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VC들, 정작 펀드 결성에 차질 빚어

모태펀드 운용사 10곳 중 8곳이 펀드 결성 못해 일각선 중기부의 펀드 결성 기한 연장 조치 두고 “형평성 문제” 제기 근본 원인은 현재 벤처 기업의 자금 융통 수요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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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펀드 운용사(GP)들이 펀드 결성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해당 현상의 원인이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민간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밸류에이션을 낮게 받아 자금을 조달하기보다는 향후 거시 경제 여건이 개선될 때까지 벤처기업들이 자금 조달 계획을 미래로 미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모태펀드 결성시한 1개월 연장한 중기부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모태펀드 1차 정시출자 사업에 최종 GP로 선정된 VC 10곳 중 2곳을 제외한 나머지 8곳이 펀드 결성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 출자 GP로 선정된 대덕벤처파트너스는 지난 7월 펀드 결성을 마쳤으며, 원익투자파트너스는 오는 10월 11일 결성총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모태펀드 GP는 선정 공고일 기준 3개월 이내 펀드를 결성해야 하며, 부득이한 경우 3개월이 추가 연장돼 출자 대상 펀드 결성에 최대 6개월의 시간이 주어진다. 올해 상반기 모태펀드 1차 정시출자 사업의 선정 결과는 4월 24일 발표됐는데, 이에 따라 GP들은 최소한 10월 24일까지 펀드 결성을 마무리해야 한다. 만약 기한 내 펀드를 조성하지 못할 경우, 기존 선정된 모태펀드 GP들은 향후 1년간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참여가 제한되는 페널티를 받게 된다. 이런 가운데, 현재 대다수의 VC가 사실상 펀드를 결성하지 못하면서 결국 정부가 결성시한을 1개월 추가 연장하게 된 것이다.

일각에선 이같은 현상이 정부가 올해 모태펀드 집행 예산을 줄인 결과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3고)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벤처투자 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은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가 ‘민간 주도 벤처투자 전환’ 추진을 명목으로 올해 모태펀드 예산까지 삭감하면서 벤처 시장에 부정적 전망이 심어져 종국적으로 모태펀드 선정 GP들까지 민간자금 매칭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분석이다.

상황을 인지한 정부도 지난달 말 ‘태세 전환’에 나섰다. 올해 큰 폭으로 줄였던 모태펀드 예산을 대폭 확대해 다시금 투자 마중물 공급에 나선 것이다. 민간 주도성 강화를 위해 모태펀드 예산을 40% 줄였던 지난해(2022년 5,200억원→2023년 3,135억원)와는 달리, 이번엔 중기부가 모태펀드를 위한 예산을 올해 3,135억원보다 44.8% 확대한 4,54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지난해도 펀드 결성시한 연장

지난해에도 위와 비슷한 상황이 펼쳐진 바 있다. 특히 모태펀드의 투자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중기부 산하 기관인 한국벤처투자는 지난해 9월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의 자펀드 결성시한을 연장했다. 당시에도 펀드 결성에 난항을 겪던 모태펀드 선정 GP들이 속출하자, 최대한 펀드 결성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벤처투자가 기한 연장에 나선 것이다.

이로 인해 VC 업계에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출자사업 심사에서 출자를 약속받은 증서인 출자확약서(LOC)를 제출하고도 탈락한 GP들과, 수시 출자사업을 기다리던 GP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들은 당시 중기부와 한국벤처투자의 펀드 결성시한 연장 결정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숱하게 내놨다. 출자사업 공고 당시부터 결성시한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규정을 입맛대로 추가함으로써 특정 GP에 대한 특혜를 줬다는 비판이다.

밸류에이션 낮춰 투자금 받기보다는 ‘버티기 전략’에 돌입한 벤처기업들

한편 일각에선 모태펀드 결성에 차질을 빚는 근본적인 이유가 다름 아닌 벤처기업들의 근미래 사업에 대한 시각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주장도 제기된다. 벤처기업들은 코로나19 직후 이른바 ‘유동성 파티’ 시절에 외부 자금 수혈을 받아 가며 공격적으로 신사업을 펼쳤으나, 최근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VC들의 벤처기업 밸류에이션이 야박해지자, 이젠 외부 투자가 필요한 미래 성장 사업보단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애초에 벤처기업 사이에서 모태펀드를 통한 자금 융통 수요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연초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대어’로 주목받던 컬리가 최종적으로 상장을 연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컬리 관계자는 “투자심리 위축을 고려해 상장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IPO를 추진하던 기업들의 연이은 상장 철회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SSG닷컴은 예비심사청구서 제출 전 연기를 결정했으며, 원스토어·밀리의서재·골프존커머스·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도 기대했던 수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해 상장 계획을 뒤로 미뤘다.

전직 IB 업계 관계자는 “IPO, 벤처투자 등을 취소한 대부분의 기업들 경우 기업 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자금조달을 순차적으로 진행 할 것”이라며 “가령 올해 하반기 상장을 계획 중인 11번가는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직매입 중심 ‘슈팅배송’, 마이데이터 사업, 라이버커머스 등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치열한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