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OTT 총결산-상반기③] 랭킹PICK! 2023 상반기를 휩쓴 작품과 주인공들

2023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계 키워드는 ‘생존’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외 OTT 업계는 계속되는 시장의 침체 속에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다방면으로 모색하며 수익 개선의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지난해 유료 광고 요금제 도입 후 소정의 성과를 거둔 넷플릭스는 더욱 적극적인 수익 개선을 위해 계정 공유 금지 시행 카드를 꺼내 들었다. 또한 K-콘텐츠 제작에 3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불러왔다.   국내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이 계속됐다. 정부는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OTT 콘텐츠 제작 지원 투자에 힘을 쏟았고, OTT 자체 등급 분류제 시행을 통해 적시성이 중요한 OTT 사업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과 함께 급격한 성장을 이뤘던 지난날의 영광을 뒤로 하고 성장 침체기를 맞이한 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2023년 1월부터 6월까지, 지난 6개월간 OTT 업계의 이슈를 살펴보고 올해 상반기를 빛낸 작품 BEST3와 배우를 선정해 활약상을 되짚어 본다.

랭킹 PICK! 상반기(1~6월) 최고의 콘텐츠 BEST3

◆ 넷플릭스 <더 글로리>
K-드라마의 위상을 다시 한번 드높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제목처럼 올해 상반기 최고의 영광을 누렸다.

학교 폭력으로 인해 영혼까지 부서진 문동은(송혜교 분)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은 지난 2022년 12월 파트1 공개에 이어 올해 3월 파트2를 공개하며 전 세계를 <더 글로리> 열풍에 빠지게 했다.

작품은 ‘학교 폭력’에 대한 복수극을 다뤘지만, 일반적인 복수극과는 조금 다르다. 피해 당사자인 문동은이 직접 손에 피를 묻혀가며 잔인하게 복수하는 것이 아닌 그가 치밀하게 짜 놓은 계획 속에 가해자들이 스스로 자멸하며 자신이 지은 죄의 대가를 치르게 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부조리함도 통쾌하게 부숴버렸다. 특히 주연을 맡은 송혜교, 이도현을 비롯해 ‘가해자 5인방’ 박연진(임지연 분)-전재준(박성훈 분)-최혜정(차주영 분)-이사라(김히어라 분)-손명우(김건우 분), 동은의 조력자 강현남(염혜란 분)과 연진의 남편 하도영(정성일 분) 등 빛나는 조연들의 열연도 작품의 인기를 견인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뜨거운 인기 속에 <더 글로리>는 파트2 공개 단 3일 만에 1억2,446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한 데 이어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오늘의 OTT 통합 랭킹] 1위를 지속하며 흥행 질주를 이어갔다.

신드롬급 인기에 힘입어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도 승승장구했다. 학교 폭력 피해자이자 주인공 문동은 역을 맡은 송혜교는 2023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가해자 박연진 역으로 인상 깊은 악역을 선보인 임지연은 TV 부문 여자 조연상을 수상하며 작품의 인기를 입증했다. 또 ‘칼춤 추는 망나니’ 주여정 역의 이도현은 차기작 JTBC <나쁜엄마>까지 연달아 흥행시키며 흥행 보증 수표로 자리매김했고, 임지연과 함께 가해자 역할을 맡았던 악역 5인방 박성훈-김히어라-차주영-김건우 역시 차기작을 결정지으며 열일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작품의 트레이드 마크로 주인공 문동은이 가해자인 박연진에게 말을 건네듯 “연진아”라고 시작되는 내레이션과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멋지다 연진아!” 등의 대사들은 각종 광고와 마케팅에서 사용되며 올해 상반기 최고의 밈(meme)으로 꼽히기도 했다.

◆ 디즈니+ <카지노>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는 국내에서는 입지가 적은 디즈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선정됐다.

