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하얀 석유라 불리는 ‘리튬’ 유전자 조작 클로렐라 통해 재활용 가능해질 듯

수요 많고 공급 한정된 리튬, 경제적·친환경적 재활용 가능해져 그린미네랄, “이번 브릿지 투자로 기술 상업화 촉진할 것” 이차전지 급부상에 폐배터리 규모도 점점 늘어나, 그린미네랄 시장 잠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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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그린미네랄의 투자사와 회사 임직원들이 투자 유치 후 새 실험실형 플랜트와 기업부설 연구소에서 오프닝 미팅을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그린미네랄

지난 11일 미세조류인 ‘클로렐라’를 활용해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한 그린미네랄이 5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브릿지 투자에는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GS벤처스, 대교 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캐피탈, 캐피탈원 주식회사 등이 신규 투자사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그린미네랄은 창업 후 2021년 포스텍홀딩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았으며, 2022년 팁스(TIPS)사업 및초기창업패키지 사업 선정, 2023년 팁스 창업 사업화 및 팁스 해외 마케팅, 사업 등에 선정된 바 있다. 그린미네랄은 클로렐라를 통한 리튬 추출 공정의 스케일업을 위해 파일럿 설비 증설 및 운영자금으로 투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그린미네랄, 클로렐라 이용한 리튬 재회수

지난 2021년 6월 창업한 그린미네랄은 미세조류인 ‘클로렐라’의 유전자 조작을 거쳐 리튬을 생광물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린미네랄에 따르면 리튬 폐액에 주입된 클로렐라는 세포 안으로 리튬을 흡수한 뒤 리튬탄산염 형태로 뱉어낸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리튬을 회수해 재활용 가능하도록 가공하는 것이 그린미네랄의 핵심 기술력이다.

정광환 그린미네랄 대표는 “유전자조작 등을 거쳐 미세조류의 생광물화 효율을 높였고, 리튬 사업의 사업성이 명확하다고 판단해 창업을 결심”했다며 “낮은 농도의 폐액에서 리튬 추출을 위해 클로렐라를 활용하는 것이 수익을 낼 유일한 방법이자 친환경적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탄소 저감에도 기여한다. 클로렐라는 이산화탄소를 먹고 자라는 데다 생광물화되는 탄산염도 이산화탄소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또 “그린미네랄의 리튬 재회수 방식은 코발트나 니켈 등 다른 중금속 추출방식으로도 확장할 예정”이라며 리튬 추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체계적인 공정개발을 통해 글로벌 회사로 발돋움하겠다고 밝혔다.

천정부지로 솟는 리튬 가격에 재활용 기술도 부상

그린미네랄이 주요 사업 시장으로 초점을 맞춘 ‘리튬’은 이차전지를 만들기 위한 핵심 원자재다. 리튬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삼중수소를 활용한 수소폭탄 제조 기술에 활용되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전기차 생산이 확대됨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자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진 공유 앱 만들 시간에 제발 리튬 좀 만들어 달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리튬 확보에 나서자 ‘21세기 하얀 석유’라는 별명도 붙었다.

실제로 2021년 1월 기준 중국산 리튬 1톤당 가격은 4만8,400위안(약 863만원)에서 2022년 10월 54만 위안(약 1억700만원)을 돌파했다. 약 10배 이상 상승한 가격과 더불어 리튬 재활용 기술의 중요성도 함께 부상했다. 하지만 리튬 폐액에서 유기용매를 거쳐 리튬을 추출하는 과정 자체가 환경오염 위험이 크고 경제성도 낮아 상업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그린미네랄은 리튬 재회수의 핵심 물질로 클로렐라를 제시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모두 충족했다는 평을 받았다. 예컨대 폐배터리에서 코발트·니켈·망간을 먼저 추출하고 나면 2,000~3,000ppm 수준으로 낮은 농도의 리튬 폐액 10t(수용액 1만L)이 나온다. 정 대표는 “여기서 리튬을 추출하는 데 클로렐라 2㎏(수용액 100L)가 필요한데, 클로렐라가 유기용매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상업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평균적으로 전기차 폐배터리에 28㎏의 리튬이 함유돼 있는데 그중 70%에 해당하는 20㎏가량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회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린미네랄이 폐배터리 리튬 추출에 쓰는 유전자조작 클로렐라/사진=그린미네랄

쓸모 없던 폐배터리 폐수, 그린미네랄 통해 재탄생

그린미네랄의 기술은 폐배터리 재활용에도 핵심기술로 쓰일 전망이다. 정 대표는 “우리는 기존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과 경쟁이 아닌 상생한다”며 “마땅한 재활용법이 없어 환경오염에도 불구하고 버릴 수밖에 없었던 폐배터리 폐수가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폐배터리 발생량은 금속 무게 기준으로 2025년 78만6,000t에서 2040년 500만9,000t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040년 기준 1,741억2,000만 달러(약 200조원)에 이른다. 또한 현재 세계 각국 정부에서 폐배터리 재활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데다 유럽 연합에서는 배터리 제조 시 2030년부터 4%, 2035년부터는 10%의 재활용 리튬을 사용하도록 지정한 만큼 그린미네랄의 시장 잠재력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정원식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투자심사역은 “물리적 필터나 황산 등을 쓰는 기존의 리튬 추출방식보다 경제성과 친환경성이 높다”며 “클로렐라를 배양하고, 리튬을 탄산리튬으로 만드는 생광물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효과가 있어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