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쏘아올린 무료 배달 경쟁, 배달·요식업계 파장 ‘일파만파’
쿠팡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 틈타 배달비 내린 배달의민족
요기요는 파격 혜택 앞세워 고객 유치 나서, 업계 경쟁 격화
"어차피 또 우리가 낸다" 플랫폼 독식 구조 비판하는 요식업계
배달의민족, 요기요가 쿠팡이츠의 ‘무료 배달’ 전략에 맞불을 놨다. 쿠팡이츠가 와우 멤버십 가격을 인상한 틈을 타 각종 프로모션을 강화, 본격적인 소비자 수요 흡수에 나선 것이다. 배달 플랫폼 3사의 치열한 순위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무료 배달로 인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결국 플랫폼이 아닌 업주 및 소비자라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공격적 혜택 앞세우는 배달앱 3사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배달의민족은 자체 배달 서비스인 ‘한집배달’ 가격을 1,000원 이하로 낮췄다. 2㎞ 이내에 위치한 매장을 기준으로 5~8만원 사이 주문 시 800원, 5만원 미만 주문 시 1,000원으로 배달비를 조정한 것이다. 알뜰배달 배달비 무료 혜택은 기존 쿠폰 다운로드 후 적용 방식에서 자동 적용 방식으로 바꿨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배달의민족이 쿠팡 ‘와우멤버십’ 가격 인상 발표 당일에 배달 정책을 전환했다는 점이다.
쿠팡은 지난 12일 와우 멤버십 구독 요금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와우 멤버십은 업계 혼란의 시발점인 ‘쿠팡이츠 무료 배달 혜택’이 포함된 쿠팡의 자체 유료 멤버십 상품이다. 업계에서는 배달의민족이 쿠팡이츠의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을 ‘기회’로 인식, 배달비 중심 프로모션을 강화하며 입지 강화에 나섰다는 평이 나온다. 쿠팡이츠는 무료 배달 전략 채택 이후 앱 신규 설치 건수에서 1위를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요기요는 1만5,000원 이상 주문 시 무조건 무료 배달 혜택을 유지하고 있다. 무료 배달 멤버십인 ‘요기패스X’ 가입자의 경우엔 최소 주문 금액 없이 무료 배달이 가능하다. 실적이 꾸준히 악화하는 추세임에도 불구, 업계 최고 수준의 혜택을 내세우며 일종의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업계 2·3위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경쟁 속 업계는 ‘배달앱 3사’의 순위 변동에 주목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가 지난달 1일∼이달 15일 배달 플랫폼 3사의 일간활성사용자수(DAU)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지난달 18일 ‘무료 배달’ 선언 전후로 업계 2위 자리에 올라섰다. 점유율도 13% 내외에서 이달 12일 기준 17.6%까지 올랐다. 배달 플랫폼 3사 중 가장 먼저 무료 배달을 선언, 시장 선점 효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2위 자리를 뺏긴 요기요는 이달 초부터 무료 배달 범위를 확대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쉽사리 2위 자리를 탈환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쿠팡의 멤버십 가격 인상, 요기요의 공격적인 혜택 강화 전략 등을 고려하면 추후 순위가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와우 멤버십 구독요금이 급격하게 뛰어오른 가운데, 일부 소비자가 와우 멤버십에서 요기요의 유사 서비스인 요기패스X로 이동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압도적인 1위인 배달의민족도 안심할 수는 없다. 쿠팡이츠는 미국 증시(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국내 1위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을 등에 업고 있다. 출혈 경쟁이 장기화할 경우, 모회사 쿠팡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쿠팡이츠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는 의미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배달의민족이 7,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리며 견조한 실적을 기록한 만큼, 한동안은 확실하게 선두 주자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무료 배달은 결국 꼼수다?
한편 요식업계에서는 이들의 무료 배달 경쟁이 일종의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무료 배달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 부담이 결국 입점업체와 소비자에게로 전가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현재 대다수 배달 앱들은 입점업체에 판매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부과하는 ‘정률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외식업주들의 매출이 증가할수록 더 많은 수수료 부담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무료 배달’이 보편화하며 소비자들의 배달 주문이 증가할 경우, 입점업체들의 매출 및 배달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 수익 역시 자연히 증가하게 된다. 무료 배달로 손해를 보는 것은 수수료 부담이 가중되는 입점업체뿐이라는 의미다. 이 경우 업주들은 수익성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가격, 최소 주문 금액 등을 인상하며 소비자 부담까지 가중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플랫폼사만이 배를 불리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의 공공 배달앱 역시 위기에 처했다. 민간 배달 플랫폼이 무료 배달 경쟁에 나선 만큼 공공배달앱의 가격 절감 매력이 크게 반감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공공배달 서비스 ‘공공배달플러스(+)’의 MAU는 올해 3월 50만2,288명으로, 지난해(58만9,566명) 대비 14.8%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공공 배달앱을 최초로 시도한 전북 군산시의 ‘배달의명수’의 MAU 역시 1만5,000여 명에서 1만3,000여 명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