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독점한 아크미디어, 그 배후는?
디즈니+와 아크미디어, 고려아연, 카카오의 석연찮은 관계 아크미디어 콘텐츠, 사실상 디즈니+ 독점 신생 엔터 업체, 고려아연에서 사실상 전액 투자한 펀드에서 운영 카카오 그룹과 석연치 않은 관계도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디즈니+(Disney +)가 한국 진출을 선언한 후 2년이 지나도록 OTT업계 脫꼴찌에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 오리지널로 공개한 <카지노> 덕분에 가입자가 대폭 늘었다. 2021년 말 500억원을 투입한 <무빙>으로 K-콘텐츠 투자를 알렸으나, 지난해 말부터 관심의 집중이 된 <카지노> 이외에는 딱히 흥행작이 없었던 탓이다.
지난해 10월까지 디즈니플러스 월간활성이용자수(MAU, 모바일인덱스)는 179만명이다. <카지노>의 흥행 덕분에 지난 1월 217만명까지 늘었다가 2월들어 208만명으로 줄어들며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OTT업계 관계자들은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으나, 실제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 의사 결정이 아크미디어에 의해 사실상 독점되고 있는 탓에 <카지노> 급의 대작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것이 성장 장애 요인으로 분석한다.
디즈니플러스코리아의 독특한 제작구조
디즈니플러스코리아의 국내 오리지널은 사실상 아크미디어에서 독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8개의 오리지널을 출시하며 그 중 4개의 K-드라마를 방송했을 때도 <그리드>, <키스식스센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등이 아크미디어를 거쳤고, 이어 2022년에는 <카지노>, <사랑이라말해요> 등이 역시 아크미디어 작품으로 확인됐다.
아크미디어는 2019년에 이야기사냥꾼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신생 드라마 기획 및 제작사다. 2021년에 지창배 회장이 합병 형식으로 인수한 기업이다. 합병 전인 2021년 초까지만해도 매출이 거의 없었으나, 지창배 회장이 인수한 이래 고속 성장을 거듭해 지난 2022년에는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플러스코리아가 아크미디어에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제공해주는데 아크미디어의 지창배 회장을 비롯한 현재 경영진이 주요한 역할을 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디즈니플러스코리아가 국내에서 공개 입찰을 거치지 않고 아크미디어를 반복적으로 선정하는 가운데, 제작사와 수익 배분 관계에서도 아크미디어가 디즈니플러스와 어떤 계약을 맺었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지정된 수익률에 아크미디어와 제작사 간의 계약이 이뤄지는, 이른바 ‘깜깜이 계약’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사들 입장에서는 고수익이 보장되지 않고 협상이 어려우니 마지막으로 던져보는 OTT업체가 디즈니플러스였던 셈이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더 글로리>처럼 대작 탄생이 쉽지 않았던 OTT 업계 속사정이다.
아크미디어 운영 펀드는 모조리 고려아연에서 투자?
디즈니 미국 본사에서도 한 개 회사가 단독으로 한 국가 전체의 제작을 총괄하는 것이 석연치 않았던지 내부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는 ‘할리우드에서는 안정적인 제작 역량이 있는 제작사와 지속적으로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되면서 한국 지사의 오리지널 심사 담당자였던 지상파 방송국 출신 인사 한 명이 최근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의 감사와 해당 직원의 퇴사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디즈니플러스코리아으로부터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디즈니 본사에서 단순 감사로 물러난 것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아크미디어 운영 구조를 지적한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아크미디어의 현재 알려진 대주주는 약 50.47%의 지분을 보유한 ‘코리아 그로쓰 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로 원아시아파트너스에서 운영하는 펀드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그 외에도 아비트리지 제1호, 저스티스 제1호, 바이올렛 제1호, 가젤 제1호, 그레이 제1호 등의 각종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펀드의 주요 출자자(Liquidity Provider, LP)가 고려아연으로 알려졌다.
이 중 아크미디어의 지분 50.47%를 보유한 ‘코리아 그로쓰 제1호’의 경우 고려아연이 약 440억원을 투자해 전체 94.64%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아크미디어의 실질적인 대주주인 셈이다. 아크미디어가 운영하는 다른 펀드들도 대부분 고려아연의 재무제표 및 투자자산 목록에 올라와 있다. 합계 투자액은 알려진 것만으로도 5,000억원이 넘는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고려아연에서 운영하는 그룹 내 엔터테인먼트 투자 자회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는 것이 증권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크미디어 2대 주주는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최근 아크미디어의 2대 주주로 올라선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달 16일, 하이브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 경쟁이 치열하던 무렵,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사실상 방해할 목적으로 SM 주식을 구매한 제3의 세력이 있다는 하이브의 보도가 있었다.
IBK투자증권 분당센터에서 30억원어치 주식을 매집했던 법인은 원아시아파트너스로 코리아 그로쓰 펀드를 통해 아크미디어를 소유한 전문 투자 기관이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이후에도 약 820억원 규모의 SM주식을 헬리오스 제1호 펀드를 통해 매집했다.
IB업계에서는 카카오 그룹의 우군으로 알려진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이번에도 ‘백기사’ 노릇을 한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는 영업적자에 허덕이던 자회사 그레이고 지분 30%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영 중인 가젤 제1호에 500억원에 매각했다. 같은 기간 동안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아크미디어에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를 2대 주주로 끌어들인다. 당시 아크미디어의 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평가하며 200억원을 투자했으나, 시장에서는 매출액 1,000억원, 영업이익 110억원, 순손실 90억원에 불과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1조원 이상으로 판단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있기도 했다.
