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사고뭉치’ 전동킥보드, 최고속도 줄인다고 안전해지나?
공유 킥보드 플랫폼과 함께 인기 끈 전동킥보드, 사고 건수도 함께 급증 사망자 급증하는데도 '무면허 주행'하는 미성년자들, 제도적 허점 악용 최고속도 낮춰 안전 확보하겠다는 더스윙, 업계 "그걸론 어림도 없다"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 더스윙이 20일 자사의 공유형 전동킥보드 최고속도를 25km/h에서 20km/h로 낮춘다고 밝혔다. 더스윙은 이번 속도 저감정책을 서울, 부산 등 직영 킥보드뿐 아니라 전국의 지역파트너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킥보드에도 적용, 안전성을 높이고 업계의 인식을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고속도를 낮추는 것이 근본적인 ‘사고 방지’ 대책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위험천만’ 전동킥보드 이용 실태
전동킥보드는 청년층이 선호하는 개인형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다. 최근 공유 PM 플랫폼이 인기를 끌며 국내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눈에 띄게 증가한 가운데, 전동킥보드 사고 발생 건수 역시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동킥보드 사고 건수(공유형, 개인 보유 합산)는 2018년 225건에서 △2019년 447건 △2020년 897건 △2021년 1,735건 △2022년 2,386건으로 급증했다.
전동킥보드는 바퀴가 작고 무게 중심이 진동과 충격에 취약한 구조다. 운전자가 중심을 잃고 넘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간단하게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것에 반해 멈추기는 어렵다는 점도 사고 위험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완충 장치가 없어 최고속도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이 전동킥보드 사고로 인해 다친 환자를 분석한 결과, 48.8%의 환자가 두개안면부 외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외상 중에서는 피부가 찢어지는 열상이 가장 흔했고, 이어 △뇌진탕 △치아 손상 △피부 벗겨짐 △골절 순이었다. 심각한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실제 국내 전동킥보드 사고 사망자 수는 2018년 4명에서 2022년 26명까지 대폭 증가했다.
미흡한 제도적 안전장치, 속도 낮춘다고 끝 아냐
지난 2021년 5월,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제2종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의 면허를 보유한 운전자만 PM을 운전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위반한 운전자에겐 범칙금 10만 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공유 킥보드 대여 업체 상당수는 제대로 된 면허 인증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허가 없는 성인은 물론 미성년자들도 별다른 제약 없이 전동킥보드에 접근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공유 킥보드 업체에 강제로 이용자의 면허를 확인할 법적 의무는 없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지난 1월 발의 이후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기 때문이다. 일부 무면허 미성년자는 이런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며 위험천만한 이동을 즐기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동킥보드 등 PM을 무면허로 이용하다 단속에 적발된 미성년자는 자그마치 1만924명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공유 PM이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활용해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행태를 철저히 파악하고, 안전사고의 근본적 원인을 포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최고속도를 제한하는 것만으로 각종 사고를 막을 수는 없다. 지금은 제도적 허점을 메워 사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등 보다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