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OTT] 토종 OTT의 고군분투 ④ 냉정한 자아비판

OTT 수출액 감소로 전체 프로그램 수출액 전년 대비 11.9% 감소 시즌 인수한 티빙… 넷플릭스에 이어 2위로 ‘껑충’ 네이버·카카오톡처럼 굳건한 국내 시장 입지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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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진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국내 OTT 플랫폼과 콘텐츠 기업들은 전 세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의 성공에 힘입어 국내 OTT 플랫폼은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평가해야 한다. 이 문제의 핵심은 국내 OTT 플랫폼과 콘텐츠 기업이 자력으로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여부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애플 TV 플러스와 같은 기업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파라마운트 플러스, HBO 맥스 등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국내 OTT 플랫폼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가입자 기반을 늘리고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 해외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 진출은 실질적인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2021년 국내 지상파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20.8% 증가한 1조 2,100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PP 프로그램 수출액은 2억 1,99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2.3% 감소했다. PP의 프로그램 수출액 감소로 전체 프로그램 수출액은 전년 대비 11.9% 감소한 4억 3,33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일부 PP의 해외 OTT에 대한 드라마 판매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해외 OTT의 구매 여부로 인해 국가 전체 수출액의 10%가 달라질 수 있다. 

한국 OTT 플랫폼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과제와 전략

한국 콘텐츠, 특히 드라마의 글로벌 흥행과 그 성공은 대단한 위업이다. 한국 드라마는 매혹적인 서사, 공감 가는 캐릭터, 뛰어난 제작 가치로 전 세계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특유의 충성심, 헌신, 희생과 같은 아시아의 전통적 가치가 자주 등장하여 다양한 시청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초고속 인터넷의 광범위한 접근성은 OTT 플랫폼의 부상을 촉진하여 한국 콘텐츠가 더 많은 글로벌 시청자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한국 기업들은 빠르게 진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전략을 조정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야심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국내 OTT 플랫폼은 해외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모바일인덱스

웨이브, 티비, 왓챠 등 국내 로컬 OTT 플랫폼은 최근 몇 년 동안 상당한 재정적 손실이 있었다.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파이를 두고 싸우려니 오죽 그러지 않을까. 넷플릭스라는 절대강자를 두고 3사가 아웅다웅하는 형국이다.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사 3사가 합작한 웨이브는 21년도에 5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 10월 CJ ENM에서 분사한 티빙도 7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왓챠의 영업손실은 248억원으로 증가해 토종 플랫폼 모두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티빙은 경쟁사 중 가장 공격적인 글로벌 확장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올해에는 일본과 대만을 공략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미국 등 주요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티빙은 글로벌 메신저 기업 라인(Line)과의 파트너십을 활용해 특정 시장을 타깃으로 오리지널 콘텐츠와 현지 콘텐츠에 집중하는 소비자 직접 거래(D2C)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파라마운트 글로벌과의 업무 협약의 일환으로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론칭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진출을 촉진한다는 포부다.

웨이브는 일본, 미국, 동남아시아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7개국에서 웨이브고(wavve go)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한편 이태현 대표의 연임으로 올해 해외 진출 계획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웨이브를 글로벌 K-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2020년 토종 OTT 최초로 일본에 진출한 왓챠는 내년에는 미국, 유럽 등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전 세계 유료 가입자 1억 명을 보유한 글로벌 플랫폼이 되겠다는 포부다. 박태훈 대표는 ‘오징어 게임’과 ‘미나리’의 성공으로 아시아에서 더 넓은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플랫폼이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글로벌 OTT와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유통권을 확보하여 가입자 이탈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확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현지 사업자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안정적인 가입자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쿠팡이 국내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 가입자에게 무료 OTT 쿠팡플레이를 제공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상품 번들링은 일반적인 전략이다. 이 전략을 통해 아마존 프라임이 넷플릭스를 제치고 미국 내 OTT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메신저나 현지 사업자 등 이미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 OTT 플랫폼이 해외 시장에 단독으로 진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국내 OTT 플랫폼은 해외 진출과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국내 OTT 플랫폼이 직면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웨이브의 현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코코와 인수는 이러한 접근 방식을 잘 보여준다. 코코와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 미주 지역 30개국 이상에서 운영 중인 K-콘텐츠 플랫폼이다. 웨이브는 이번 인수를 통해 미주 지역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한국과 미주 지역 가입자에게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한다. 웨이브는 콘텐츠 공동 투자 및 가입자 기반 확대를 위해 글로벌 미디어 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K-콘텐츠 플랫폼이 되는 것이 웨이브의 목표다. 이를 위해 컴캐스트, 비키, 로쿠, 온디맨드코리아, 구글 등 북미 주요 플랫폼과 협력해 북미 시청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해외 시장 돌파구? 코코와의 수익성 및 성장 계획

