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패션 플랫폼 ‘차란’ 운영사 마인이스, “5조원 규모 국내 ‘중고 의류 시장’ 대중화에 앞장서겠다”
투자사들 “지난 2월 베타 서비스 출시 이후 짧은 기간 성장 가능성 입증” 의류 수거부터, 촬영, 클리닝까지 ‘상품화’ 전 과정 도맡으며 사용자 확대 다만 거대한 시장 규모에 전통적 패션 업계도 주목, 대기업과의 경쟁 치열해 보여
중고 의류 거래 서비스 ‘차란’을 운영하는 마인이스가 27일 우리벤처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2억1,000만원 규모의 추가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마인이스는 이번 투자를 통해 총 53억6,000만원으로 시드 라운드를 마쳤다.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굿워터캐피탈, CJ대한통운, SM컬처파트너스, T인베스트머트, 슈미트, 스파크랩과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이승윤 전 래디쉬 대표, 김창원 전 펫프렌즈 대표 등 다수의 엔젤 투자자로부터 41억5,000만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서비스 출시 10개월 만에 대규모 시드투자 유치 성공
마인이스는 중고 패션 쇼핑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1월 설립 이후 인기 브랜드의 중고 의류를 상품화해 위탁 판매하는 쇼핑 서비스 차란을 출시했다. 그해 2월 베타 서비스로 출시된 차란은 이후 4개월간 거래액이 월평균 100% 넘게 증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최근에는 등록된 의류 수량이 누적 2만2,000벌을 넘어섰으며 앱 설치는 5만 건을 돌파했다.
투자자들은 차란의 빠른 성장에 더해 뚜렷한 경쟁 서비스가 없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차승준 우리벤처파트너스 팀장은 “마인이스는 중고 거래의 가장 불편한 점을 쉽게 해결해 주면서 중고 의류 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할 구체적인 모델을 제시했다”면서 “이를 베타 테스트에서 충분히 증명했기에 높은 성장성을 기대하고 투자했다”고 전했다.
마인이스는 이번 투자금을 서비스 고도화와 자체 검수 시스템 확대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인이스 김혜성 대표는 “옷장 속에 잠자고 있던 의류들의 가치를 발견하고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과정에서 많은 고객이 옷을 통해 공감과 유대를 느꼈다. 적극적으로 개선점을 피드백 받은 것이 베타 기간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면서 “이번 투자금을 통해 좋은 의류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빠르게 공급할 수 있도록 검수와 물류 인프라를 확충해 국내 대표 패션 커머스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부터 SPA 등 중저가 의류시장까지 다뤄
차란은 단순한 중고 패션 쇼핑 서비스가 아니다. 위탁받은 중고 의류를 수거, 촬영, 클리닝, 가격 책정 등의 상품화 과정 전반을 직접 도맡아 판매한다. 먼저 사용자가 판매 신청한 의류를 직접 수거해 검수한다. 판매가 어려운 옷이나 판매되지 않은 옷은 돌려주거나 기부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주고, 판매 가능한 옷은 항균 및 살균 클리닝, 스튜디오 촬영을 거쳐 가격을 책정한다. 이후 상품이 판매되면 판매금의 60%가량을 판매자에게 돌려준다.
특정 카테고리 및 명품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는 중고 리셀 플랫폼과 달리 SPA 브랜드와 같은 중저가 의류시장부터 명품 브랜드까지 폭넓은 상품을 다루는 점이 차란의 또 다른 특징이다. 온오프라인으로 파편화된 중저가 의류 시장을 통합하는 시도 덕분에 고객층 역시 다양하다. 현재 차란이 다루는 패션 카테고리에는 약 3,900종의 브랜드가 있다.
이에 따라 차란은 짧은 기간 베타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인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베타서비스 운영 기간 전체 구매 고객 가운데 58%가 재방문 고객이었다. 이를 높이 평가한 투자자들은 올해 2월 공식 서비스가 출시되기도 전에 대규모 시드투자를 진행했다.
시드 투자에 참여했던 T인베스트먼트 정진혁 팀장은 “마인이스가 높은 성장이 예측되고 있는 중고 의류 시장에서 편리한 위탁 판매 경험과 믿을 수 있는 상품 구매 경험을 제공한다는 데 주목했다”면서 “짧은 시간 동안 철저한 시장 검증 계획을 세우고 성공적으로 테스트를 수행한 실행력 역시 투자 계기가 됐다. 뚜렷한 경쟁 서비스가 없는 상황에서 독보적인 플레이어로서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고 의류 시장 가파른 성장에 ‘구찌,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도 진출
차란이 공략 중인 중고 패션 시장 규모는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중고 패션 플랫폼인 스레드업(Thred UP)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중고 패션 시장의 거래액은 1,190억 달러(약 152조원)에 달한다. 국내 시장도 만만치 않다. 국내 전체 중고거래 시장규모는 25조원으로 이 중 의류 거래는 5조원에 달한다.
MZ세대가 주도하는 중고 의류 거래 트렌드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글로벌데이터(Global Data)에 따르면 전체 패션시장 대비 중고패션 시장은 유럽, 남미, 아시아 등 지역 구분 없이 적게는 2배 많게는 4배 이상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8배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미국에선 전체 중고 거래에서 패션 카테고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한다.
시장의 미래 성장성 역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스레드업은 2026년 세계 중고 패션 시장 거래액이 2,180억 달러(약 27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며, 그해 전체 패션 시장에서 중고 의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18%가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시 말해 의류를 열 번 사면 그중 두어 번은 중고 의류를 구매하게 된다는 뜻이다.
중고 패션 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글로벌 기업들도 움직이고 있다. 구찌, 버버리와 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중고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영국의 셀프리지스, 미국의 삭스피프스애비뉴와 같은 고급 백화점들도 중고 명품 매장을 만들었다. 국내에선 네이버가 북미 중고 패션 플랫폼 포시마크를 인수했고, 신세계그룹도 국내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투자했다.
차란의 뚜렷한 경쟁사가 없는 점을 높이 평가한 투자사들의 생각과 달리,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앞으로 더 많은 전통적 패션·유통 업계 기업이 중고 거래 플랫폼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및 인플레이션에 따라 중고 거래 시장 규모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마인이스가 대기업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