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 쿠팡’ 등에 업고 질주하는 쿠팡플레이, 넷플릭스는 ‘예능·스포츠’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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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예능으로 쓴맛 본 넷플릭스, <솔로지옥> 기점으로 '재도전' 본격화
넷플릭스의 '허점' 파고들어 급성장한 쿠팡플레이, 토종 OTT 1위까지 올라서
모회사 '쿠팡' 따라 적자 내며 고속 질주 준비, 최강자 넷플릭스 위협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와 쿠팡플레이 사이에서 ‘경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쿠팡플레이가 드라마에 비해 인기가 저조한 예능으로 이용자를 대거 끌어모으자, 과거 여러 차례 쓴맛을 본 넷플릭스도 국내 ‘OTT 예능’ 시장에 재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쿠팡플레이의 주요 콘텐츠인 스포츠 분야에도 점차 넷플릭스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천하’였던 국내 OTT 시장에 경쟁의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쿠팡플레이는 과연 모회사 쿠팡이 쌓아 올린 성장 노선을 따라 넷플릭스에 위협을 가할 수 있을까.

예능·스포츠로 발 뻗는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2019년 <킹덤>을 시작으로 <스위트홈>, <오징어게임>, <마스크걸>, <이두나!> 등 흡입력 있는 오리지널 드라마를 선보이며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매력적인 오리지널 드라마를 주기적으로 출시하며 국내 OTT 시장의 정점에 선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독재자인 넷플릭스도 ‘굴욕’을 겪은 분야가 있다. 바로 오리지널 예능이다.

넷플릭스가 2018년 5월 선보인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는 유재석, 김종민, 이광수 등 국내 인기 방송인을 전면에 내세워 기대를 샀으나, 공개 후 시청자의 혹평을 받으며 미적지근하게 마무리됐다. 쓴맛을 본 넷플릭스는 이후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유병재: B의 농담>, <이수근의 눈치코치> 등 유명 방송인을 앞세운 스탠딩 코미디 형식의 예능 쇼를 꾸준히 선보였지만, 모두 국내에서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다. 문제는 넷플릭스가 한국 시청자의 ‘감성’을 캐치하지 못한 데 있었다.

이후 넷플릭스는 데이트 프로그램 <솔로지옥> 시리즈로 한국 시청자의 민심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특히 <솔로지옥> 시즌2는 지난해 12월 넷플릭스 글로벌 랭킹 6위에 오르는 등 흥행에 성공하며 올해 1월 성황리에 종영했다. 기세를 틈타 넷플릭스는 오는 28일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 로얄>을 방영할 예정이다. <코미디 로얄>은 이경규를 비롯한 20여 명의 인기 코미디언들이 동시에 출연해 웃음 대결을 벌이는 형식의 예능 쇼다.

이에 더해 넷플릭스는 쿠팡플레이의 주력 콘텐츠인 ‘스포츠’ 분야에도 발을 뻗고 있다. 오리지널 골프 다큐멘터리 시리즈 <풀스윙>을 선보이며 골프 팬들을 사로잡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후 넷플릭스는 스포츠 생중계 분야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 애드버타이징 위크 뉴욕(Advertising Week New York) 2023 행사에서 골프 토너먼트인 ‘넷플릭스 컵(Netflix Cup)’을 개최 및 생중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쿠팡플레이, 넷플릭스 ‘빈틈’ 파고들어 급성장

넷플릭스의 ‘예능 빈틈’을 파고든 것은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였다. 2021년 9월 공개된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 시리즈는 쿠팡플레이가 이름을 알리는 발판 역할을 수행했고, 이후 시즌4까지 순항하며 쿠팡플레이의 ‘효자 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게스트로 출연한 유명 연예인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 <SNL 코리아> 시리즈 특유의 사회 풍자 등이 국내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에 더해 쿠팡플레이는 락인 효과(특정 플랫폼이 독점적인 지위를 확립해 이용자 이탈을 막는 현상)가 확실한 스포츠 생중계 분야에 힘을 쏟으며 ‘콘크리트 구독자’를 빠르게 확보해 왔다.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채 미치지 않는 예능과 스포츠 시장은 결국 쿠팡플레이 성장의 열쇠가 됐다. 올해 8월 쿠팡플레이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563만 명을 기록, 티빙(540만 명)을 누르고 국내 2위 자리에 올라섰다. 1위 넷플릭스를 바짝 뒤쫓으며 ‘토종 OTT 1위’ 칭호를 거머쥔 것이다.

사진=쿠팡플레이

이처럼 예능과 스포츠로 중무장한 쿠팡플레이는 모회사 쿠팡과 유사한 ‘업계 독주’ 전철을 밟고 있다. 쿠팡은 유통업계 전체가 소비 침체로 고전한 올 3분기에 매출 8조원을 넘기며 5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올해 첫 연간 흑자 달성과 함께 신세계, 롯데를 넘어선 국내 유통 업계 1위에 등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입 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며 이용자를 확보하는 성장 전략이 빛을 발한 것이다.

쿠팡플레이 역시 유사한 성장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와우 멤버십에 포함된 ‘조건부 무료’ 혜택으로, 기존 이커머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와우 회원들의 진입 장벽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손쉽게 이용자 풀을 확보한 쿠팡플레이는 스포츠와 예능 등 국내 소비자에게 친숙한 콘텐츠를 제공, 순식간에 토종 OTT 1위 자리까지 올랐다. 쿠팡 특유의 ‘고속 성장’ 기조가 쿠팡플레이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의미다.

쿠팡 ‘계획된 적자’ 전략의 전승, 넷플릭스와 본격 경쟁하나

쿠팡을 키운 ‘계획된 적자’ 전략이 쿠팡플레이로 계승되는 정황도 포착됐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 시행 이후 6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지만, 모든 적자는 계획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사업을 이어왔다. 실제 쿠팡은 지난해 누적 적자를 벗어던지고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적자를 내며 대규모 회원을 확보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계획된 적자 전략의 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OTT를 비롯한 신사업 육성에도 이 같은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쿠팡의 3분기 영업이익 규모는 직전 분기 1억 달러(약 1,300억원)에서 약 40%가량 감소했다.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등 신사업 부문의 적자가 급증한 영향이다.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신사업 부문의 손실은 전년 대비 2.6배 폭증했다. 흑자 전환 이후 이익 규모 확대에 집중하던 쿠팡이 재차 적자를 감수한 ‘사업 성장’에 힘을 쏟기 시작한 것이다.

쿠팡의 ‘도전장’에 업계는 공포에 떨고 있다. 쿠팡은 더 이상 황무지를 ‘개척’하는 입장이 아니다. 핵심 사업인 커머스 부문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반 삼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마음만 먹으면 커머스 부문의 막대한 트래픽을 활용해 엄청난 투자 효율을 뽑아낼 수도 있다. 쿠팡플레이는 쿠팡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 본격적인 시장 질주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넷플릭스의 국내 OTT 시장 점유율은 38%에 달한다. 토종 OTT가 좀처럼 넘볼 수 없는 수치다. 하지만 쿠팡플레이는 넷플릭스의 그림자에 주저하지 않고 달리며 본격적으로 ‘정상’을 노리고 있다. 넷플릭스가 쿠팡플레이의 ‘주력 분야’에 침투하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차후 시장 판도 변화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