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AI 창작물, 저작권 보호 어렵다” 판결, ‘저작권’ 인정 기준은?
美 법원, AI 생성한 예술 작품 저작권 인정 않는 USCO 손 들었다 기존 데이터 학습해 기계적으로 재구성하는 AI, ‘저작권 인정’ 기준 미달 인간이 AI 창작물 재가공해 ‘창의성’ 발휘하면 저작권 인정받는 사례도
미국 법원이 AI가 만든 예술 작품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놨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콜롬비아 지방법원은 AI로 만든 예술작품의 저작권 등록을 거부한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 USCO)의 결정을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AI가 생성한 창작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기존 창작물 데이터를 학습해 기계적으로 생산한 AI 창작물은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AI 창작물에 인간의 창의성이 투입된 경우 일부분 저작권을 인정한다는 판결이 나오는 등 관련 논의는 꾸준히 이어지는 추세다.
인간 손 닿지 않은 AI 생성 작품, 저작권 없다
앞서 스티븐 탈러 상상력 엔진(Imagination Engines) 대표는 그가 만든 AI 프로그램 ‘창의성 기계'(Creativity Machine)가 그린 2D(2차원) 작품에 저작권을 신청했다. 하지만 USCO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스티븐 탈러 대표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미국 법원은 AI 프로그램이 창작한 작품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며 USCO의 손을 들었다.
사건을 담당한 베릴 A. 하웰 판사는 “법원은 인간의 개입 없이 만들어진 작품에 대해 일관되게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AI가 생성한 작품이 저작권 보호를 받으려면 인간이 얼마나 개입했는지, 독창성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도전적인 질문을 불러올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건에서 탈러는 작품 창작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인정해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탈러의 변호사는 법원의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항소를 예고한 상태다.
한편 USCO는 지난 3월 “AI 창작물의 저작권 보호 여부는 어디까지나 작품에 투입된 인간 창의성의 ‘양’에 달려 있으며, 생성 AI 시스템이 만든 결과는 이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기존 입장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이후로도 AI 창작물 자체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AI의 기계적인 재창조, ‘창작 활동’ 아니다?
기술 발전으로 AI가 생성한 창작물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시대 상황을 고려한 명확한 저작권 개념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현행법상 인공지능은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 저작권법에서 저작권의 대상인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에는 노래의 저작권자로 등록됐던 작곡 AI에 대한 저작권료 지급이 중지되는 일도 발생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음저협)는 가수 홍진영의 노래 ‘사랑의 24시간’ 등 총 6곡의 저작권자로 등록됐던 작곡 AI ‘이봄’에 대해 지난해 7월부터 저작권료 지급을 중단했다. 한음저협 관계자는 “저작권료의 징수 및 분배 규정은 저작권법에 기초해 이뤄진다”며 “저작권법에서 인공지능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저작권료 지급도 중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AI 창작물은 결국 기존 창작물 데이터를 학습해 기계적으로 재창조한 결과물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데이터 ‘재조합’ 결과를 창작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실제 대법원 판례는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은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아 창작물로 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동일한 명령어에 대해서 같은 결과를 내놓는 AI의 창작물은 사실상 창작물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인간 창의성 투입될 경우 일부 저작권 인정
AI를 활용한 창작물이 저작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작품에 ‘인간의 창의성’이 활용되었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 USCO는 “저작물의 전통적인 요소가 기계에 의해 생성된 경우 해당 저작물은 인간 저작자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USCO가 밝힌 ‘전통적인 요소’는 AI가 만든 생성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배열하거나 수정하는 등 사람의 직접적인 참여를 통한 결과물 도출을 의미한다.
반대로 AI 창작물에 인간의 창의성이 더해진 경우에는 저작권을 일부 인정받을 수 있다. 실제 AI를 사용해 생성된 작품이 저작권을 신청하는 경우 ‘검증’ 단계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AI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인간 창작자가 무슨 활동을 했는지 등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다.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거나 AI에 의해 생성된 내용을 숨길 경우 등록 인증이 취소되며, 해당 저작물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실제 USCO는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를 사용해 만든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 만화와 소설의 중간 개념)의 저작권을 일부분 인정한 바 있다. AI로 만들어진 개별 이미지는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사람이 선택하고 배열한 전체 구성과 단어에 한해 저작권이 인정된 것이다. USCO 쉬라 펄머터 이사는 “AI가 만든 생성물이 작품에 포함됐을 경우, 최종 결과물이 ‘기계적 재생산’의 결과인지 아니면 저자 자신의 독창적인 개념에 형태를 부여한 것인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