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서 AI 반대시위 격화하는데, 디즈니는 AI 적극 도입

월트디즈니, AI 전담팀 꾸리고 인재 확보 나서 AI 기술 이용 제작비 절감·고객지원 강화, 테마파크까지 할리우드 작가·배우노조는 AI에 일자리 뺏길까 파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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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디즈니가 인공지능(AI)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전문 인력 확보에 나서는 등 AI를 전사적으로 활용하려는 연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8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디즈니의 AI 도입을 두고 “AI는 3억 달러(약 3,967억원)에 달하는 영화 제작 비용을 관리하고 비용 절감까지 실현할 수 있는 도구”라고 전했다.

테마파크부터 영화까지, 디즈니의 AI 통합

디즈니 AI 전담 TF의 주요 목표는 AI 기술을 디즈니에 전사적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외부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것이 포함된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디즈니는 AI를 활용해 <인디아나 존스>, <인어공주>와 같은 고예산 영화의 제작 비용을 절감할 방침이다.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에도 AI가 활용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디즈니랜드에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말하는 나무 캐릭터 ‘그루트’를 본뜬 AI 로봇이 고객 응대를 하는 식이다.

최근 디즈니의 채용 공고를 살펴봐도 모든 부서에 걸쳐 AI 기반 광고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포부가 드러난다. 영화 및 TV 부문부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부문, ESPN 등 스포츠 미디어, 디즈니랜드에 이르기까지 전 사업 부문을 포괄한다.

밥 아이거의 기술 비전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그간 ‘기술’을 회사의 핵심 전략에 포함시키겠다는 자신의 비전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 일환으로 취리히의 스위스 연방 공과대학과 펜실베니아 피츠버그에 위치한 카네기멜론대학에 연구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디즈니는 기술 분야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보다 10년 이상 늦은 2019년에야 OTT 분야에 진출한 디즈니의 OTT 사업은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분기당 10억 달러(약 1조3,218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업계 소식통은 그간 반복된 신사업 실패로 인해 AI마저 도입 속도가 늦춰지면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디즈니 내부에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I 도입의 물결은 디즈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OTT계의 공룡인 넷플릭스도 최근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감독하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고액 연봉을 제시한 구인 광고까지 내걸며, AI를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 스턴트 배우가 몸에 불을 붙인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SAG-AFTRA

할리우드 공동파업, “AI가 일자리를 뺏어간다”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AI가 일자리를 뺏어간다”며 수많은 배우와 작가가 파업까지 벌이고 있음에도,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앞다퉈 AI를 도입하고 있다. 대본 작성, 영상 작업 등에 AI가 활용되면 콘텐츠 기획·제작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케츠에 따르면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 AI 시장은 2021년 179억2,700만 달러(약 23조6,000억원)에서 2028년 1,244억8,300만 달러(약 164조5,292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AI의 도입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잠재적인 이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AI가 기존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이번 TF 창설도 같은 맥락이다. 할리우드에서 63년 만에 배우·작가가 공동 파업에 나선 이유다. 배우들은 AI가 자신의 디지털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으며, 작가들은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이 대본 작성에서 자신의 역할을 잠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디지털 혁명은 콘텐츠 제작자와 플랫폼 간의 상호 작용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서 AI의 역할은 부인할 수 없는데, 주로 데이터 기반 개인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기존 서비스에서는 AI를 사용해 사용자 행동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자동화된 스토리텔링부터 향상된 비디오 품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떨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본질적으로, 기술 발전은 중립적이다. 일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반면 또 다른 일부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다. 미디어 영역에서의 AI 통합에 대한 반응도 마찬가지다.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과 같은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한다. 미국작가조합의 AI 사용 규제 요구는 일자리 대체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우려를 잘 보여준다. 현재 시나리오 제작에서 AI의 역할은 미미하지만, 그 가능성만으로도 작가들을 불안으로 몰아넣기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