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승인’ 가짜뉴스에 코인판 출렁, 비트코인 현물 ETF’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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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권위 '비트코인 ETF 승인', 해킹에 의한 가짜뉴스였다
6천만원 초반까지 치솟았다가 5천만원 후반대까지 급락
한국시간 11일 승인 여부에 촉각, 불허 시 가격 폭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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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식 X 캡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현물 상장지수펀드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는 보도는 해킹에 의한 가짜뉴스인 것으로 밝혀졌다. 해킹당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계정이 근원지였는데, 유력 외신들도 속아 넘어갔다. 가짜뉴스 확산에 비트코인 가격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투자 업계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규제당국 승인을 받을 경우 상당한 규모의 자금 유입에 따른 랠리 현상을 점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에는 가격이 폭락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트코인 ETP 승인은 ‘허위’

9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이 해킹되면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됐다는 가짜뉴스가 게시됐다. 해당 게시글은 비트코인 업계 최대 화두인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오늘 SEC는 미국 내 모든 등록된 증권거래소에 비트코인 ETF들의 상장을 승인한다”는 멘트에 이어 “규제 프레임 속에서 디지털 자산 투자로의 효율적인 접근을 제공할 것”이라는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의 그럴싸한 논평도 함께 달려있었다.

이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인 게리 겐슬러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SEC 공식 트위터 계정이 해킹(compromise)됐으며, 승인받지 않은 트윗이 게시됐다”며 “SEC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상품(ETP)의 상장과 거래를 승인한 바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SEC도 엑스 공식 계정에서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 뒤 허위임을 재확인했다.

이는 로이터 통신·스푸트니크 통신 등 주요 언론사들까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소식을 긴급 뉴스로 보도할 정도로 심각한 가짜뉴스였다. 미 금융당국이 중요한 결정을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발표했다는 점, ETP 대신 ETF 용어를 썼다는 점 등이 이상했지만, SEC의 공식 계정이었기에 주요 매체들은 의심할 여지없이 앞다퉈 보도했다. 실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여부 결정 시한도 하루 앞인 1월 10일(한국시간 11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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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시세/출처=코인마켓캡

가짜 뉴스에 비트코인 가격 ‘요동’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짧은 시간에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었다. 가짜뉴스 게시 후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4만8,000달러(약 6,333만원) 부근까지 치솟았다가 미 당국의 부인 이후 4만5,000달러선(약 5,930만원)으로 고꾸라졌다. 거래소마다 등락의 폭과 시간은 달랐지만, 대체로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추격 매수에 나섰을 경우 짧은 시간에 적지 않은 손실을 봤을 것으로 우려된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측정한 비트코인의 공포·탐욕단계도 61.91로 ‘탐욕’ 단계다. 이는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과 거래량 또한 높아지면서 단기적 고점이 형성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승인 기대감에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6천만원대를 돌파할 정도로 업계의 빅 이벤트라는 점에서 큰 폭의 급등락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ETF는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하고, 특정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 상품으로, 지난해 블랙록 등 10여 개 자산운용사들이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신청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4개월 연속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11월 최저가와 비교하면 상승률이 무려 200%가 넘는다. 펀드로 출시될 시 직접 투자가 부담스러운 개인들에게 접근성이 높아지고 기관의 포트폴리오에 편입되면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현재 현물 ETF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운용사는 세계 최대 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을 비롯해 인베스코(Invesco), 프랭클린템플턴(Franklin Templeton), 위즈덤트리(WisdomTree), 발키리(Valkyrie), 피델리티(Fidelity), 아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Ark Investment Management), 비트와이즈(Bitwise) 등 11개사다. 이들 기업은 상장 심사를 요청하는 ‘19-b4’ 서류와 ETF 발행자 등록 신청서인 ‘S-1’ 서류에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SEC가 이를 모두 승인하면 ETF는 다음 영업일 이내에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이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돈나무언니’로 잘 알려진 캐서린 우드(캐시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와 21셰어스가 공동으로 신청한 건의 답변 시한이 10일(현지시간)로 임박해 있다. 그간 SEC는 여러 차례 승인을 연기해 왔으나 10일이 심사의 최종 시한인 만큼 어떤 방향으로든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승인 불발 시 ‘펌프 앤 덤프’ 리스크 우려도

현재 시장에선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설령 SEC가 10일까지 심사 결과를 내놓지 않는다 하더라도, 올해 상반기 안에는 현물 ETF 승인이 이뤄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지난 4일 “SEC가 1월 중 신청된 현물 ETF 출시 승인을 거부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비관론을 쏘아 올린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 매트릭스포트도 “최종 승인은 2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담은 바 있다. 특히 이날 과거 SEC 위원장을 지낸 제이 클레이턴마저 현지 언론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하면서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이런 가운데 가상자산 전문 매체 더블록은 현물 ETF가 승인되면 최대 1,000억 달러의 자금이 해당 ETF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근거로는 2004년에 출시된 세계 최대 규모의 실물 기반 금 ETF인 GLD를 들었다. 더블록은 “GLD가 출시됐을 당시 금의 총 재고는 약 2조2,000억 달러였고 현재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8,600억 달러”라며 ”GLD로의 880억 달러 유입 사례를 현물 ETF에 적용하면, 이 ETF로 500억에서 1,000억 달러가 유입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올해 말까지 현물 ETF에 43만7,000~132만 개의 비트코인이 보유될 것을 가정한 수치”라며 “GLD가 도입된 이후 금 상장지수상품(ETP) 만기까지 걸린 7~8년 동안 금 가격이 약 4배 상승한 점을 미뤄보면 내년 말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20만 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가상자산 현물 투자 상품에 대해 시세 조작 등 시장 위험을 근거로 ETF 출시를 SEC가 불허할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승인이 불발될 경우 ‘펌프 앤 덤프(Pump-and-Dump, 가격 급등락)’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암호화폐 분석가 스콧 멜커는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 펌프 앤 덤프 리스크에 대해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위험은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 당국의 입장을 기다려 온 투자자들에 의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코인루트의 공동 창업자 데이브 와이즈버거는 ETF 승인이 거부될 경우 신청자들이 SEC를 상대로 본격적인 소송전에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부정적 전망이 나올 때마다 요동치고 있다. SEC의 공식 발표 결과에 따라 비트코인은 또 한 번 롤러코스터를 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