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중심으로 다시 뜨거워지는 부동산 시장, ‘영끌 주의보’
부동산 시장 활기 되찾는 수도권 지역 이유는 서민 대출 지원 정책 ‘특례보금자리론’ 20·30세대 중심 과한 레버리지 부동산 투자 우려하는 목소리도
수도권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거래량도 증가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는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정책이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20·30세대를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빚투’, ‘영끌’ 열풍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 다시 ‘오름세’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17개월 만에 오름세로 전환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과 인천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띠고 있으며 경기는 가격 감소 폭이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이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평균 0.01%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약 1년 5개월 만에 처음 반등한 것이다.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4% 상승하면서 3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구별로 살펴보면 강남·송파구의 아파트 가격이 각각 0.2%, 0.3% 상승했다. 용산구 역시 금주 0.08%로 전주 대비 상승 폭이 늘어났다.
이에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이 지난달보다 개선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이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분양 전망지수는 지난달 대비 11.0 포인트 상승한 105.9를 기록하며 13개월 만에 기준선 100을 넘어섰다. 분양 전망지수는 주택사업을 하는 대한주택건설협회·한국주택협회 회원사 50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지표로, 지수가 100 미만이면 분양 전망이 부정적, 100을 초과하면 분양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의미다.
꿈틀거리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 원인은 정부 차원 대출 장려 정책
이처럼 서울 아파트 가격이 다시 꿈틀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 거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7일 발표한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 2월부터 5월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9,781건(직거래·해제거래 제외) 중 6억원 초과 및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건수는 2,927건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또한 9억원 초과 및 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건수도 2,868건으로 전체의 29.3%에 이르렀다. 이는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월까지의 직전 4개월 동안의 금액대 거래 비율이 각각 27.3%, 24.7%인 것을 고려하면 2.7%, 4.6% 오른 셈이다.
아울러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총 2,964건이던 서울 아파트 실거래 건수도 올해 2월부터 올 5월에는 총 9781건으로 3배 이상 크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정부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면서 서울 고가 아파트 비율도 올해 2월부터 5월에는 17.1%로 직전 4개월 16.4% 대비 소폭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최근 서울 중고가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있음에도 거래량이 높아진 이유를 최근 정부의 서민 대출 확대 정책의 일환인 ‘특례보금자리론’에서 찾는다.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 주택 구매자를 대상으로 최대 5억원까지 연 4%대 고정금리로 최장 50년 만기 대출이 가능한 정책 대출이다. 여기에 더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게 LTV(주택담보대출비율) 한도를 80%까지 끌어올려주고 대출 한도를 4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한 것도 거래량 상승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정부 차원의 정책 추진으로 체감 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의 주택 구매 수요가 커진 것이다.
이에 부동산 투기 세력이 대거 유입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서울시가 지난 7일 강남구 삼성동, 청담동, 대치동, 그리고 송파구 잠실동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1년 연장 조치했다. 해당 지역에서 주거지역이 6m2를초과하거나 상업지역에서 15m2를 초과하는 토지는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거래할 수 없게 함으로써 땅값 급등 불안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20·30세대 중심으로 증가하는 아파트 거래량, ‘영끌’ 트렌드 다시 시작?
서울 아파트 거래가 활기를 되찾고 있는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20·30세대 아파트 매입이 다시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이 9일 내놓은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20·30대 전국 아파트 매입 비율은 31%를 기록했다. 2월 이후 석 달 연속 30%대 기록이다. 동 기간 서울의 20·30 아파트 매입 비율은 38.8%로 지난해 4월 42.3%를 기록한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20·30의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열풍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현재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기조에 힘입은 청년층이 이를 기회로 삼아 과도한 레버리지로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3년 5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정책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은 지난달 말 기준 807조9,00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4조3,000억원 증가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집값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와중에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셋값까지 껑충 뛰면서 내 집 마련에 조급해진 20·30세대가 체감 금리가 낮아진 지금 시기에 부동산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