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연담’으로 본 BL 인기 비결 [빅데이터 LAB]

BL 드라마 OTT 타고 인기, 빅데이터 분석 차서원X공찬 주연, 티빙 ‘비의도적 연애담’ 인기 요인은? 원작은 물론 각색까지 기대↑, 긍정 인식 58%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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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작품 포스터

봄과 함께 BL(Boy’s Love)이 피어나고 있다.

BL 콘텐츠가 다양한 OTT 플랫폼을 통해 만개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이하 비연담)부터 웹드라마 <소년을 위로해줘>(티빙-웨이브-왓챠), 왓챠<신입사원>, 영화 <여덟 번째 감각>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배우 차서원, B1A4 공찬 주연작 <비연담>(피비 작가 동명 웹툰 원작)은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에서 진짜 사랑에 빠지게 된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신뢰회복 심쿵로맨스다. 지난해 BL 열풍을 몰고 온 왓챠 오리지널 <시맨틱 에러>의 뒤를 있는 인기작으로 손꼽힌다.

OTT 업계가 BL 장르에 주목하는 이유는 △저렴한 제작비 △마니아층 공략 △소재의 특수성 △원천 IP(지식재산권) 활용 등이다. BL 작품의 경우 영상화와 함께 원작이 함께 주목받는다. 원작 팬은 드라마로, 드라마 팬은 원작으로 향하며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업계는 <시맨틱 에러>를 통해 OTT 킬링 콘텐츠의 확장성 및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적극적으로 BL 장르를 품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BL 드라마를 찾는 시청자들의 속내는 어떨까? OTT랭킹-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는 ‘비의도적 연애담'(비연담)을 키워드로 지난 한 달간 (2023년 2월 28일~3월 30일)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먼저 ‘비연담’ 검색 결과(①) ‘원작-드라마-장면-기대’ 등의 키워드가 등장했다. 지난 3월 17일 공개된 드라마 <비연담>과 함께 원작에 대한 기대도 동반상승하는 모양새다. 또한 작품 주인공 ‘원영’과 ‘태준’이 강조됐고, 이와 함께 ‘얼굴-배우들-감정-사랑-마음’ 등이 연관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는 ‘원작 속 인물과 배우와의 싱크로율’ 및 연기력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풀이된다.

키워드 간 네트워크(②④)를 살펴봐도 ‘드라마-비연담’의 연계성은 ‘원작’과 ‘연기’로 직결된다. ‘드라마’만 따로 놓고 보면 ‘원작’의 ‘대사-사랑-느낌’ 등을 잘 ‘표현’해주길 바라는 팬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비연담’ 키워드 한 부분을 차지한 비엘(BL) 장르 네트워크(③)에서는 ‘퀴어-헤테로-소수자’ 등의 단어가 관찰됐다. 섬세한 장르인 만큼 ‘각색’에 대한 우려도 발견됐다.

‘비엘’만 따로 검색한 결과(⑥) ‘원작’과 ‘각색’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으나, ‘브로맨스-성소수자-장르’ 키워드도 연관성이 높게 드러났다. ‘퀴어-요소-인권’도 비중 있게 등장했다. 비엘의 상위 개념인 동성애(Homosexuality)의 반대 뜻 ‘헤테로'(Heterosexual, 이성애)도 부각됐다. 전체적으로 ‘비엘’을 보는 시선에는 여러 이해와 의미가 공존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중요한 점은 BL을 보는 시각이다. 긍부정 조사 결과(⑤) 58.4%가 BL을 향한 긍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부정적인 인식은 21.4%, 나머지 20.1%는 중립에 속했다. 종합해보면 BL 작품의 경우 영상화 결정과 함께 원작도 주목받는다. 원작 팬들은 캐스팅된 배우들과 캐릭터 간 싱크로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연기력이 뒷빋침되길 바란다. BL은 헤테로 장르와 다르게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퀴어와는 다르게 분류되며 판타지 요소가 더욱 강하다. 드라마 팬들은 탄탄한 서사와 설렘을 주는 눈빛, 연애 장면을 원한다. 또 각색을 통한 색다른 매력을 기대한다.

사진=넘버쓰리픽쳐스

과거 BL 드라마는 금기처럼 여겨지며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브로맨스’라는 이름으로 남남 우정관계를 예쁘게 꾸미거나, 조롱에 가까운 유희거리로 만들었다. 하지만 OTT 시대의 도래와 함께 BL 장르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시맨틱 에러>이후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IP가 쌓일 동안 콘텐츠 생산이 없었던 만큼 ‘블루오션’으로 여겨졌다.

OTT 업계 관계자 A씨는 “BL 장르를 피할 이유가 없다”면서 “BL은 마니아층이 두터운 오래된 장르다. 한 작품에 그치지 않고 같은 장르의 드라마를 선택하는 빈도가 높다. 더불어 원작(웹툰, 웹소설), 대본집, 굿즈, DVD, 블루레이 등 부수 상품에 대한 소비력도 높다”고 밝혔다.

BL 장르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달라진 것 중 하나는 바로 배우 캐스팅이다. OTT 업계 관계자 B씨는 “전에는 BL 드라마 캐스팅으로 연락하면 불쾌하게 여기는 분들도 있었다. 경험도 인지도도 없는 신인을 뽑다 보니 연기적인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이제는 열린 마음으로 연락을 받는 배우, 기획사가 많아졌다. 배우들은 이미지가 중요하니 이것저것 요구사항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웬만큼 인지도 있는 연예인이 출연을 확정하면 편성이나 투자유치가 수월해 대부분 수용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BL 시장은 탄탄한 마니아층의 지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BL 드라마’가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다. 그만큼 원작 팬들은 날카롭고, 드라마 팬들은 까다롭다. ‘이런 걸 좋아하겠지?’라는 얕은 수로 흥행을 노린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BL 작품을 오랫동안 즐겨왔다는 30대 여성 황모씨는 “BL 드라마를 볼 때 전략적인 부분보다 ‘얼마나 설렐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BL은 퀴어가 아니다. 진지한 사랑 속에 판타지가 살아있어야 한다. 흔히 만화적 요소가 ‘오글거린다’고 하는데, 실제적인 장면이 아니라 시청자가 ‘꺄!’ 소리칠 수 있는 장면이 필요하다. 드라마화하는 많은 BL 작품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다. 타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주 타깃을 10대부터 40대 여성으로 보고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보다가 심쿵할 수 있는 로맨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티빙 <비의도적 연애담>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주인공 지원영 역 공찬의 인터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공찬은 “캐스팅된 후 BL 장르를 찾아봤다. 장르에 대한 선입견은 전혀 없었다. 작품 속 표현된 순수한 감정에 집중했고, 재미있었다. 한정된 시청층에 대한 우려는 있었지만, 인물들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작품을 봤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