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에도 플랫폼 업계는 살얼음판, 정책 일관성 필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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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평균 비대면 진료 1,500건→3,000건
정부 정책 따라 시장 축소-확대 반복
안전 시스템 강화 위한 지원 필요성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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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면서 비대면 진료 이용 건수가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급 의료기관보다 의원 이용률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업계에서는 진료의 정확성을 높이고 관련 서비스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2배로 치솟은 비대면 진료 건수, 대부분 가벼운 증상·의원에 집중

6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에 따르면 일평균 비대면 진료 건수는 지난 2월 23일 이전 1,500건 안팎에서 이달 초 2,250건~3,000건 수준으로 확대됐다.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의료계와 마찰을 빚은 정부는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에 따른 대형 병원 의료 시스템 마비를 우려해 지난달 23일 의료취약 지역이 아닌 곳이나 평일에도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전면 허용했다. 올라케어, 나만의닥터, 솔닥, 닥터나우 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의 자체 조사에서도 일평균 이용 건수는 같은 기간 1.5~2배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닥터나우는 비대면 진료 건수의 확대가 상대적으로 소규모 의료기관인 의원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전공의 부재로 인해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몰릴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가벼운 증상의 환자들이 동네 의원을 방문하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이를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의료계 전반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비대면 진료 확대로 의원들만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는 환자들 사이에서는 의원이 제공하는 의료행위에 대한 치료비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의 비대면 진료 수가는 대면 진료의 130%다. 기존 대면 진료와 동일한 진찰료에 유선 상담 관리료를 30%를 추가 적용한 것이다. 이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많게는 2배 이상 높은 의료비로, 호주의 경우 비대면 진료 수가는 대면 진료의 50% 수준이며, 프랑스는 70%다. 미국과 영국, 중국 등의 의료 수가는 비대면 진료와 대면 진료가 같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비대면 진료 확대방향: 정책방향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위와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비대면 진료의 의료 수가 조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보고서는 “아직 비대면 진료 의료 수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탓”이라고 짚으며 “시범 사업에서 인센티브 차원으로 일반진료보다 30%를 추가 적용하고 있지만, 한시적인 내용인 만큼 제도화에 앞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진료 대상 확대, 안정성 강화는 “의학적 판단 존중”

팬데믹의 종료와 함께 축소되던 비대면 진료는 지난해 하반기 정부의 시범사업으로 다시 기지개를 켰다. 보건복지부의 보완방안 마련으로 재개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진료 가능 의료기관을 의원급으로 제한했다는 점에서 기존 비대면 진료와 동일했다. 다만 진료 대상은 질환과 관계없이 해당 의료기관 및 의료진에게 6개월 내 대면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자로 확대해 환자들의 편의성을 도모했다. 이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서는 만성질환자의 경우 1년 이내, 그 외 질환자는 30일 이내 해당 의료기관에서 동일 질환으로 대면 진료를 받은 경우에만 허용한 바 있다.

비대면 진료 확대가 환자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우려에는 의사들의 권한을 확대하는 식으로 이를 해소했다. 특정 환자의 비대면 진료가 부적합하다는 의학적 판단에서 해당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것은 의료법상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하면서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비대면의 경우 진료 가능 여부를 전적으로 의사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 도입의 당초 취지와 원칙을 살린 만큼 제도의 안착을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과 관련해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에 앞서 시범사업을 통한 적절한 진료 모형과 실시 근거를 구축하고, 국민의 편의성 증진과 안전성 강화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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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의료 서비스 화면 예시/사진=나만의닥터

‘안전 최우선’ 공감대 형성, 안전 위한 실질적 노력은 어디에?

정부의 시범사업 확대가 이번 의료계 공백으로 훨씬 앞당겨졌음에도 원격 의료 플랫폼 업계에서는 좀처럼 활기를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관련 서비스 축소와 확대가 반복되는 등 사업의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과 같은 이용자 증가세에서는 서비스 운영 인력의 증원이 필요하지만, 언제 다시 축소될지 몰라 섣불리 인력 채용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비대면 진료의 전면 허용을 서둘러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만큼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및 법제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서는 문진부터 시진, 청진, 타진, 촉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증상의 원인을 파악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CT나 MRI 등 영상의학적 접근까지 수반돼야 하는데, 비대면 진료는 한정적인 정보만으로 환자 상태를 파악해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비대면 진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부작용이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비판 또한 힘을 얻는다.

일각에서는 비대면 진료가 의료 서비스의 다양화 관점에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계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원격 의료 플랫폼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증상과 소규모 의료 기관부터 시작해서 시스템의 고도화로 이어져야 하는데, 의사 파업에 대한 대응책 정도로만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는 건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하며 “의료계 마비가 없었다면 전면 허용도 없었을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정부의 필요에 의해 관련 시장이 호흡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원격 의료 시스템의 안전성 강화를 위한 지원 역시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