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일으킨 싱가포르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서울’, 2023 글로벌 창업생태계 순위 발표
창업하기 좋은 도시 순위 1위는 美 실리콘밸리, 韓 서울은 12위 안착 서울, 투자금 늘고 회수 기간 짧은 장점에 반해 ‘시장접근성 지표’에선 최하점 ‘텔아비브’처럼 시장 규모 낮아도 글로벌 유니콘기업 나오도록 정책 지원 있어야
서울시가 글로벌 창업생태계 순위에서 12위를 기록했다. 역대최고 순위인 10위에 오른 지 1년 만에 2단계 하락했다. 투자와 지식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으나, 시장접근성 지표가 최하점을 받았다. 이외에도 시장 품질에서 최고점을 받은 싱가포르가 올해 10계단 오른 8위에 안착하면서 상위 10위권 변동을 주도했다.
GSER 2023 결과 발표, 올해도 상위 3개 도시 순위 변동 없어
글로벌 창업생태계 분석기관인 스타트업지놈(Startup Genome)이 ‘2023 글로벌 창업생태계 보고서(GSER 2023)’를 18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올해로 11년째를 맞은 GSER은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 상태, 신흥 동향 및 기업가들이 직면한 주요 도전 과제 등을 담은 종합 분석 보고서다.
올해에도 창업하기 좋은 도시 1위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차지했다. 2012년 첫 순위 집계 이후 여전한 부동의 1위다. 그 뒤로 뉴욕시와 런던이 동률로 2위를 기록했으며, 상위 3개 도시는 2020년부터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4위와 5위를 기록했던 보스턴과 베이징은 각각 6위와 7위로 상위 5개 생태계에서 밀려났다. 그 결과 로스앤젤레스와 텔아비브가 각각 2 계단씩 상승하며 4위와 5위에 올라섰다.
순위가 크게 상승한 도시는 싱가포르와 마이애미다. 싱가포르는 18위→8위로 무려 10계단 상승하며 처음으로 상위 10위권에 진입했다. 마이애미도 7계단 상승하며 30위→23위를 기록했다. 반면 경기 둔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국의 경우 주요 도시 모두 순위가 하락했다. 심천은 12계단, 베이징은 2계단, 상하이는 1계단 하락하며 각각 35위, 7위, 9위에 위치했다.
서울 창업 생태계, 투자규모·자금 회수에 높은 평가
GSER 보고서는 290개 전역 생태계에서 350만 개의 스타트업 데이터를 포함한 광범위한 연구와 분석을 기반으로 작성된다. 스타트업지놈은 서울 창업생태계가 강세를 보이는 산업분야로 ▲첨단 제조업·로봇산업 ▲AI·빅데이터·애널리틱스 ▲생명과학 등을 선정했다. 특히 삼성과 LG 같은 기업들을 필두로 테크 기업 생태계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투자금 회수(Exit)가 원활한 창업 생태계 조성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기존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회수 부문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엑시트에 소요되는 기간도 약 8년으로, 세계 평균보다 짧다. 서울의 스타트업 성장세가 그만큼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금 규모도 경쟁 도시들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2019년 하반기 이후 2021년 스타트업 초기 단계 자금 조달에서 23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세계 평균 6억8,700만 달러의 4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아울러 권역별로 창업거점이 조성된 점도 긍정적인 평가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여의도에 핀테크, 홍릉에 바이오·의료 등 특정 분야의 혁신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해 오고 있다.
서울시가 올해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이유
스타트업지놈이 도시평가에 사용하는 지표는 △퍼포먼스(Performance) △투자(Funding) △연결성(Connectedness) △시장접근성(Market reach) △지식(Knowledge) △재능·경험(Talent & Experience) 등 6가지다.
서울은 올해 투자와 지식에서 8점, 퍼포먼스와 연결성, 재능·경험에서 7점, 그리고 시장접근성에선 1점을 받았다. 이 가운데 지난해 5점에서 1점으로 최하점을 받은 시장접근성 지표가 올해 전체 순위 하락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접근성 지표는 국내 시장규모, 글로벌 주도기업 수, 시장 품질 등 3개 항목으로 나뉜다. 국내 시장규모는 GDP 규모로, 글로벌 주도기업 수는 GDP 대비 유니콘기업 숫자로, 시장 품질은 지식재산권의 상업화를 장려하는 정책 수준으로 평가한다. 서울의 경우 8개 유니콘 기업 중 15개가 서울에 근거하는 만큼 글로벌 주도기업 수는 높은 편인 반면, 국내 시장 규모와 시장 품질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한편 서울과 같이 시장 규모 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텔아비브와 싱가포르는 전체 시장 접근성 지표에서 각각 10점과 9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두 지역 모두 서울처럼 도시 규모는 작지만 시장 품질과 글로벌 유니콘 기업 수에선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서울도 텔아비브 등의 도시를 롤모델 삼아 국가적인 차원에서 시장 규모를 키우고, 실질적인 지식재산권 상업화 등을 장려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