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예산 뛰어넘은 문화계정 1차 정시출자 사업, 시장 흐름 반영한 촘촘한 계획 ‘호평’

중기부 계정 뛰어넘는 예산으로 VC 수요 몰렸던 문화계정 정시 출자사업, 1차 심의 완료 시장 흐름과 실질적 자금 수요, 악습 개선 필요성까지 반영한 촘촘한 계획으로 ‘호평’ 중기부 ‘찍어내기식’ 모태펀드 비판 제기, 시장 상황 반영해 실효성 있는 방안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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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 VC(벤처캐피탈)의 신청이 몰리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던 한국모태펀드(문화계정)의 1차 정시출자 사업의 1차 심의 결과가 발표됐다. 1차 심의를 통과한 조합은 총 21개이며 결성 예정액은 6,412억원, 출자요청액은 3,350억원 규모다. 특히 문화콘텐츠 IP(지식재산권) 관련 중소·벤처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K-콘텐츠 IP 분야에 결성예정액의 3분의 1 이상인 2,506억원이 집중됐다.

한편 지난달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모태펀드(문화계정) 1차 정시출자 사업에 50개 펀드가 약 7,875억원을 출자 신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출자금이 예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문화콘텐츠 VC 외에도 다양한 VC의 수요가 몰렸으며, 제안한 펀드 조성 금액은 1조4,770억원에 달했다. 경쟁률은 출자신청 금액 기준 3.2대 1을 기록했고, 1차 심의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배정된 K-콘텐츠 IP 분야의 경쟁률이 3.7대 1로 가장 높았다.

중기부 소관 계정 예산 뛰어넘은 문화계정 예산, VC 수요 몰려

이번에 15~18곳 안팎의 위탁운용사(GP)를 선정하는 모태펀드 문화계정 1차 정시 출자 사업에 도전한 VC는 총 50개 사에 달했다. 이처럼 문화계정에 VC 수요가 몰린 근본적 원인으로는 ‘예산’이 지목된다. 한국벤처투자가 GP 모집 당시 문화계정 출자사업에 할당한 예산은 2,475억원에 달한다. 이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소관 1차 정시출자 사업 예산인 1,835억원 대비 640억원가량 많은 수준이다. 1차 정시출자 사업의 문화계정 예산이 중기부 소관 계정 예산을 초과한 건 이번이 최초다.

실제 문화계정 예산은 최근 들어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9년 1,080억원, 2020년 1,460억원, 2021년 1,440억원, 2022년 1,641억원으로 점차 증가하던 문화계정 예산은 올해 2,475억원까지 늘며 그 증가폭을 대폭 키웠다. 1차와 2차로 나뉘어 진행되던 문화계정 출자 사업 예산이 올해에는 1차에 모두 배정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화계정 예산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예산이 감소하며 1차 정시출자 사업에서 처음으로 출자 규모가 역전됐다.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계정의 올해 총예산은 3,135억원으로 1차에 1,835억원, 2차에 1,300억원과 회수 재원이 배정됐다. 연간 출자 예산으로 따지면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계정의 규모가 더 크지만, 1차 출자사업 기준으로는 문화계정의 규모가 더 큰 셈이다.

콘텐츠 시장 흐름 반영한 현실적인 대응

한편 구체적인 예산 배분 방식 역시 문화계정 수요 쏠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 1차 정시출자 사업의 경우 △청년창업 △여성기업 △재도약 △글로벌 △지역혁신 벤처펀드(모펀드) 등 펀드를 성별, 연령, 지역 등에 따라 광범위하게 분류하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올해 문화계정 1차 정시출자 사업은 콘텐츠 분야 펀드를 업무 특성별로 다시 한번 분류해 세분화된 출자 방향성을 제시했다.

애초 한국벤처투자가 제시한 문화계정 1차 정시 출자 사업의 출자 분야는 ▲K-콘텐츠 IP ▲K-문화 M&A ▲K-유니콘 ▲K-밸류 ▲K-문화 상생 ▲K-문화 일반 ▲아시아 문화 중심도시 육성 등 총 7개였다. 하지만 한국벤처투자는 1차 심의 과정에서 수요가 적은 ‘아시아 문화 중심도시 육성’ 분야를 과감히 삭제하고, 대신 콘텐츠 IP 등 수요가 많은 분야에 예산을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현재 시장의 수요를 충분히 인식하고, 콘텐츠 분야의 실질적인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대응책을 내놓은 것이다.

촘촘한 계획을 통해 효율적 자금 집행을 유도한다는 점도 업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문화계정 사업은 제작 초기 분야에 투자하는 ‘모험투자 펀드’, 드라마 제작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드라마펀드’ 등 비교적 형식적인 부분에 집중했다. 반면 2023년 1차 정시출자 사업은 최근 시장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콘텐츠 IP 시장과 비교적 위험한 투자처인 초기 투자에 자금이 집중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시장의 자금 수요와 흐름을 잘 읽어낸 셈이다.

콘텐츠 산업의 빠른 성장 속도 역시 문화계정 수요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콘텐츠산업의 매출 규모는 146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수출액은 130억1,000만 달러, 고용 규모는 65.7만 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1.5%, 1.6%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전체 산업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2020년에도 콘텐츠산업은 16.3%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성장 저력을 과시한 바 있다.

벤처투자 시장 위축 역시 정부 지원금 수요 폭증의 원인 중 하나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기업 자금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 부담으로 속속 지갑을 닫고 있다. 벤처투자 시장 ‘돈맥경화’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올해 국내 1분기 벤처투자액과 펀드 결성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0.3%, 78.6% 감소했다.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이 올해 특히 지원 규모가 커진 문화계정에 주목하며 수요가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악습까지 고려한 계획, 중기부 모태펀드 개선 필요성 부각

한편 일각에서는 문화계정 활성화를 통해 영화·드라마 등 문화산업계 고용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실린다. 기존 문화산업계에서는 촬영에 참여하는 스태프들이 영화 제작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 사이 큰 인기를 끄는 OTT 드라마 업계에서 활동하는 인력 대부분은 프리랜서로 계약을 체결하며,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척박한 근로 환경을 견디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악습이 OTT 시장뿐만 아니라 콘텐츠 시장 전체로 확산하고 있으며, 영화 제작사들이 OTT 드라마를 제작할 때조차 스태프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문화계정 1차 정시 출자사업 계획 변경 공고안에 포함된 ‘프로젝트 투자 시 준수해야 할 의무 사항’에 따라 이 같은 시장 악습이 일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의무 사항에 자조합 메인투자 시 영화·드라마 스텝의 인건비 별도 계정 의무 설치,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공공기관 수립 표준계약서 의무 적용 등 근로자 보호를 위한 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촘촘한 지원 계획이 시장의 악습을 타파해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건전한 성장을 도모할 기회를 마련해준 셈이다.

문화계정 1차 정시출자 사업은 시장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고, 현재 ‘트렌드’를 적절히 고려해 전개되고 있다는 호평을 받는다. 업계 악습을 청산하기 위한 규제 역시 과하지 않은 선에서 포함되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매년 유사한 형태로 ‘찍어내듯’ 나오는 중기부 모태펀드 출자 사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시장의 수요나 흐름과는 무관하게 형식적으로 예산을 집행해 그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벤처투자 지원 사업은 단순 자금 규모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시장의 현실적인 수요를 충분히 이해하고, 촘촘하게 예산 분배 계획을 제시해 꼭 필요한 곳에 지원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본질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번 문화계정 정시출자 사업이 하나의 좋은 선례가 되어 차후 더 나은 정부 지원책을 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