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시장’ 최초 해외 투자 유치한 스타트업, 대기업 낀 경쟁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삼성전자 ‘C랩’ 스핀오프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 에바, 220억원 투자 유치 성공 치열해지는 국내 전기차 충전 사업 경쟁,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대격돌’ 해외에도 전기차는 많다, 차후 기업 생존 관건은 해외 진출 통한 ‘시장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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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바

전기차 충전 솔루션 전문기업 에바(EVAR)가 22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293억원이다. 이번 투자에는 KDB산업은행, 삼성증권-SBI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슈미트, 인비저닝파트너스, 한화투자증권, 그리고 일본 오릭스(ORIX)가 참여했다.

2018년 11월 설립된 에바는 ‘이동형 전기차 충전 솔루션’에 중점을 두고 출발한 기업으로, 창업 초기에 네이버 D2SF, 슈미트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에바는 이번 투자금을 활용해 우수한 기술 인재를 확보하고, 미국, 일본을 비롯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다양한 전기차 충전기 모델, 해외 진출까지

에바는 삼성전자 내부 벤처기업 프로그램 ‘C랩’의 35번째 스핀오프 기업으로, 다양한 전기차 충전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전국에 2만여 대의 완속 충전기를 공급했으며, 세계 최다 규모의 스마트 로드밸런싱 충전 인프라를 보유 중이다. 스마트 로드밸런싱은 한정된 전력 자원을 다수의 충전기가 나눠 사용하는 기술로, 기존 그리드 대비 전력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에바의 대표 모델인 완속 충전기 스마트 차저(Smart Charger) 2023에는 센서를 통해 불꽃이나 온도 등 주변 데이터를 수집·분석, 전기차 화재 발생 상황을 감지하면 즉시 충전을 차단하는 기능이 탑재됐다. 아울러 앱을 설치하거나 카드를 따로 지참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충전기 근처에 가져가면 자동으로 사용자를 인식하도록 해 충전기 편의성을 제고했다.

이외에도 에바는 △이동형 충전 카드인 Mobile EV Charger △자율주행 EV 충전 로봇 Parky △급속 충전기 Rapid EV Charger 등 다양한 형태의 전기차 충전기 제품을 선보이며 출시 이후 1년 만에 시장 점유율 1위(22년 11월 누적 기준 M/S 약 23% 추정, 신규 설치 충전기 기준)를 달성했다. 캐나다에서 250만 달러(약 32억5,350만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 이후 북미 시장 등 해외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바의 자율주행 EV 충전 로봇 ‘Parky’/사진=에바

전기차 보급 가속, 급성장하는 충전 시장

전기차 보급에 속도가 붙으며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운영하는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국 전기차는 43만 대, 이달 24일 기준 사용 가능한 전기차 충전기는 14만여 기 수준이다. 환경부가 지난 3일 오는 2030년 전기차 420만 대 보급에 대비해 123만 기 이상의 충전기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만큼, 관련 시장 성장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보에 힘을 쏟는 것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해 중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 259만 곳을 증설했으며,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75억 달러(약 9조8,948억원)를 들여 50만 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독일 컨설팅 기관 롤랜드버거는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가 올해 550억 달러(약 72조원)에서 2030년에는 3,250억 달러(약 427조원) 규모로 6배 가까이 급성장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SK일렉링크의 초급속 충전소/사진=SK일렉링크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시장 선점’ 혈안

전기차 충전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시장 경쟁도 점차 격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초기 시장을 이끌어나가던 중소 충전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금을 기반으로 빠르게 몸집을 불려 가는 모양새다. 지난달 국내 전기차 충전 서비스 전문 기업 대영채비는 기존 투자자인 스틱인로부터 600억원의 추가 투자, KB자산운용으로부터 600억원의 신규 투자(구주 거래 100억원 포함)를 유치하며 총 1,200억원 상당의 자금을 확보했다.

전기차 충전 서비스 플랫폼 플러그링크는 지난해 311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으며, 지난 3일 환경부 주관 ‘2023 무공해차 전환 브랜드 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올해 전기차 충전기 설치에 3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온디맨드 전기차 충전 서비스 아론 △전기차 충전 인프라 통합 플랫폼 ‘모두의충전’을 운영하는 스칼라데이터 등이 최근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성장 기반을 다졌다.

한편 대다수의 대기업은 스타트업 투자를 멈추고 전기차 충전 사업을 내재화하는 추세다. SK그룹은 SK시그넷과 SK일렉링크, SK E&S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GS그룹은 GS커넥트와 차지비를 통해 완속 충전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어 LG그룹은 LG유플러스-카카오모빌리티 협력을 중심축으로 삼아 전기차 충전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시장의 초석을 다진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은 이제 대기업과의 경쟁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점차 시장이 과열되는 가운데, 추가 성장의 관건은 글로벌 진출을 통한 ‘시장 확보’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기차 충전 기업 최초로 해외 투자 유치에 성공한 에바는 과연 이번 투자를 기점으로 글로벌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