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서 치고 나오는 유럽, 中 부진·배터리 원가 영향↑
전기차 시장서 ‘반격’ 예고한 유럽, 성장세 힘입어 세력 키우나 배터리 가격 하락, 전기차 가격 경쟁력 높였다 완성차 업계 이익률↑, 유럽 반격 개연성 높아져
유럽 최대 모터쇼인 ‘IAA 모빌리티’가 개막했다. 이번 IAA 모빌리티엔 그간 전기차 전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온 벤츠, BMW, 폴크스바겐 등 독일 업체들의 대규모 전기차 관련 기술과 제품 전시가 이어졌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업체가 향후 1~2년 내 양산 가능한 기술들을 선보이며 테슬라 등이 주도해 온 전기차 시장에서 ‘유럽차의 반격’을 예고했다는 점이다.
IAA 모빌리티 개막, ‘유럽차 반격’의 시작선?
벤츠는 4일 전기 콘셉트카인 CLA를 최초 공개했다. CLA는 준중형 크기임에도 1회 충전에 750㎞ 주행이 가능하다. 현재 동급 전기차와 비교해 주행 거리가 35% 늘어난 것으로 독일 북부 함부르크에서 남부 뮌헨까지 한 번에 종단할 수 있는 성능이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은 “100㎞당 12kWh(킬로와트시)밖에 소비하지 않도록 에너지 효율을 극도로 높인 덕”이라며 “완전히 새로운 전기차의 선구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BMW는 운전석 계기판이 사라진 콘셉트카 ‘노이어 클라세’를 선보였다. 계기판 대신 앞유리 디스플레이에 차량 정보가 표시된다. 운전자는 개인 맞춤형으로 화면을 구성할 수 있고, 중앙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콘텐츠를 손가락으로 앞 유리창으로 끌어와 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노이어 클라세는 2025년부터 양산될 예정이다. 폴크스바겐은 가격을 낮춘 전기 고성능 콘셉트카를, 아우디는 조수석에 별도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Q6-e트론 내부 디자인을 공개했다.
유럽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려는 국내 대표 IT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번 전시에 참가했다. 삼성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까지 총 1,224㎡(약 370평) 면적의 대규모 전시장을 차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 내부 디자인에 맞춰 휘거나 구부리고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전시했다. LG전자는 2025년까지 헝가리 북동부 미슈콜츠시에 연면적 2만6,000㎡(약 7,865평) 규모로 전장 사업 합작사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신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유럽에 처음 짓는 생산 시설이다. LG는 신공장에서 전기차 핵심 부품인 구동 모터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급성장’ 이룬 전기차 시장
최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전기차 등록 대수가 30% 이상 증가하며 200만 대를 돌파했다. 북미와 아시아 지역은 각각 50%·70% 이상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으나 전체 점유율의 경우 여전히 유럽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유럽의 대형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생산 및 판매 목표를 높였다. 세계 주요 전기차 기업들은 2022∼2023년에 가격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판매 확대, 대규모 투자 증대, 배터리 제조와 핵심광물의 수직적 통합 등 적극적인 투자전략을 발표했다.
다소 부진한 성적을 이어가던 체코 또한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세력을 키우는 중이다. 체코는 지난해부터 스코다와 현대자동차가 배터리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를 생산 중이다. 지난해 전체 승용차 생산의 11%인 총 13만 대(전년 대비 11.3% 증가)의 전기차를 생산했다. 세부 유형별로 보면 2020년에는 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생산 비중이 비슷했으나, 점차 배터리 전기차 비중이 높아져 2022년에는 전체 전기차 생산 중 64.5%를 배터리 전기차가 차지했다. 체코 정부는 2020년 4월 발표한 ‘국가 친환경 모빌리티 계획(National Plan for Clean Mobility)’에서 배터리 전기차(BEV) 보급을 50만 대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기차 충전소 설치, 기업 대상 전기차 구매보조금 도입, 저공해 버스 도입을 진행 중이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국가 차원의 전략 설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中 내수 부진에 완성차 업계 ‘웃음’
이처럼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을 이루게 된 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테슬라는 지난 7월 “리튬 가격이 하락하면서 배터리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을 이어가더라도 마진 하락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 따르면 리튬의 정제된 형태인 탄산리튬의 중국 거래 가격은 공급 압박 완화 등 다양한 이유로 지금 작년 11월 중순 최고점에서 절반으로 떨어졌다. 리튬과 함께 배터리에 사용되는 니켈과 코발트 가격도 역시 하락했다.
올해 리튬, 코발트, 니켈, 흑연 등 주요 배터리 소재 가격이 하락한 건 무엇보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다운스트림(정제·판매·유통 분야) 수요에 타격을 주는 가운데서도 신규 공급은 확대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벤치마크 미네랄은 “양극재와 음극재 제조사들이 기존 재고를 털어내거나 신규 주문에 신중을 기했지만 생산업체들은 불확실한 수요 시나리오 속에서도 공급을 지속했다”며 “그 결과 상반기 주요 배터리 소재 가격이 20%에서 40%까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불확실한 수요란 10년 동안 이어져 온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보조금 지원이 중단된 데다, 춘절(1월 21~27일)로 인해 연초 중국의 전기차 수요가 타격을 입은 것을 뜻한다.
광물 자원 가격이 내리면 배터리 제조 원가가 하락한다. 이로 인해 완성차 원가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배터리 업계와 완성차는 분기마다 광물 등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배터리 납품가격에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거나 상승해도 배터리 판가를 조율하기 때문에 이익률은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이익을 보는 기업들은 완성차 업계가 될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통상 차량을 출시하면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만큼, 전기차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면 그만큼 이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