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케어] 고령사회에 떠오르는 실버테크 ① 간병 아닌 돌봄

급증하는 노령 인구에 시니어케어 수요↑ 실버테크 기업, 시니어케어에 일상 돕는 AI 비서 서비스 제공 본격화 핵심은 노인 간병 아닌 노인 돌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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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고령인구가 급증하면서 시니어케어 관련 사업이 글로벌 벤처의 조명을 받고 있다. 이에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노인에게 신체 및 가사 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던 기존 시니어케어가 일상생활 전반을 돕는 노인돌봄서비스로 진화하는 추세다. 일부 글로벌 실버테크 기업은 이미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비서 역할의 케어서비스 개발에도 본격 나섰다.

2025년이면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 된다, 실버테크 급부상

벤처 업계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는 산업 중 하나는 단연 ‘시니어케어’ 분야다. 지난해 통계청은 오는 2025년에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령 인구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단 예측을 내놨다. 이에 정부와 사회복지단체에서는 시니어케어를 중요한 사회적 해결과제로 선포하고 관련 예산을 늘리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주거시설에 입점해 시니어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프리미엄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부터 치매 예방을 돕는 앱 개발, 시니어 계층을 위한 건강 위생 제품 전문점 설립 등 서비스 종류도 다양하다.

시니어케어에 최첨단 AI를 도입한 기업도 있다. 글로벌 시니어케어 프랜차이즈인 비지팅엔젤스(Visiting Angels)는 지난 2021년 아마존과 손을 잡고 인공지능 프리미엄 시니어 케어 서비스인 ‘컨스턴트 컴페니언(constant companion)’을 선보였다.

컨스턴트 컴페니언은 아마존의 음성인식 AI 비서인 알렉사(Alexa)를 통해 서비스된다. ‘약 먹는 시간 알림’, ‘병원 가는 날 알림’, ‘자녀와의 통화 연결’ 등 기본적인 인공지능 비서 기능이 탑재됐으며, 화재·강도·낙상 등 응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24시간 케어매니저 대기 프로그램도 제공된다. 간병이 필요한 어르신의 경우 요양보호사가 작성하는 일일 데이터들이 지역 응급 데이터센터와 공유돼 위급 상황에 대한 대처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수요도 명확하다. 비지팅엔젤스에 따르면 컨스턴트 컴페니언은 출시 후 북미 대륙 노인 가구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노인에겐 너무 어려운 디지털 ‘일상’, 이를 돕는 시니어케어

한편 노인 세대 자체가 디지털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단 주장도 제기됐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들은 변화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따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젊은 세대에게는 익숙한 키오스크 주문·결제, 온라인 대기·예약 시스템, 전자 송금 등의 편리한 서비스를 누리지 못한다”고 밝혔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노인들이 디지털에서 배제된다는 것은 곧 사회에서 배제되는 것”이라며 이를 방지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국내 스타트업인 ‘토끼와두꺼비’는 지난해 12월 디지털 시대 온라인 서비스 활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개인 비서 서비스 ‘똑비’를 선보였다. 이용자들은 똑비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채팅으로 요청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똑비는 정보 검색부터 최저가 물품 구매, 기차 예매, 맛집 추천, 회원 가입 등 다양한 온라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개인 일정, 검색 및 결제 내역, 예매 티켓 확인 등의 산발적인 정보도 앱 내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함동수 토끼와두꺼비 대표는 “복잡한 인터넷 서비스를 어려운 컴퓨터 언어가 아닌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똑비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시니어 사용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본인 인증, 결제 수단 등록 등의 복잡한 온라인 서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똑비

채팅도 어려워, 음성으로 대화 가능한 ‘자비스’는 없을까?

일각에서는 노인 세대에게는 똑비와 같은 ‘채팅’ 서비스도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만큼, 오히려 노인들의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인에게는 직관적인 사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마치 비서에게 하듯이 ‘말만 해도’ 문제를 해결해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이언맨의 인공지능 개인 비서 ‘자비스’ 같은 대화형 음성 AI 기반 로봇이 필요하단 얘기다.

다만 로봇 업계에서는 ‘자비스’를 현실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현재 로봇 프로그래밍 기술의 한계 때문이다. 실제로 물을 갖다 달라는 간단한 명령을 내리려면 사람이 로봇 언어로 코딩해 명령을 입력하고, 로봇의 피드백을 받아 명령을 수정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 가운데 지난 3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자율시스템·로보틱스’ 연구팀이 ‘자비스’를 현실화할 방안을 찾았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연구팀은 ‘챗GPT’를 활용해 로봇을 제어하는 영상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챗GPT로 로봇에게 ‘특정 행동’을 요구하면 컴퓨터 코드가 자동으로 작성돼 로봇이 즉각 결과물을 내놓는단 내용이다. 연구팀은 영상을 통해 이를 직접 시현했다. 영상에서 한 연구원이 로봇에게 “거울을 이용해 셀카를 찍어달라”고 요청하자 코드를 전달받은 로봇은 곧바로 셀카를 찍었다. MS 회사 로고를 나무 블록을 활용해 형상화해 달라는 다소 복잡한 요청에도 망설임 없이 빠르게 로고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로봇 연구자들은 이같은 성과를 스마트폰급의 ‘파괴적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에 급격한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도 더했다. 연구팀 역시 “대화형 AI 기반의 로봇 제어가 로봇을 연구실이 아닌 일상으로 가져올 것”이라며 ▲자율주행 ▲작업처리 능력 ▲로봇의 의사 결정 능력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 ▲에너지 효율성 강화 측면에서 로봇 발전이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무리 앱의 기능이 뛰어나고 인공지능이 훌륭하다 해도 노인, 즉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쉽고 익숙한 방식으로 일을 시키고, 결과를 빨리 받아볼 수 있는’ 똑똑한 비서다. 일상을 향유하는 노인들에게 의료적 치료나 간병이 아닌 종합 돌봄이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을 돕는 AI 기반 시니어케어의 발전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