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무료배달’ 카드 꺼낸 쿠팡이츠, 눈물의 출혈 경쟁 본격화하나
쿠팡이츠 '배달비 무료', 고객유입 및 시장확대 차원 "비싸서 못 시키겠다", 배달비가 '공공의 적'이 된 이유 무료 배달부터 1,000원 달걀까지 격화하는 출혈 경쟁
쿠팡이 ‘무료 배달’을 내세워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1,400만 명에 달하는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오는 26일부터 쿠팡이츠 ‘무제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히면서다. 멤버십 회원에게는 쿠팡 무료 배송과 OTT 쿠팡플레이 무료 구독에 이어 쿠팡이츠 무료 배달까지 전방위로 시장을 넓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와우 멤버십이면 ‘배달료 0원’
18일 쿠팡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유료 멤버십인 와우 회원 대상으로 오는 26일부터 ‘무제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와우 멤버십 회원에게 제공하던 음식 가격 10% 할인 서비스를 무료 배달로 확대한 것이다. 무료 배달 서비스는 여러 집을 동시에 배달하는 ‘묶음 배달’ 서비스에만 적용된다. 대신 와우 멤버십 회원은 주문 횟수, 금액, 배달 거리 등과 관계없이 배달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별도 할인쿠폰 등도 중복 적용해 음식 가격을 할인받을 수도 있다. 단, 프리미엄 서비스인 ‘한집 배달’ 서비스의 경우엔 배달비가 부과된다.
이 같은 쿠팡이츠 무료배송 혜택은 수도권과 광역시를 비롯해 충청, 강원, 경상, 전라도 주요 지역과 제주시에서 적용되며, 향후 단계적으로 적용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쿠팡이츠는 고물가 속 고객의 배달비 부담을 덜고 외식업주들의 매출 증가를 돕기 위해 이번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배달 소비도 줄어드는 가운데 배달앱 플랫폼들은 고객 유치를 위한 출혈 경쟁에 나서는 모양새다. 빅데이터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 앱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배달의민족이 2,193만4,893명으로 전체에서 65%를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요기요 602만7,043명(18%), 쿠팡이츠 574만2,933명(17%) 순이었다. 요기요는 전년 동기 대비 16.6% 감소한 반면 쿠팡이츠는 64.7% 급증해 2위 자리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요기요는 지난해 12월 구독료 멤버십 프로그램 ‘요기패스X’ 구독료를 기존의 반값인 4,900원으로 낮춰 배달비 경감 경쟁에 뛰어들었다. 배달의민족도 고객 배달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지난해 4월 ‘알뜰배달’ 서비스를 출시했다. 알뜰배달은 동선에 따라 묶음배달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배달비 너무 비싸다”, 소비자 불만 증폭
그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배달 비용에 지속적인 불만을 표출해 왔다. 이는 실제 이탈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의 월 이용자수는 전년 대비 20% 가까이 감소했고, 매출도 쪼그라들었다. 한국소비자원이 배달앱 이용자 1,950명과 소상공인 1,0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앱 이용자 절반, 소상공인 75% 이상이 “배달비가 비싸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 없던 배달비가 갑자기 생겨난 건 배민과 요기요 등 중개 사업자와 배달대행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다. 음식업주에게 전화로 주문하면, 라이더가 배달해 주던 기존 방식은 배민과 요기요 출현으로 복잡한 구조를 띠게 됐다. 배달앱이 등장한 뒤 흔히 소비자는 앱 지면에 노출된 음식업주 가게를 통해 주문해 음식을 받게 됐다. 이때 음식업주는 앱 이용대가로 중개 수수료(광고)를 낸다. 소비자 배달비와 무관하게, 가게 광고 효과에 대한 비용을 음식업주가 중개 사업자에 지불하는 것이다.
높아진 배달비 부담에 배달앱 이용자가 줄어들자 라이더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정점에 달했던 때보다 소득이 크게 줄어들면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지난해 5월에는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10년 가까이 동결인 기본 배달료를 현행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해달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에 소비자들은 라이더 노조측의 요구대로 배달 기본료를 인상한다면 지금도 충분히 부담스러운 배달료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예 배달앱 이용을 중단하겠다거나 가까운 매장은 포장을 이용하겠다는 다짐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늘어나기도 했다.
출혈 감수하면서까지 무한 경쟁
한편 쿠팡이츠의 무료 배달비 전략을 두고 플랫폼 업계에선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쿠팡이츠가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면 연간 2,000억원 수익을 포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질세라 업계 2, 3위 자리를 두고 쿠팡이츠와 경쟁 중인 요기요 측은 올해 상반기 내 멤버십 회원에 대한 추가 혜택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년에도 4,565억원의 적자를 낸 요기요 입장에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의 초저가 공세도 마찬가지다. 알리는 19일 창립 14주년 할인 행사로 계란·오렌지·바나나·딸기 등을 1,000원에 내놨는데 준비한 4,000개 상품이 10초 만에 모두 판매됐다. 한때 접속자가 몰려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알리는 비슷한 특가 행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가격을 낮춰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건 기업의 기본 전략이다. 기업 간 경쟁으로 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건 소비자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시장 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저가 경쟁이 과연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득이 될지에 대해선 의문이 뒤따른다. 점점 격해지는 온라인 플랫폼의 ‘가격 파괴 경쟁’이 우려스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