즉, 아크미디어는 영업 상황이 좋지 못했던 이야기사냥꾼이 지창배 회장 및 경영진으로 손바뀜이 일어나며 고려아연에게서 440억원을 투자 받은 회사가 됐다. 이어 디즈니플러스코리아와 모종의 관계를 맺는 회사가 됐고, 카카오 그룹이 무려 1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하며 추가 투자금 200억원이 유입된 중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성장했다.
아크미디어 지창배 회장은 어떤 사람?
모든 기업가가 꿈꾸는 고속 성장을 이뤄낸 아크미디어 및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회장은 어떤 인연으로 고려아연, 디즈니플러스코리아, 그리고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라는 글로벌 최상위권 대형 기업들을 설득할 수 있었을까?
지창배 회장은 지대섭 전 청호컴셋 회장의 첫째 아들로, 지대섭 전 회장은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소속 15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던 인물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청호컴셋은 ATM기기 시장에서 업계 선두권의 기업이었으나, 이후 효성, LG 등의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며 결국 사업을 접게 됐다. 매각 대금 및 각종 사업의 수익을 활용해 지대섭 전 회장 및 다른 두 아들은 현재 썬앤트리자산운용의 대주주가 됐고, 지창배 회장은 과거 이매진아시아(옛 웰메이드 예당)을 운영하며 쌓은 엔터테인먼트 업계 노하우를 활용해 높은엔터테인먼트와 아크미디어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높은엔터테인먼트에는 한예슬, 조여정 등의 유명 여배우들이 계약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창배 회장과 고려아연과의 인연은 지 회장의 사천성인민정부 주최 행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중신시대우호협회의 지난 2021년 사천성 사천발전그룹 초청방문 내역에서 사천의 주요 사업가들과 함께 한국 측의 지창배 협회 이사장과 고려아연 최윤범 대표이사 부회장이 중국 사천성 일대에 각종 투자 논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주한중국대사, 상해 공공외교협회 등과 수차례의 모임을 가진 것을 한중신시대우호협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너가(家) 2세, 3세가 친한 것은 대기업 자제들 사이에 공공연한 사실이나 ‘코리아 그로쓰 제1호’를 비롯한 각종 펀드에 수천억원의 투자를 진행한 것에 대해서는 증권가에서도 의구심을 표현한다. 고려아연이 상장사인데다 최씨 집안과 장씨 집안이 3대째 공동 경영을 이어오고 있는만큼, 수천억원의 투자가 한 투자사에 의해서 단독으로 이뤄졌을 때는 집안 내부적으로 모종의 정보가 오갔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이다.
같은 사항은 매출액 1,000억원, 순손실 90억원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상징 같은 SM의 절반 가격에 해당하는 1조원으로 인정하고 카카오 엔터테인먼트가 200억원의 지분 투자를 했다는 사실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지창배 회장을 비롯한 원아시아파트너스 경영진이 고려아연 및 카카오 그룹 내부 투자 관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안정적인 매출처 확보가 있었어야 납득 가능한 투자 선택이기 때문이다.
디즈니플러스 감사 담당자가 물러난 이유?
업계에서는 2016년에 개장한 상하이 디즈니랜드와 지창배 회장, 고려아연 사이에 밝혀지지 않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한국 시장에서 성장이 더딘 탓에 문책성 감사였을만한 사항인데도 불구하고 디즈니 본사 감사 담당자가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고 물러날 때는 디즈니 그룹 상부와 지창배 회장, 고려아연 간의 밝혀지지 않은 관계가 있었어야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지창배 회장의 중국 사업이 2015년 한·중 IT사업 협력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한다. 부친 지대섭 창업주의 바통을 이어받아 중국 인맥쌓기에 ‘올인’했던 당시 지창배 회장은 화웨이 및 세기화통(스지화퉁)과 납품 계약을 맺는다. 화웨이는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만해도 삼성을 위협하는 스마트폰 제조사였고, 스지화퉁은 현재 텐센트가 2대주주로 있는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스지화퉁의 자회사인 차이나 리터러쳐는 디즈니의 스타워즈 중국어 버전을 2019년에 제작해 중국 시장에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장기간의 업력을 통해 지창배 회장이 중국 주요 기업체 및 정부 기관들과 탄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디즈니 그룹이 중국에서 운영 중인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중국 정부 산하의 상하이시(市)와 각각 43%, 57% 공동출자 형태의 지분구조라는 점도 함께 지적된다. 즉, 중국 정부 최상층과 중국식 ‘꽌시(관계를 뜻하는 중국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디즈니 본사의 감사 담당자가 큰 문제삼지 않고 물러섰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려아연 계열사 중 하나인 영풍문고의 임명직 대표였던 최영일 전 대표는 디즈니가 한국에 처음 진출하던 1992년대 연 매출 4억이었던 한국 지사를 연 매출 250억원대로 키운 경험과 인맥을 갖고 있기도 하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업력이 탄탄한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서 대규모 투자금이 유입된 것과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와의 밀월관계를 제3의 이유 없이 쉽게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