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GEM 기업가정신 지수 세계 8위 달성했지만, “민간 기준으론 하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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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 지수 8위에 엇갈리는 반응, "하락 지표 집중해야"
2021년부터 1위 유지한 UAE, 한국은 '비교'되기만
민간 기준으로는 '하위권'? "근본 문제부터 고민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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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가정신 지수 순위가 한 계단 올라 세계 8위를 달성했다. 정부 창업지원 정책에 대해 우수한 평가를 받으면서 높은 순위를 유지했다는 반응이 나오지만, 일각에선 지표에 만족해선 안 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민간에서 조금 다른 잣대로 평가한 한국의 기업가정신 지수는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기업가정신 지수 세계 8위, 작년 대비 한 단계 올라섰다

영국에 위치한 글로벌 기업가정신 연구협회(GERA)는 최근 2023년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EM) 보고서를 발표했다. GERA는 기업가정신과 국가 경제성장 사이의 인과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매년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데, 올해는 49개국이 조사에 참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기업가정신 지수 총 10점 만점 중 5.8점을 기록했다. 전년 5.7점 대비 0.1점 증가한 셈으로, 순위도 공동 9에서 8위로 올라섰다.

GEM은 재정, 정부 정책, 교육, 연구개발(R&D) 등 전문가가 국가 여건 13개 세부 항목을 점수화한 전문가 대상 조사(NES)와 일반 대상 성인으로 진행하는 설문조사(APS)로 나뉘는데, 한국이 전문가 조사에서 점수가 가장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 분야는 대학·연구기관의 기술이전 정도를 평가한 R&D 항목이었다. 해당 항목은 2022년 4.9점에서 지난해 5.3점으로 0.4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소벤처기업부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를 비롯해 기술창업 지원이 활성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정부 창업지원 정책 적절성(6.2→6.4), 정부 규제 적절성(5.9→6.1), 정부 기업지원 프로그램 효과성(6.2→6.4) 등에서 점수가 모두 0.2점씩 오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일반 성인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한국이 창업에 용이한 국가라는 응답과 스스로 창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응답자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GERA는 “한국은 2019년부터 기업가정신 지수가 꾸준히 상승하는 등 충분한 기업 환경을 조성했다”고 전했다.

GEM 발표를 두고 시장에선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국의 기업가 정신이 높은 수준에 이르면서 긍정적인 영향이 파생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비판적인 의견도 제기된다. 2023년 기준 기업가정신 지수가 전년 대비 한 단계 오르긴 했으나, 그럼에도 2021년 6위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라는 것이다. 세부 항목 중 둔화가 심화한 영역이 적지 않은 만큼 숙제가 늘었음을 직시해야 한단 의견도 있다.

실제 GEM에 따르면 제품·시장 변화 속도(7.8→7.5), 정부·민간 자금 양적 수준(5.2→5.1) 등 항목은 감소세를 보였다. 벤처투자 혹한기가 장기화한 데다 모태펀드의 지난해 예산이 40% 가까이 줄어든 탓이다. 설문조사에서 경기 둔화 여파가 드러난 점도 뼈아프다. 설문조사에서 ‘1년 전과 비교해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운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중은 전년 대비 1.7%p 증가한 51.3%였다. 이처럼 한국이 각종 지표가 오르내리며 순위 변동을 겪을 동안,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 2021년부터 꾸준히 기업가정신 지수 1위를 지켜오고 있다. 완전히 대비되는 모양새다. 시장에서 한국의 기업가정신 지수를 두고 GDP, 인프라 수준 등을 대입해 봤을 때 상당히 아쉬운 결과라는 목소리가 시장 내에서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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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산적한 한국, “기업가정신 지수 다시 살펴야”

한국이 좀처럼 기업가정신 지수를 대폭 끌어올리지 못하는 데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창업 기회가 있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망설인다’는 응답이 26.8%로 전년 대비 8.5%p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 특유의 ‘재도전 기회 부족’이 본질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사업 등에 있어 실패의 경험을 성공으로 전환하기 위한 프로그램 자체가 지나치게 부족하단 것이다.

반면 오히려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 넘치는 게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창업을 망설이는 이들이 26.8%라는 건, 반대로 말하면 실패에 크게 두려움이 없는 이들은 73.2%에 달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한국의 자영업자 평균 생존 기간은 3.8년이며, 중위수로는 2.6년으로 더 짧아진다”며 “근거 없는 자신감 아래 창업 준비 기간을 짧게 갖는 게 주요 실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자영업자가 1년가량 생존하는 비율은 78.9%지만, 3년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45.6%, 5년은 31.4%로 1년이 지날 때마다의 낙폭이 상당히 크다. ‘나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실패 후 재도전을 무시하는 사회적 경향이 겹쳐 악의 순환 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 사회의 폐해가 거듭 나타나다 보니 일각에선 GEM이 산출한 한국의 기업가정신 지수가 지나치게 높은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 2021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019년도 한국의 기업가정신 지수를 OECD 37개 회원국 중 27위로 산출해 낸 바 있다. 국가 정부 차원에서 자료를 수집하는 GEM이 산출한 당시 9위와 민간 차원에서 산출된 27위 간의 격차가 너무도 크게 나타난 것이다. GEM의 경우 한국에선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의 창업진흥원이 담당하고 있다.

두 지수 중 무엇이 각 나라의 기업가정신을 더 잘 대변하는가를 묻는 건 실상 의미가 없다. 두 지수는 개념이 명확지 않은 기업가정신을 다른 관점과 잣대로 평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자료를 수집하는 GEM보단 민간의 자료를 기반으로 한 전경련의 방식이 조금 더 신뢰도가 높음은 시장에서도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바다. 결국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아직 상위권으로 확정하기 어려운 지점이 산재해 있단 의미다. 9위, 6위, 8위 등 높은 순위가 보도자료를 훑어보기에 더 기분 좋은 지표일 순 있겠다. 그러나 국내 업계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민간의 ‘하위권’ 지표를 보다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