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2차적 저작권 인정’ 법안 나왔다, 쟁점과 과제는?

생성형 AI 저작권 논란 관련, 저작권법 일부 개정 법률안 발의 2차적 저작물 인정 범위, 원저작물 저작권 침해 등 쟁점은 비껴가 제도 정비 서둘러 AI로 인한 저작권 침해 사례 반복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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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올해 초 미국에서 3명의 시각 예술가들이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의 제작자들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생성형 AI가 자신들의 저작물을 사용해 만들어 낸 이미지가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생성형 AI란 데이터 패턴을 학습했던 기존 AI와 달리 기존 데이터와의 비교 학습을 통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최근 들어 챗GPT, 미드저니와 같은 생성형 AI에 의해 제작되는 콘텐츠가 급증하면서 저작권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자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에서는 저작권법 개정 논의에 착수했으며 국내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작권법 개정 통해 생성형 AI의 저작권 침해 문제 해소 추진

지난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생성형 AI 기술을 통해 저작물의 복제 또는 전송, 2차적 저작물 작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저작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은 생성형 AI를 ‘컴퓨터 자동화 분석기술로 다수의 저작물을 포함한 대량의 정보를 해석함으로써 추가적인 정보 또는 가치를 생성하는 경우’로 정의했다. 구체적으로는 해당 저작물에 대해 적법하게 접근하고, 해당 저작물에 표현된 사상이나 감정을 향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 필요한 범위 안에서 저작물을 복제 또는 전송하거나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 생성형 AI가 만든 복제물은 정보분석을 위해 필요한 범위 안에서 보관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황 의원이 제안이유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빅데이터 및 생성형 AI 기술 등의 폭발적인 발전으로 저작물이 포함된 대량의 정보를 분석 및 활용하면서 저작물 이용 허락을 받지 않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공정이용 조항이 적용되는지 여부와 구체적으로 어느 범위까지 이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석이 상이한 상황이다. 이에 황 의원은 “이른바 ‘데이터마이닝’으로 불리는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화된 정보분석을 위한 저작물 이용에 대해 법률에 명시적 기준을 마련해 추후 인공지능 기술의 저작물 활용 시 허용되는 범위와 저작권 침해의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월 31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황보승희 의원실

2차적 저작물 범위에 대한 논의는 어디에?

다만 개정안은 2차적 저작물의 범위에 대해서는 명확히 다루고 있지 않다. 대법원에 따르면 2차적 저작물은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되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고 이것에 사회 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수정 또는 증감을 가하여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해야 하는 것’이다. 즉 2차적 저작물로 인정받는 조건으로 ‘새로운 창작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창작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인 탓에 하나의 답을 가지기 어렵다. 법률 전문가들은 새로운 창작성에 대한 모호한 판단 기준의 대안으로 ‘시장적 경쟁 관계의 유무’를 제시한다. 경쟁 관계에 있다면 원저작자의 경제적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2차적 저작물로 바라보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명확하지는 않다.

생성형 AI가 만들어 낸 새로운 콘텐츠가 2차적 저작물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생성형 AI는 비교 학습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 해당 분야의 시장분석을 통해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콘텐츠 트렌드들을 뽑아내고 이를 조합해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콘텐츠를 뽑아내는 범위는 사실상 ‘무제한’에 가깝다. 그렇다면 수천, 수만 가지에 달하는 원저작물들의 일부분을 조합해 만든 콘텐츠는 새로운 창작성이 부여된 콘텐츠인가? 2차적 저작물인가? 답을 내기 쉽지 않다.

만에 하나 생성형 AI가 만들어 낸 콘텐츠가 2차적 저작물로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남아있다. 일례로 실제 농구선수들의 플레이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그린 농구 만화의 한 장면이나 AP통신에서 찍은 오바마 대통령 후보의 사진을 기초로 그린 삽화는 저작권 침해 논란에서 자유로울까? 언뜻 보면 ‘사진’이라는 저작물을 ‘만화’ 또는 ‘삽화’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창조해 냈으니 독자적인 저작물로 인정됨은 물론, 저작권 침해 문제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해당 사례들 모두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본래 ‘2차적저작물작성권’ 역시 원저작자에게 있으므로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작성한 것이라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원저작자 저작권 침해 우려 여전, 신속한 제도 정립 필요

이처럼 생성형 AI가 만들어 낸 콘텐츠의 2차적 저작물 문제는 복잡한 쟁점들로 가득하다. 가장 큰 문제는 미비한 제도를 틈타 원작자들의 저작권 침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원작자가 보호받는 방법은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한 상대에게 손해배상, 배포금지 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학습 범위가 넓고 사용하는 소스가 많아 침해 여부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정부도 현재 생성형 AI로 인해 창작자들의 저작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제도 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월 저작권 학계, 법조계, AI 산업계, 창작자 등 현장 전문가와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AI-저작권법 제도 개선 워킹그룹’을 출범하고 논의에 착수한 바 있다. 워킹그룹은 저작권료를 낮추고 자율적으로 이용하게 하는 방안과 저작권료 없이 AI 학습용으로만 이용하게 하는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생성형 AI 저작권 논란이 1884년 카메라가 처음 발명됐을 때의 저작권 인정 논란과 유사하다고 꼬집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창작 도구가 탄생한 만큼 새로운 창작물을 담을 ‘새 그릇’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생성형 AI와 관련한 복잡한 쟁점을 모두 담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시장에서 생성형 AI로 인한 원저작물 침해 등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권리자 및 창작자를 고려한 균형 잡힌 제도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