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중국 수출길 막힌 국내 제조 기업들의 활로는 동남아 진출 뿐?
6월 수출, 16개월 만에 11억 달러 흑자 기록 한은 이창용 총재 “중국 특수 끝난 만큼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구조조정 서둘러야” R&D 역량, IT산업, 대학 교육계 등등에 걸친 전반적인 지적 이어져
지난 17일 관세청이 발표한 6월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6.0% 감소했음에도 수입이 11.7%나 감소하면서 11억 달러(약 1조4,075억원)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무역수지 회복세가 더딘 이유는 대중국 수출과 반도체 수출이 각각 13개월, 11개월 연속 감소세기 때문이다. 원유 수입단가가 전년 대비 31.6%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역 수지가 개선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도 중국 반도체 수출길이 막힌 데 따른 것이다.
제조업 국제 경쟁력 사라진 지 오래, 중국 특수 끝났기 때문
지난 14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글로벌 경제 상황과 기업 환경’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중국의 부상이 우리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늦추고, 산업 구조가 더 높은 단계로 가야 할 시간을 늦췄다”며 “최근 대중국 수출이 줄어드는 이유는 단순한 미-중 갈등 그 이상의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만 해결되면 다시 수출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국과의 외교 정상화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 총재는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이미 10년 이상 정체된 것이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강연에서 대다수 선진국들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약 2,557만원)를 넘어가면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줄면서 서비스업으로의 전환이 일어나는데, 우리나라는 중국 수요와 저임금 특수를 누리면서 제조업 비중이 그대로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우리 경제가 지난 10년간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에 “중국이 우리를 쫓아올 것이란 생각을 못 하고, 패러다임 전환에 나서지 않으며 안주했다”는 것이다.
현장 전문가들도 이미 코로나-19 발발 이전인 2017년 무렵부터 중국 상인들이 한국 제품을 수입하기보다 자국 내 생산 상품을 쓰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지난 3월에 공식적으로 한국 진출을 선언한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도 한국에서 패션 상품을 수입해 중국에서 재판매하던 ‘왕홍(중국 인플루언서)’ 방식에서 벗어나, 중국 광동 일대에서 저가에 생산된 패션 상품을 한국에 직구로 판매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시장을 보고 뛰어들었다는 설명이다.
한국 제조업, 외국인 인력마저 고임금 요구해 수익성 악화 중
그간 국내 제조 기업들은 고비용의 한국인 인력 대신 저비용 외국인 인력을 고용하며 수익성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들어 외국인 인력들이 불만을 표현하며 산업 현장을 이탈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9명이 무단 이탈하며 급여 인상을 요구했던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한국인 인력들이 속칭 3D(어려운 일, 더러운 일, 위험한 일) 업무를 피하려고 하는 경향은 오래전부터 확인했으나, 외국인 인력들이 일주일 만에 현장을 무단이탈하는 사례는 충격이라는 반응이다.
급여 조건을 더 올려주더라도 적절한 인력을 못 뽑을 상황이 되면서 조선업계와 건설업계 등 외국인 인력에게 의존했던 주요 중공업 관련 업계에서는 동남아 등지로 사업장을 옮겨야 된다는 분위기도 확산된다.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 급여를 맞춰줄 수 없을 정도로 수익성이 낮은 사업이 된 만큼, 급여 수준이 더 낮은 해외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국내 진출을 돕는 ‘리쇼어링(Re-shoring)’ 지원 정책에 잠시 국내 귀국을 탐색했던 모 제조업체 대표는 인력 채용의 어려움을 확인하고 귀국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로봇 제조 공정을 통해 인건비를 대규모로 절감할 수 있을 때까지는 동남아 공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조업 구조조정 가능할까?
이창용 한은 총재는 대학 교육부터 현장 활용, 기술 개발 등등의 전반적인 산업 구조조정이 일어나야 제조업 중심 국가에서 서비스업 중심국가로 이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시내 모 대학 교수도 대학 교육이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경우가 드물어 기업 현장과 대학 교육이 연결되지 않는 점을 풀어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으면서 중국이 우리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덜 한 것 같다”며 “지난 10여 년 동안 시기에 구조조정 필요성에도 이를 하지 않았던 위협이 지금의 미중 갈등과 겹쳐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현안 사례로는 자동차산업의 전기차 전환을 들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협력 중소기업들 정비공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 가능성도 기대했다. 전기차에 적합한 타이어가 다르고 전자 시스템이 핵심이 되는 탓에, 기존 자동차 사업에서 이뤄지지 못했던 구조조정이 타이어 산업과 전기차 관련 디지털 변화 부분로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총재는 또 신산업에 맞는 교육 시스템의 변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어 산업 현장의 수요가 아니라 교수 숫자에 따라 학과별 정원이 정해지는 현재의 대학 교육이 과거 산업에 맞춰져 있고 신산업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쓴소리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