사진=웨이브 아메리카스 홈페이지 갈무리

최근 웨이브의 코코와 인수는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 OTT 플랫폼에게 중요한 이정표다. 넷플릭스가 국내 OTT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면서 국내 사업자들은 해외 진출을 포함한 대안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고려해야 할 대내외적 요인이 산적해 있다. 국내 사업자들은 자체 플랫폼에만 의존하지 않고 글로벌 OTT 플랫폼과 협력하여 콘텐츠를 유통하고 해외 반응을 살피고 있다. 예를 들어, 티빙은 3월 30일 개봉 예정인 ‘아일랜드’를 전 세계 시청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아마존 프라임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마찬가지로 CJ ENM은 최근 폭스(FOX)사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투비’와 북미 스트리밍 서비스인 ‘로쿠’에 콘텐츠를 공급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협업은 국내 사업자들이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웨이브의 글로벌 진출은 특히 티빙이 KT OTT ‘시즌’을 인수해 국내 1위 OTT 플랫폼(합산 MAU 기준)으로 올라선 시기와 맞물려 주목할 만한다. 웨이브는 코코와 인수를 통해 미주와 한국의 가입자들에게 주요 방송 콘텐츠, 오리지널 드라마, 영화, 예능, 다큐멘터리 등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웨이브는 “코코와 인수를 시작으로 글로벌 사업 영역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미디어 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강화해 콘텐츠 공동 투자 및 가입자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웨이브는 지난 1년간 해외 진출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코코와 인수는 중요한 단계였다. 인수를 마무리하기 전에 세 방송사는 이사회를 열어 주식 교환을 결정했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회사의 비전을 설명했다. “코코와와 시너지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다양한 글로벌 미디어 파트너와의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도전적인 단계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K-콘텐츠 플랫폼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설립 4년 만에 수익성을 달성한 코코와는 유료 구독자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북미와 남미에서 최고의 K-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지만 현재 나오는 숫자로는 어려워보인다. 코코와의 유료 구독자는 2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하여 100만 명을 기록했고, 구독자의 86%가 외국인이다. 코코아는 북미 주요 방송 및 통신 사업자와 추가 파트너십을 맺어 남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21년에 처음으로 달성한 흑자는 12억원, 22년에는 36억원이다. 미국 시장의 크기를 고려할 때 아쉬운 수치다.

웨이브의 코코와 인수는 한국 OTT 플랫폼의 글로벌 진출과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 확보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 글로벌 OTT 플랫폼과 협력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활용함으로써 한국 사업자들은 해외 진출 과정에서 직면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매력적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 코코와는 사용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고도화, 북미 및 남미 지역 독점 콘텐츠 확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주력하고 있다. 빅데이터 인사이트를 활용하여 사용자 선호도를 더 잘 이해하고 그에 따라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독점적이고 독창적인 콘텐츠에 투자함으로써 경쟁사와 차별화하여 더 많은 충성도 높은 구독자를 유치할 수 있다.

한국 콘텐츠, 냉정한 자아비판 필요.

윕을 인수하면서 홍종선 JTBC 스튜디오 수석 부사장은 “할리우드 제작 시장에 진출해 영어로 제작하고, 미국이나 해외 인재들과 함께 제작하며 사업을 확장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즉각적인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국 해외 시장 개척의 효과는 미비하며 SLL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나머지도 대동소이하다. 한국 콘텐츠의 지속적인 성공과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냉정한 자아 비평이 필요하다. 손익분기점 돌파가 어려운 현실에서 현지 제작, 전략적 제휴, 공동 제작은 잠재적인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매출 증대나 시장 침투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CJ ENM은 스카이댄스 미디어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2021년 엔데버 콘텐츠(최근 피프스시즌(Fifth Season)으로 사명 변경)의 지분 80%를 9,300억원에 인수했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스카이댄스 미디어 및 애플 TV 플러스와 ‘빅 도어 프라이즈’를, 유니버설 인터내셔널 스튜디오와 ‘더 아키텍츠’를 공동 제작하고 있다. 스튜디오 체제로 전환해 15개 제작사에 투자하고 있는 SLL도 미국 제작사 윕의 지분 80%를 1338억원에 인수했다. 완성된 프로그램이나 포맷의 판매를 통해 해외 유통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제작사와 협업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윕은 지난해 72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영업적자 규모가 300억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방영이 지연되고, 기획개발비가 높은 미국 시장 특성상 적자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윕은 현재 100편 이상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어 방영되는 작품 수가 늘어날수록 회사의 실적 개선 속도도 빨라질 것을 기대중이라는 입장이다. SLL은 현재 넷플릭스와 디즈니+에만 작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윕을 통해 공급처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접근 방식은 여전히 현지 제작, 현지 플랫폼 전략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현지 유통은 아마존 프라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용자는 7달러를 추가하면 모든 한국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고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 번역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직접 들어가는 무모한 짓을 포기하고 아마존 프라임에 얹혀가는 방식으로 타협한 것이다.

단순히 해외 시장을 겨냥해서 현지에서 제작한 K-Contents가 항상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촬영된 중국 드라마를 한국인이 보지 않는 것처럼, 해외에서 한국 콘텐츠의 처지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태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풀로케이션 촬영한 태국 영화 ‘노잉미 노잉유(Knowing Me Knowing You)’라는 영화를 들어본 적도 없는 국민이 많다. 우리 드라마도 이와 같지 않을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고품질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강력한 영업력도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OTT 플랫폼 티빙과 KT의 시즌의 합병 후 티빙은 단숨에 웨이브를 제치고 국내 1위 OTT로 올라섰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9월 티빙의 국내 OTT 시장 점유율(MAU 기준)은 13.07%로 웨이브(14.37%)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시즌(4.98%)을 흡수하면서 점유율은 18.05%로 상승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선두인 넷플릭스(38.22%)와는 격차가 있다. 한국이 단순한 제작 하청 기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글로벌 플레이어와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OTT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필수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 CJ와 같은 콘텐츠 대기업, 통신사의 노력이 모두 더해져야한다.

국내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웨이브, 티빙과 같은 플랫폼의 분산된 노력이 아닌 통합된 접근이 필요하다. OTT 시장의 방대한 잠재력과 지속적인 성장세를 고려할 때,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한국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인재와 혁신을 지속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전 세계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참신하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작가, 감독, 프로듀서 등 창의적인 전문가 양성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의 미래는 자체 비평, 협업, 전략적 제휴, 제작-유통-플랫폼 개발에 대한 통합적 접근 등 다각적인 전략에 달려 있다. 노력과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한국은 콘텐츠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성공을 보장하고 한류를 통한 문화적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