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줄어드는 정부의 ‘사내벤처’ 지원, 그룹 내부 지렛대 찾아야

중기부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하반기 모집 시작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 지원 규모, 업계 아쉬움 쏟아져 전문가 “CVC 등 기업 차원의 활성화 방안 모색해야”

160X600_GIAI_AIDSNote

정부가 최대 1억원의 사업화 자금 등을 지원하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할 사내벤처팀 모집에 나선다. 30개 내외의 사내벤처팀을 선정하는 이번 프로그램은 20개사·팀을 선정한 상반기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모집이며, 올해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은 지난해(150개사·팀 선정-150억원 지원)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규모가 줄어들었다.

최대 1억원 + 교육, 멘토링 등 지원

7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오는 9월 8일까지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를 원하는 사내벤처팀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대기업 및 중견기업 등 사내벤처 운영기업이 내부에서 발굴하고 육성한 사내벤처팀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모집하며, 이를 위해서는 운영기업 등록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창업진흥원의 평가를 거쳐 선정되는 30개 내외의 사내벤처팀에게는 오는 11월부터 약 10개월에 걸쳐 최대 1억원 규모의 사업화 자금을 비롯해 주관기관의 교육과 멘토링, 네트워킹 등 각종 성장 프로그램을 지원받게 된다.

중기부는 올해 1월부터 기업 내 사내벤처팀 지원을 위한 규정과 인력, 재원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별도의 선정평가 없이 운영기업으로 등록할 수 있게 해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였고, 신규 운영기업에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운영 가이드북과 표준 운영규정을 배포하는 등 다양한 컨설팅을 제공 중이다.

후속 지원금 폐지, 점차 축소되는 정부 지원?

2018년 처음 도입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은 민간 역량을 활용해 유망한 사내벤처팀을 발굴하고 지원해 성공적인 기술창업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해당 육성 프로그램에 선정된 사내벤처팀은 사업화 자금을 비롯해 정부의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된다. 운영기업도 정부의 자금 지원 규모에 맞춰 일정 비율의 자금과 성장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 결과 중기부는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한국철도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총 81개 운영기업과 협력해 681개 사내벤처팀을 육성했다. 2021년까지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총 530개 사내벤처팀 및 분사 창업기업의 매출은 1,664억원을 기록했으며, 476억원의 투자 유치와 990명 신규 고용 효과를 낳았다.

하지만 중기부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은 해마다 그 규모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 중기부가 150개 내외의 사내벤처팀을 선정해 약 150억원의 예산을 집행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예산과 지원 대상은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기존 ‘예비창업자·업력 3년 이내 분사 창업 기업’이었던 지원 대상이 예비창업자로 한정된 것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전반적인 세수 감소 움직임 속에 2024년 지원 사업 역시 밝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더불어 올해부터는 후속 지원의 일환으로 사내벤처 육성 기업에 주어지던 실증 및 시제품 고도화를 위한 정부 지원금(최대 1억원)도 사라진다. 이미 사업화에 돌입한 사내벤처에 한해 지원되던 부분인 만큼 그룹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갈수록 줄어드는 정부의 지원에 현장에서는 분사 창업 활성화라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pixels

지속적인 예산 투입에도 효과 미미, 자구책 찾아야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세수 투입에도 불구하고 기대한 만큼의 효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 사업의 축소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사내벤처 운영기업 대부분이 유능한 인재를 다수 보유한 대기업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혁신 기업의 탄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제 사내벤처 구성원들은 기존 조직 내 ‘부서 이동’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성과를 거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 대기업의 사내벤처에 참여한 팀원은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된 후 5개월에 걸쳐 한 일은 내부 보고서 작성이 전부였다”고 꼬집으며 “회사가 사내벤처를 운영한 경험이 없으니,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과정에서도 기존 소속팀의 팀장부터 기획, 신사업 담당 임원, 대표이사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보고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려야 나올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해당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상당수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에서 각종 아이디어는 지나치게 긴 관료적 결재 과정을 통과하는 동안 반려되거나, 임원들의 생각에 따라 방향을 바꾸게 되며, 심한 경우 팀원들이 지쳐버리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내부의 관료적 입김에서 사내벤처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르는 것임을 알고 있지만, 현장에서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다. 팀원들이 현업에서 벗어나 사내벤처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동안 다른 직원들에게 업무가 쏠리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는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내벤처와의 긍정적인 시너지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된 조직의 관성을 과감히 내려놓을 수 없다면, 외부보다는 내부의 지렛대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룹 내 계열사들의 집중 육성을 위해 도입된 CVC는 모기업의 전략적 목적과 재무적 수익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사내벤처의 취지와도 부합한다. 그 결과 CVC 활용론은 지금까지 제시된 다수의 사내벤처 활성화 방안 중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