지난 2022년 12월 시즌1 공개 이후 올해 2월 시즌2를 공개한 <카지노>는 카지노의 전설이었던 차무식(최민식 분)이 위기를 맞이한 후 코리안데스크 오승훈(손석구 분)의 집요한 추적에 맞서 인생의 마지막 베팅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범죄도시>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은 강윤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24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며 기대를 모은 배우 최민식은 <카지노>를 통해 처음 OTT 작품에 출연하며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손석구-이동휘-허성태 등 인지도와 연기력을 모두 갖춘 배우들이 합류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디즈니+는 <카지노>의 활약에 힘입어 구독자가 반짝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공개 당일 전회차를 공개하는 것이 아닌 초반 1~3회를 먼저 공개한 이후 주 1회 공개를 고집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순차 공개로 긴 시간 관심과 화제를 일으키려 했던 디즈니+의 작전은 이미 몰아보기에 익숙해진 OTT 시청자들에겐 인내하기 어려운 지점이었던 것.

이런 디즈니+의 아쉬운 운영 방식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시즌1에서 쌓아 올린 탄탄한 서사를 발판 삼아 차무식을 중심으로 한 갈등 구조를 다각화해 사건 사고가 휘몰아치는 속도감 있는 전개로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결국 아무리 좋은 작품과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열연을 펼쳐도 시청자가 없다면 그 힘을 잃고 만다. OTT 이용자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은 디즈니+의 무거운 숙제로 남았다.

◆ 웨이브 <피의 게임2>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피의 게임2>는 화제성과 성과 면에서 모두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였다.

인도네시아 발리를 배경으로 최대 3억원의 상금을 걸고 두뇌와 피지컬 최강자들이 펼치는 생존 서바이벌로, 2021년 MBC에서 시즌1이 방송된 후 인기에 힘입어 시즌2까지 제작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OTT 플랫폼인 웨이브로 무대를 옮겨 지상파에서는 보기 어려운 높은 수위의 자극적인 장면들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화제를 모았다.

시청자들은 날 것 그대로의 서바이벌에 열광했고 이는 작품의 흥행으로 이어졌다. <피의 게임2>가 웨이브 신규 유료 가입 견인 콘텐츠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TV-OTT 통합 화제성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기록한 것. 연출을 맡은 현정완 PD는 “OTT는 좀 더 날것의 느낌을 줘도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부분에 대한 기준점이 아직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까지 공개가 되는지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이전 시즌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새로운 규칙과 환경을 추가하여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 냈고, OTT 이용자 환경에 맞는 콘텐츠 제작을 위해 고민하며 쏟아부은 노력이 기대 이상의 흥행을 끌어내는 결과를 낳으며 2023년 상반기 최고의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랭킹 PICK! 상반기(1~6월) 가장 빛난 배우는?

◆ 송혜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로 데뷔 이래 첫 장르물에 도전 송혜교는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복수를 준비하는 학교 폭력 피해자 문동은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문동은은 고등학교 시절 지독한 학교 폭력을 당해 영혼까지 부서진 인물. 기존 작품에서 주로 로맨스 여주인공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오랜 시간을 버텨 자신에게 지옥을 선물했던 이들에게 완벽한 불행을 선물하기 위해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나는 문동은의 서사와 감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송혜교는 “멋지다 연진아”,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등 최고의 명대사를 남기는가 하면, 호평에 힘입어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OTT를 타고 K-콘텐츠가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는 지금, 다양한 연기 변신을 꾀하며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은 그녀의 다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 최민식
디즈니+ <카지노>로 성공적인 OTT 진출을 알린 최민식은 1997년 출연한 드라마 <사랑과 이별> 이후 25년 만에 시리즈물에 도전했다.

작품은 총 16부작으로 호흡이 길다. 2시간이라는 압축된 시간 속에 모든 걸 표현해야 하는 영화와 달리 여유 있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리즈물이 그리웠다고 털어놓은 그는 탁월한 완급 조절과 빈틈없는 연기력으로 카지노의 전설이 된 차무식의 파란만장한 삶을 200% 소화해 내며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팬데믹으로 변화된 상황 속에 OTT로 자리를 옮겼지만, 최민식의 연기력과 카리스마는 그대로였다. 빛나는 그의 연기에 <카지노>는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공개 첫 주 최대 시청 시간을 기록하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세상이 변해도 가치는 영원하다. 이제 막 OTT에 첫걸음을 뗀 만큼 또 어떤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