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앞세워 ‘의료 플랫폼’ 진출하는 카카오, 독점 우려 제기도
진료 예약부터 보험 청구까지 카카오톡 내에서, ‘원스톱 프로세스’ 구축 예정 일각에서는 독점 우려 제기, 가장 먼저 피해 보는 것은 굿닥·똑닥 등 ‘병원 예약 앱’ 정부 규제로 빨간불 켜진 비대면 진료 플랫폼, 카카오 사업 확장 시 벼랑 끝 몰릴 것
카카오가 의료 플랫폼 사업까지 발을 넓힌다. 차후에는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병원 예약, 사전 문진, 진료비 결제, 보험 청구 등이 ‘카카오톡’ 내에서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헬스케어는 카카오톡을 활용해 병원 예약에서 결제까지 업무 전반을 진행하는 의료 플랫폼 서비스를 구상하고, 현재 론칭을 위해 각 병원에 참가 제안서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헬스케어 관계자는 “카카오톡 챗봇 등을 활용해 이용자가 손쉽게 병원을 예약하고 전자문진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으로, 구체적인 서비스 출시 시기와 제공 기관, 정식 명칭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병원과 환자 양측의 편의성을 모두 높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톡 ‘챗봇’ 활용한 의료 플랫폼
카카오의 의료 플랫폼 서비스는 대다수 환자용 앱과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활용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서비스 이용자는 카카오톡 챗봇을 통해 병원의 진료과, 의료진, 진료 날짜를 선택해 간편하게 예약 및 변경·취소가 가능하다. 차후 IT 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고령층 및 아동을 위한 대리 예약 시스템도 갖출 예정이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진료 예약은 물론 향후 사전 문진, 진료비 결제, 주차비 정산, 보험 청구 등 진료 과정 전반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프로세스’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차후 카카오가 예약, 결제와 같은 원무 업무뿐만 아니라 전자의무기록(EMR)과 연동한 디지털 헬스케어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카카오헬스케어는 올해 초 의료정보시스템 전문 기업인 ‘라인웍스’를 인수·합병하고, 약 99억원을 투자해 국내외 중·대형병원에 의료 정보 시스템을 공급하는 이지케어텍의 2대 주주로 올라서는 등 업계 내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만약 카카오의 의료 플랫폼 서비스가 계획대로 성장할 경우 리뷰, 별점 등으로 환자 유입을 꾀하는 ‘네이버 지도’ 대비 한층 강력하고 적극적인 병원 홍보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타 ‘병원 예약’ 서비스, 졸지에 사장될 위기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의 시장 진출로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분야는 모바일 병원 예약 서비스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2012년에 출시된 ‘굿닥’은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해 사용자 주변의 병원과 약국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진료 예약 및 약 배달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다. 예약 이후 병원에 방문하기 전까지 실시간으로 병원의 대기 현황 확인이 가능해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2017년 출시된 ‘똑닥’ 역시 유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똑닥 서비스를 통해 주변에 위치한 병원 또는 약국을 검색하고, 모바일로 진료를 예약한 뒤 진료비까지 자동으로 결제할 수 있다. 또한 영수증, 세부내역서, 처방전 외 보험 청구에 필요한 병원 서류들도 모바일로 받아볼 수 있으며, 앱을 통해 실손보험 청구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제공하는 대부분의 서비스가 카카오가 내세운 ‘원스톱 프로세스’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막강한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우며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추가 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 챗봇을 활용해 이들 플랫폼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단시간 내에 탄탄한 고객층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기 시장을 창출하고 꾸준히 성장해온 스타트업들이 ‘공룡’ 카카오의 독점에 줄줄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에 드리워진 ‘독점’ 그림자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 이후 카카오가 사업을 확장할 경우 이러한 독점 문제는 한층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정부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재진 환자와 도서·벽지 등 의료 취약지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복지부는 코로나 재택 치료 제외 비대면 진료 중 재진이 81.5%, 초진이 18.5%였다는 통계를 밝히며 재진 중심의 정책 추진 방향성을 확고히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부의 개정안에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이 반기를 들었다. 플랫폼 첫 이용자 중 99%는 초진 환자이며, 재진 환자 중심 제도화가 중개 플랫폼 비즈니스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주요 7개국(G7) 가운데 어느 나라도 비대면 진료 대상을 재진 환자로 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비대면 의료 허용 범위를 넓혀가는 추세다.
업계는 진료 대상을 재진으로 한정할 경우 90%가량의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할 수 없게 될 것이며, 관련 업계가 ‘줄도산’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초진 환자 이용이 불가능해지면 접근 장벽이 높아져 소비자 유입이 크게 감소하고, 시장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이용자 유치와 서비스 성장이 급선무인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큰 위기다.
하지만 카카오의 경우 입장이 다르다. 이미 국내 대부분 서비스에 걸쳐 탄탄한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비대면 의료 시장에 접근하기도, 성장하기도 훨씬 쉽다. 차후 진료 예약, 보험 청구 등 의료 플랫폼 사업으로 기반을 다지는 데 성공할 경우 비대면 의료 시장 역시 순식간에 독점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가뜩이나 벼랑 끝에 몰린 플랫폼 업계가 이러한 정부 규제와 카카오의 ‘숨통 조이기’ 속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