘사회생활’을 잘해서 승진한 것이 아니라 ‘인사 고과’가 좋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반박을 내놨다. 특히 지난해부터 승진 연차 기준을 없앴을뿐더러 승진 평가는 업무 성과 등을 반영한 인사 고과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조기 승진’이라는 표현도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반박 이후 인터넷 여론은 “꼰대가 아니라 사회생활 잘하는 것”이라며 윗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자리를 놓치지 않은 것이 직장에서 돋보이는 방법 중 하나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 벤처기업 인사 관계자는 “직원을 뽑을 때마다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꼭 묻는다”며 “무슨 일을 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직원에게 해당 업무가 생길 때 먼저 배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의견을 냈다. 즉 A씨가 임원단에게 특정 업무를 잘 할 수 있다는 정보를 계속해서 공급했고 실제로 업무 배정이 A씨에게 유리하게 되면서 승진 평가에도 긍정적으로 반영됐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난 4일간 ‘삼성전자’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직장 생활에 대한 MZ세대의 사고방식도 바뀌어야

인사 관계자들은 해당 직원이 MZ세대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업무 활동을 통해 조직 내에서 인정을 받은 것인 만큼 MZ세대 전반적으로 회사 생활에 대한 인식 개선이 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인터넷 커뮤니티 ‘블라인드’ 상에서 모 기업의 인사팀장이라고 소개를 밝힌 한 직장인은 “Z세대로 갈수록 회사는 시간을 때우고 돈을 받는 곳이라는 사고가 지나치게 강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어 “회사는 도움이 안 되면 언제든지 인력을 해고할 수 있는 곳이라는 사고방식이 부족한 탓에 A씨를 ‘꼰대’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해당 게시글에는 “치킨 한 마리를 살 때는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불만이면서 정작 자기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꼰대’라는 비난을 내놓는다”는 의견을 개진한 사례도 있었다.

테헤란 밸리의 기업가치 6,000억원에 달하는 한 스타트업 이사진은 “저 정도만 해도 조기 승진한다는 것은 삼성전자 같은 국내 일류 기업도 인재 채용과 동기 부여가 얼마나 힘든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Z세대 직원들의 동기부여도가 크게 낮아 인사 문제로 고민이 많다는 의견과 함께,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 헌신하는 과거의 기업 문화에 대한 지나치게 부정적인 사고가 직장인의 기본적인 책임마저 망각하게 되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