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플랫폼 대신 ‘TV’에 승부 건다? FAST 채널 이어 ‘OTT TV’ 내놓은 LG유플러스

국내 토종 OTT 경쟁서 밀려난 LG유플러스, OTT 대신 ‘TV’ 무기로 삼아 무료 콘텐츠 서비스 FAST에 이어 ‘OTT TV’ 유플러스TV 넥스트 출시 예정 美 중심으로 급성장하는 FAST 시장, OTT 플랫폼 ‘대항마’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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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가 인터넷(IP)TV를 활용한 OTT 서비스 확장에 나선다. LG유플러스는 8일 열린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TV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유플러스(U+)TV 넥스트’를 곧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토종 OTT 경쟁에서 밀려난 LG유플러스는 ‘TV’를 활용해 콘텐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온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등지에서 OTT 대항마로 급부상한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채널’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유플러스 넥스트 출시는 단순 IP TV를 넘어선 자체 ‘OTT TV’ 서비스 강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TV로 ‘OTT 시청’ 수요 잡는다

LG유플러스는 최근 들어 자사 IP TV를 여러 OTT 콘텐츠를 한번에 볼 수 있는 플랫폼, 이른바 ‘OTT TV’로 발전시키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근시일 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유플러스TV 넥스트’는 변화하는 IPTV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한 OTT TV의 새 이름이다.

LG유플러스는 “유플러스TV 넥스트는 편리한 시청 경험, 나에게 꼭 맞는 콘텐츠 추천, 합리적인 요금으로 인기 OTT를 가장 쉽고 편하게 보도록 하는 LG유플러스 OTT에 특화된 IPTV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유플러스TV 넥스트의 특장점으로는 최신 인기 콘텐츠를 첫 화면에서 바로 탐색·시청하는 ‘런처’, OTT/실시간방송/VOD 콘텐츠를 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통합검색’ 기능 등이 꼽힌다.

일각에서는 국내 토종 OTT 시장 입지를 점하지 못한 LG유플러스가 ‘TV의 OTT화’를 통해 콘텐츠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LG유플러스는 이른바 ‘4대 플랫폼’ 사업의 일환으로 콘텐츠 전담 사업 조직을 만들고 자체 콘텐츠 제작에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다양한 채널로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FAST 채널 등에 힘을 쏟은 바 있다.

TV로 무료 콘텐츠 즐기는 ‘FAST’

FAST란 개방형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TV를 통해 구독료나 수신료 납부 없이 미디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로, 최근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유료 구독형 OTT의 대항마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된 이후 OTT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FAST 채널은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으로 급부상하는 추세다.

FAST의 가장 큰 특징은 콘텐츠 시청 비용을 시청자가 아닌 광고주가 지불한다는 것이다. 시청자는 별도의 가입과 구독료 없이 인터넷과 연결된 TV를 통해 기존 유료 방송 채널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광고를 시청하는 대신 이용료를 납부하지 않는 ‘유튜브’와 이용료를 납부하고 광고를 시청하지 않는 OTT의 중간 단계 서비스인 셈이다.

사진=unsplash

대다수 시청자는 유튜브 등 플랫폼을 통해 광고와 콘텐츠를 함께 소비하는 데 익숙해진 상태다. 비교적 원활하게 FAST의 콘텐츠 제공 방식에 익숙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FAST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하며 콘텐츠 사업자(CP)들은 이미 보유한 콘텐츠를 FAST로 유통,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무료로 콘텐츠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광고 단가가 뛰어 추가적인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FAST 서비스가 이용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LG유플러스는 지난 4월 가입한 통신사와 관계없이 LG전자의 스마트TV에서 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는 ‘LG 채널’을 출시, FAST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딛었다. LG 채널은 LG전자 자체 웹OS 운영체제 기반의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시청자는 인터넷과 연결된 스마트TV를 통해 광고를 시청하면서 영화, 드라마, 예능, 키즈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美 FAST 시장의 급성장

글로벌 FAST 시장은 2020년부터 5년간 약 5배 성장해 2025년까지 6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케이블TV 등 유료 방송 가격이 국내 대비 7배가량 높은 미국의 경우 FAST 시장의 성장세가 유독 가파르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 내 FAST 채널은 전년(2,700개) 대비 37% 증가한 3,720개로 집계됐다.

기업들은 미국 FAST 시장 공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라마운트는 아메리카·유럽을 중심으로 FAST 채널 ‘플루토TV’를 운영 중이며, 아마존은 FAST 채널 ‘프리비’를 내놨다. 콘텐츠미디어그룹 뉴(NEW)에서 분사한 스타트업 ‘뉴아이디’는 국내와 북미·유럽 등에서 84개 FAST 채널을 두고 있다.

국내 기업 역시 북미 시장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CJ ENM은 2021년 말 파라마운트의 플루토TV에 전용관 ‘K콘텐츠 by CJ ENM’을 출시했으며, NBC유니버설의 OTT 피콕, 폭스, 로쿠 등에 FAST 전용관을 공급했다.

시장조사기관 VIP+에스티메이츠에 따르면 미국 내 FAST를 통한 연간 광고 수익은 지난해 39억 달러(약 5조2,000억원)로 추산되며, 2025년에는 61억 달러(약 8조1,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 최근 들어서는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들이 광고 예산을 줄줄이 축소, 광고 수익에 크게 의존하는 FAST 시장 역시 휘청이는 상황이다. 앞으로 FAST 서비스는 위기를 이겨내고 OTT와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